젊은이여, A형 간염을 조심하라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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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성인 환자 70~80%, 황달 증세 보여
간질환자들이 특별히 반기는 뉴스가 있다. 간염 치료약이나 간암 치료법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다. 올해에도 적지 않은 희소식이 들렸다. ‘헤파첵이라는 진단 키트로 2cm 이상의 간암을 96% 찾아냈다’는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김진우(분자유전학연구소)·윤승규(소화기내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김·이 교수팀은 헤파첵이 2cm 이하 간암 진단에서도 92%의 높은 진단율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는 그만큼 간암 치료율이 높아질 수 있음을 뜻한다. 간암은 초기에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 조기 진단을 하면 그만큼 5년 생존율이 올라간다.

카페인은 간 살리는 명약?

‘카페인이 든 커피나 소다를 하루에 두 잔 이상 마시면 간 기능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도발적인 연구 결과도 시선을 끌었다. 지난 5월, ‘미국 국립 당뇨병 및 소화기관·신장기관 연구소’(NIDDKD) 제임스 에버하트 교수는 ‘간질환 위험성이 있는 5천9백4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매일 카페인을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 기능이 나빠질 위험이 44%나 낮았다’고 밝혔다. 그는 카페인 섭취량이 많을수록 간 기능 손상 위험은 더욱 낮았으며, 효과는 나이·성별·인종에 관계없이 똑같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어떻게 간암으로 진행하는지를 규명한 김철호 교수(동국대·한의대)의 연구 결과도 낭보였다. 이 연구 결과를 응용하면 간암을 일으키는 효소를 억제하는 신약 개발을 앞당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나이프라는 최첨단 방사선 치료기가 간암 말기 환자를 치료해 5년 생존율을 높였다는 뉴스도 귀가 솔깃한 뉴스였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반가운 소리만 들렸던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A형 간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난 6월에 오염된 식수를 먹고 63명이 집단으로 A형 간염에 감염된 탓이었다. A형 간염은 10~30대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년 이상은 잘 걸리지 않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어렸을 때 이미 A형 간염에 걸려 면역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 나라에서 발생한 A형 간염 환자 2백36명 가운데 1백22명이 20~29세였다.

A형 간염 증세는 나이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유·소아기에 걸리면 보통 감기처럼 살짝 아프다가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면역력이 없는 성인이 감염되면 후유증이 심각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환자는 40~50% 정도가 황달 증세를 보이지만, 성인 환자는 70~80%가 같은 증세를 보이는 것이다. 50대 이후 노년기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8%까지 올라간다(A형 간염 평균 사망률은 0.4%이다). B형 간염, C형 간염 환자가 A형에 중복 감염되면 치사율은 더욱 올라간다. 만약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가 없는 사람이라면 백신을 맞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술 소비가 늘면서 간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는 떨떠름한 소식도 들린다. 이정일 교수(경희의료원·소화기내과)는 지난 15년 동안 간질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알코올성 간 질환자의 비율이 꾸준히 늘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이 10%에서 6%로 떨어졌다. 반면 술에 의해 간이 손상된 환자는 눈에 띄게 늘었다”라고 말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신통한 간질환 치료법이나 치료약이 개발된다고 해도, 스스로 간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알코올로 인한 간질환은 가장 위험하고, 가장 고질적인 ‘건강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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