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YTN ‘헬멧 전쟁’은 계속된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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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YTN, 국산 헬멧 안정성 공방 ‘2차 대전’ 임박
언론사끼리 서로를 비판하지 않던 ‘평화 시절’은 이제 옛말이다. 신문·방송사간 대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공중파 MBC와 케이블 YTN이 9월 한 달 내내 초유의 뉴스 공방전을 벌여 달라진 언론 환경을 실감케 했다.

발단은 8월27일자 MBC <신강균의 사실은> (사실은) 보도였다. <사실은>은 이라크 자이툰 부대원들에게 지급된 한국산 방탄 장비가 매그넘 총격 실험 결과 관통·함몰되는 등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고, YTN은 헬멧의 방탄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후 MBC와 YTN은 서로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가면서 후속 뉴스를 내놓았다. <사실은>은 네 차례에 걸친 후속 보도 와중에 직·간접으로 YTN 보도를 비판했고, 그 사이 YTN은 5일 이상 재반박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가짜 미군 헬멧 해프닝’이 겹쳐 전면전으로 번졌다. 기자협회 YTN지회는 9월25일 MBC <사실은> 팀에 성명서를 보내 공식 항의했다.

1차 대전 패한 MBC, 전세 역전 노려

9월24일 공개 실험에서 한국산 헬멧이 미군 헬멧보다 소총 총격 방어력이 높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최소한 헤드라인 제목으로는 YTN이 우세하다. 다음날 ‘MBC가 졌다’는 단정적인 제목의 기사가 뉴스 사이트와 인터넷 게시판을 장악했다.

그러나 스포츠 중계를 하듯 일방적으로 MBC의 패배를 부각하는 것은 또 다른 무리를 낳는다. 24일 공개 실험은 시료·장비 준비, 측정 등 모든 절차를 국방부가 주관했는데, 국방부는 MBC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앞둔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10월2일 국방부 관계자는 “조만간 민사소송 소장을 접수시킬 것이다. 원고는 국방부가 아니라 연구개발관 등 개인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국방부의 소송에 맞서 MBC <사실은> 팀은 후속 보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헬멧 공방은 2라운드로 넘어갈 전망이다.

국내에 헬멧 방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 제3자에 의한 독립적 실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은> 이상호 기자는 “시료의 출처·총알 속력·장약 조정 여부 등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 미군 헬멧은 일련번호를 추적한 결과 1983년도 생산품으로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최동식 서기관은 “실험에 쓰인 한국산 헬멧은 1사단에서 제공받은 것이며 미국산 헬멧은 미군에 공문을 보내 정식 구입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험을 주관한 김희재 육사 교수는 “매그넘 권총으로 쏘면 헬멧이 찌그러질 수 있다. 하지만 총마다 특성이 다르고 M16 방어는 한국산이 더 우월하다. 매그넘은 한국에서 거의 구하기 힘든 총이다”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MBC가 상정한 ‘안전함’의 기준은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MBC <사실은>측은 “한국 헬멧은 (열을 받으면 강해지는) 미군 헬멧과는 정반대로 열에 약해 사막 지대에 가면 약해진다. 실험 조건은 이라크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무리한 상황 설정이라는 반응이다.

방탄 장비 문제는 자이툰 부대 파병의 타당성부터 시작해 국방 물자 획득 과정에 대한 의혹까지 다양하게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다. 현정부는 각종 군수품 도입 업무를 전담할 국방획득청을 국방부 외청으로 두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 국방부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MBC 완패’만 부각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본질은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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