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만세 ‘무지개 식탁’ 차리는 법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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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익무해’ 색깔 있는 과일·채소
아무개씨(42·회사원)는 ‘기러기 아빠’가 된 이후 여섯 달째 혼자 산다.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는 사람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란 점을 새삼 깨달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혼자 사는 성인 남성은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건강도 가족과 더불어 사는 사람에 비해 현저히 좋지 않다. 그같은 위험을 피해보려고 이씨는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썼지만, 효과는 한마디로 ‘글쎄’였다. 그가 ‘무지개 식탁’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무지개 식탁은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 식습관을 뜻한다. 미국은 1991년부터 범국가적으로 ‘무지개 식탁 운동’을 전개해왔다. 하루 다섯 차례 이상 과일과 채소(과채)를 섭취하는 캠페인을 벌여온 것이다. 성과는 뚜렷했다. 시작할 당시 미국인의 8%만이 하루 다섯 서빙(1서빙은 사과 반쪽, 주스 한잔 정도) 이상의 과채를 섭취했는데, 2004년에는 그 수치가 약 40%로 늘어났다. 미국국립암연구소와 미국암협회가 권장하는 과채는 40여 가지. 그 가운데 마늘·콩·생강·양배추·브로콜리·녹차·토마토는 특히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암이 발생하는 요인 가운데 약 35%가 섭취하는 음식과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무지개 식탁을 통해 하루 다섯 가지 이상의 색깔 과채를 먹으면 그 비율을 뚝 떨어트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이 무지개 식탁 앞에 앉는 일은 쉽지 않다. 이씨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아침에 그는 노란 콩나물국, 갈색 생미역과 초록 깻잎장아찌, 빨간 고추장, 멸치볶음을 먹었다. 식후에 사과 한 개를 껍질째 먹었으니까, 아침에는 비교적 다양한 색깔을 섭취한 셈이다. 그렇지만 점심과 저녁은 달랐다. 점심은 회사 근처 음식점에서 먹었는데 김치찌개와 김·숙주나물·배추김치가 전부였다. 굳이 색깔을 따지자면 초록색·검정색·노란색. 저녁은 더 보잘것없었다. 아예 빵과 우유로 때웠으니까. 이렇게 해서는 무지개 식탁의 덕을 보기 힘들다. 다양한 과채를 좀더 효율적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다.

“식물의 색소가 암의 멱살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채의 색깔이 갖는 효능부터 알아두라고 충고한다. 얼마 전 <색, 색을 먹자>(거름)를 펴낸 윤동혁 SBS PD는 “고추의 빨간색, 호박의 주황색, 시금치의 초록색 같은 식물의 색소가 암의 멱살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빨간 고추에는 비타민C가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 양(100g당 84㎎)이 비타민C의 보고라고 알려진 딸기(80㎎)보다도 많다. 비타민C는 널리 알려진 대로 비타민E와 함께 가장 강력하게 암세포와 싸우는 성분이다. 고추는 암에 대항하는 무기를 하나 더 갖고 있다.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이다. 서영준 교수(서울대 약대·생화학)는 캡사이신이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나이트로소아민의 대사 활성화를 억제해 표적 세포의 DNA 손상 및 그로 인한 세포의 돌연변이를 막는다”라고 말했다.

항암 효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빨간 채소가 또 있다. 라이코펜을 다량 함유한 토마토다. 10년 전 하버드 대학이 성인 남성 4만8천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토마토 소스가 함유된 음식을 먹지 않은 사람들이, 1주일에 두 번 이상 토마토 소스가 든 음식을 먹은 사람들에 비해 전립선암 발병률이 21~34%나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1주일에 열 번 정도 토마토로 만든 음식을 먹은 사람들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50% 정도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1997년에는 여성 1백9명의 유방 조직에서 라이코펜 양을 측정한 결과, 조직 내의 라이코펜 농도가 높을수록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낮았다.

라이코펜을 이해하려면 카로티노이드를 알아야 한다. 카로티노이드는 붉은색 과채에 들어 있는 색소를 말한다. 이 색소는 당근에서 발현되면 베타카로틴이 되고, 고추에서는 캅산틴이 된다. 그렇다면 토마토에서는? 당연히 라이코펜으로 승화한다. 토마토의 라이코펜이 신기한 것은, 다른 물질과 달리 날로 먹을 때보다 열로 조리할 때 양이 더 늘어나고 그 힘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사과도 빨간 과일이지만 속이 붉지 않아서인지, 토마토와는 함유한 성분도 다르고, 몸 속에서 관여하는 부분도 다르다. 사과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펙틴이라는 식물성 섬유이다. 펙틴은 인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사람 몸을 빠져 나갈 때 몸 속의 쓰레기들(당, 농약, 중성 지방 등)을 껴안고 나간다. 이는 대장이 깨끗해져 대장암 발병률이 줄어들 수도 있음을 뜻한다. 펙틴은 사과의 하안 속살보다 빨간 껍질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주황 채소 당근에는 그 유명한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다. 이 물질은 인체에 유입되면 3분의 1은 비타민A로 변하고, 나머지는 지방 조직과 간장, 혈액에 남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낸다. 이들이 하는 일은 포악한 활성화산소와의 싸움이다. 활성화산소는 불포화지방산과 결합해 과산화지질로 변하는데, 당뇨병·심장질환·백내장·동맥경화 등을 유발하는 인자로 악명 높다. 인체 내에서 활성화산소와 싸우는 물질은 비타민E·셀레늄·라이코펜·베타카로틴 등인데, 그 가운데 베타카로틴의 전투력이 가장 강하다. 당근도 사과처럼 껍질에 베타카로틴이 많이 녹아 있다.

녹색 과채도 인체 안에서 이롭게 작용한다. 시금치는 이 그룹의 대표 선수. 그러나 소문처럼 비타민C가 풍부하지는 않다. 대신 당근처럼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주황색 당근에 있는 베타카로틴이 어떻게 푸른 시금치에?’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시금치가 본래 주황색 색소를 가진 식물이어서다. 시금치에는 철분과 루테인도 넉넉히 들어 있다. 철분은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여성의 뼈에 이롭게 작용하고, 루테인은 눈에서 항산화작용을 해서 눈을 보호한다.

위궤양·골다공증에는 브로콜리·깻잎

마치 무성한 활엽수처럼 생긴 브로콜리에는 엽산이 듬뿍 들어 있다. 100g당 210㎍. 엽산은 산모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성분이다. 브로콜리에는 요오드도 풍부하다. 요오드는 심혈관의 활동과 체온·땀 조절, 신진대사 증진에 관여한다. 역시 산모에게 특히 더 이롭다. 설포라페인도 브로콜리가 감추고 있는 보물이다. 이 물질은 위암과 위궤양 발병 인자로 소문 난 헬리코박터파일로리 균을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깃집에서 흔히 만나는 녹색 깻잎에는 칼슘이 듬뿍 들어 있다. 삶은 깻잎나물 100g에는 칼슘이 325㎎이나 들어 있다. 칼슘의 보고라는 고칼슘 우유의 함유량(100g당 118㎎)과 단순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양이다. 인체 내에 칼슘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다. 가족력에 골다공증 환자가 있다면 깻잎을 자기 앞으로 당겨놓고 볼 일이다. 부추에도 특이하게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100g당 3094㎍이 들어 있으니, 당근의 함유량(100g당 7620㎍)에는 뒤지지만 ‘보약’이 따로 없다.

흰색 과채는 주로 뿌리 식물이다. 마늘 생강 양파 감자 도라지…. 흰색 과채의 대표 선수라 할 수 있는 마늘에는 강한 항산화제가 들어 있어서 암의 개시화(開始化)를 억제한다. 피로 회복, 스태미너 증강, 식욕 증진에 작용하는 비타민B1도 적지 않다. 이 성분은 돼지고기를 먹을 때 특히 효과가 있다. 돼지고기에는 비타민B1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러나 돼지고기의 비타민B1은 체내 흡수율이 떨어진다. 그런데 마늘의 알리신이 그것의 흡수를 적극 돕는 것이다. 양파는 마늘과 사촌이다. 양파에는 또 다른 항암 물질 셀레늄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은 간질환 예방, 성 기능 향상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우리 주변에는 차를 타면 쉬 피로해 하거나, 앉기만 하면 조는 사람이 있다. 영양학자들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판토텐산(비타민B3)이 부족하다. 흰색 감자에 그같은 증세를 완화하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감자에는 비타민C 함유량도 적지 않아서 100g당 36㎎이나 들어 있다(토마토 11㎎). 무에도 여러 영양소가 스며 있다. 한영실 교수에 따르면, 무에는 비타민C·포도당·과당·광물질·칼슘이 골고루 들어 있다.

색깔이 검게 보이는 식품에는 거의 모두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검은콩, 건포도,가지, 포도, 블루베리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안토시아닌은 그야말로 ‘괴력’을 지니고 있다. 항산화작용을 통해 암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노화를 늦추고,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의 위험도 낮추어 준다. 이 물질은 또 눈에도 좋은 일을 한다. 눈을 위한 건강 기능식품에 안토시아닌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76쪽 상자 기사 참조). 사람의 눈에는 망막에서 빛을 감지해 이를 뇌에 전달하는 색소가 있는데, 안토시아닌이 그 색소의 재생을 돕는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연구를 통해 건강 식단이 어떤 것인지 밝혀졌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이 무지개 식탁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사람이나, 기러기 아빠 이씨처럼 영양 섭취가 불안정한 사람들은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듯, 무지개 식탁에 눈길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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