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과 행복의 함수 풀이
  • 토론토·김상현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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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와 행복의 함수 관계/과학적 통계 없지만 스트레스 오히려 늘어
신기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속박하는 것은 아닐까? 기술적 진보가 단지 쳇바퀴 같은 것이라면, 그로부터 벗어나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뉴요커>의 고정 필자인 제임스 서로비츠키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 신년호에 기고한 글에서 기술과 행복의 함수 관계를 짚었다. 그는 20세기 중반 이래의 눈부신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행복’에 대한 공식 연구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46년에 견주어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1970년대 초 이후에는 ‘매우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오히려 줄었다.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대다수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기술에 대한 수많은 결정들이 거의 아무런 확증 없이, 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예측에 기대어 내려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정작 떨쳐내기는 어려운 기술들에 쉽사리 속박될 수 있다는 가정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신기술이 우리를 얼마나 더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했는지를 알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엇보다 그 둘 간의 상관관계에 주목한 본격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는 사람들의 대답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변덕스러워서 과학적 증거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신기술에 대한 인간의 적응이 놀라울 만큼 빠르다는 데 있다. 너무나 빨라서 그것이 얼마나 극적이든, 또는 얼마나 더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든, 실로 짧은 순간에 그것을 당연시해 버리는 것이다. 예컨대 1870년에 누군가에게 ‘하루에 수백km를 갈 수 있는 자가용이 있다면, 몇 시간 만에 대양을 건널 수 있는 비행기가 있다면, 또는 단지 몇 센트만 내고 수천km 떨어진 사람과 실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하겠는가’라고 질문했다고 가정하자. 그에 대한 대답은 거의 분명히 ‘예’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승용차나 비행기, 전화기 따위에 흥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이미 그 도구들이 유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스트레스의 원인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사람들은 대체로 차와 전화기를 갖는 쪽을 택하겠지만, 그 선택이 과연 그들을 진정으로 더 행복하게 하기 때문에 내려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행복을 계량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재빠른 신기술 흡수력이 기술의 영향력을 무력화한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단지 기술의 영향력-그것이 좋든 나쁘든 간에-을 제대로 진단하기가 더욱 어렵고 복잡해졌다는 뜻이다. 기술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구체적이기보다 일반적이고 모호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모호할 수밖에 없는 기술 비판의 딜레마

기술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프랑스의 비평가 자크 엘륄의 비평이나, 유명한 과학소설 작가 필립 K. 딕의 작품이 보여주는 시각은 기술적 진보가 더 경직되고 통제적이며 영혼 없는 사회, 다시 말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묘사된 것과 같은 사회를 초래하리라는 것이다. 그에 반해 닐 포스트먼과 로버트 퍼트냄 같은 이들은 기술이 ‘경험의 개인화’를 더욱 가속화해 더 분절적이고 혼돈스러운 사회를 낳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전통적 의미의 관계가 해체되고 공동체가 분열된 사회가 되리라는 것이다. 이 둘은 명백히 대조되지만 인간이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에 회의를 보낸다는 점에서는 닮은꼴이다.

이러한 일반적 기술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이 인간 간의 관계를 잠식한다는 증거는 그리 확고하지 못하다. 예컨대 1998년 9월 학술지 <아메리칸 사이칼러지스트>에 실린 ‘인터넷의 역설:사회적 참여와 심리적 복지를 감소시키는 사회적 기술?’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피츠버그에 사는 주민 1백69명을 대상으로, 과연 인터넷이 그들로 하여금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더 많은 정보를 얻게 해주는 것인지를 고찰했다. 그 결과는 인터넷이 사람들을 더 우울하고 외롭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년 뒤, 이 결과는 같은 연구자들에 의해 번복되었다. 다른 조사 방법을 쓴 결과, 인터넷이 실제로는 사람들의 사교성, 다른 이들과의 관계, 행복에 대한 감각 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기술이 그 속성상 사람들을 덜 행복하게 만드는 한 가지 요소는 분명히 있다. 바로 그 기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요즘의 기술적 변화는 하도 빨라서, 어떤 전자제품을 살 때 몇 달 안에 그보다 더 낫고 더 빠른 제품이 나올 것이며, 그렇지만 그때에도 지금 산 구닥다리에 얽매일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확신할 정도이다. 신제품 안에 처음부터 ‘실망감’이 내장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은 것이다. 현대 소비자들의 가슴 속에서 항상적으로 피어나는 불만족과 ‘더’에 대한 욕망을 회피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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