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체조에서 ‘명상 편의점’까지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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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바람 업고 산업으로 ‘우뚝’…지자체도 속속 참여
주식회사 단월드 서울 삼성센터의 한 사무실에 들어서면 커다란 세계 전도가 보인다. 그런데 그 위에 ‘BR Ocean 3600’이라고 씌어 있다. 제3자가 보기에는 전혀 알 수 없는 문구. 단월드 우종무 홍보기획이사는, 단월드를 세운 이승헌 박사의 야망이 담겨 있는 글이라고 말했다. 2010년까지 전세계에 뇌호흡 센터 3만6천 개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경쟁 관계인 관련 단체나 업체로서는 터무니없는 계획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승헌 박사는 지난 20여 년 동안 그같은 도전 정신으로 한국의 명상 산업 분야를 개척했고, 그것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처음 단학 센터의 문을 연 것은 1985년. 서울 신사동에서였다. 이후 몸집을 불린 그는, 1991년 거창한 일을 벌였다. 단학 세계화를 위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해외 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곧바로 문을 닫아야 했다.

실패는 그를 신중하게 만들었다. 4년 뒤 그는 2년 동안 미주 전지역을 자동차로 돌아다니며 적합한 명상 장소를 물색했다. 그 와중에 미국 전역에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가 들어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맥도날드 매장이 2만6천 개라는 소리를 듣고, 자신은 단학 센터를 그보다 1만 개 더 많은 3만6천 개 세우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세도나였다.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새로운 기가 나온다’는 그곳 이야기를 듣고 단숨에 달려갔다. 붉은 바위 천지인 그곳은 한눈에도 성지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막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는 것과 센터를 지을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기회를 엿보았다. 1년 뒤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그곳에 둥지를 틀었던 꽤 큰 명상단체가 떠나면서 빈 장소가 생긴 것이다.

그 뒤 상황은 기대 이상이었다. 단월드 센터에 사람이 모여들었고, 센터 수도 거미줄처럼 늘어갔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평생회원 등이 늘어나면서 ‘도장’ 수도 불어났다. 1998년에는 일본에, 2002년에는 영국에도 센터가 생겨났다. 그 결과 2004년 말 현재 단월드 센터는 미국에 100개, 한국에 3백90개, 일본에 5개, 유럽에 4개가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 해마다 무섭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미국에는 3백60개, 일본에는 22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종무 이사는 말했다.

단월드, 지난해 2천5백억 매출…수선재는 명상 체험 마을도 계획

도장 수가 는다는 것은 주식회사 단월드의 수익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2천여 직원이 일하는 단월드는 지난해 약 2천5백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가운데 5분의 2 정도를 미국에서 올렸다. 사업도 다각화하고 있다. 명상·철학 관련 서적을 펴내는 출판사, 뇌호흡 관련 용품을 생산하는 유통 회사, 기업의 명상 수련 교육을 담당하는 회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단월드는 아직 배가 고프다. 우종무 이사는 “중국 시장이 우리의 목표다. 중국에 진출해야 센터 3만6천 개 돌파가 가능하고, 수익도 늘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1998년에 모습을 드러낸 수선재는 명상과 웰빙을 추구하는 공동체 정신을 표방하고 있다. 현재 수련원을 50여 개 두고 있는 수선재는 미국·호주·일본·중국에까지 지부를 두며 세를 불려가고 있다. 올해 국내 수련원 개설 목표는 100여 개. 그러나 단월드에 비하면 수선재의 명상 산업은 이제 막 걷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출판사와 유통회사, 명상 편의점을 운영하지만 매출액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추정치가 약 7천만원.

수선재는 명상 편의점도 운영한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명상 편의점 ‘명상 아루이 仙’에 가면 일반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듯, 명상을 골라 소비할 수 있다. 5천~6천 원만 내면 차 한잔을 마시며 그림 명상·돌 명상·선 체조·씨앗 명상, 찰흙 명상, 걷기 등을 골고루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향초나 명상비누, 친환경 소재로 만든 넥타이나 옷가지 등 명상과 관련한 상품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명상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수선재는 올해 공격적으로 치고 나갈 작정이다. 국내에서는 부산 해운대 LG자이아파트와 울산시 안국한의원에 명상 체험실 겸 휴게실을 설치하고, 해외 분원도 20여 개에서 5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 4월께 충북 진천에 3천평 규모의 명상 체험 마을을 세울 작정이다.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지방자치단체도 명상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경상북도는 문경 등지에 명상웰빙센터를 건설할 계획이고, 전남 영암군은 기문화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웰빙 바람이 불면서 바야흐로 명상이 돈이 되는 시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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