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리포트] 제갈공명, 한나라당 떠난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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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의원, 탈당 결심 굳혀…박근혜 대표, 큰 손실 입어

박세일 의원이 결국 한나라당을 떠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탄핵 역풍을 맞아 난파직전이었던 한나라당 호에 오른 지 꼭 1년 만이다. 

박의원은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상, 폐회 중일 때는 국회의장이 사퇴서를 수리하면 의원 직을 상실한다. 그러나 지난 3월17일 김원기 국회의장은 박의원이 낸 사퇴서를 돌려보냈다. 당내 문제로 사퇴서를 제출한 만큼, 국회의장이 이를 처리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박의원이 의원 직을 사퇴하는 길은 두 가지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표결 처리를 통해 동료 의원들이 동의하면 배지를 떼게 된다. 하지만 이 방안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박의원의 사퇴를 만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의원도 사퇴 문제를 본회의장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박의원은 탈당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비례 대표이기 때문에 당을 떠나면 자동으로 의원 직을 상실한다. 박의원측 관계자는 박근혜 대표와 만나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고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는 지난 3월15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출국 직전 박세일 의원과 면담이 잡혀 있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의원은 당초 탈당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사퇴서를 수리하면 평당원으로 남아 백의종군할 작정이었다. 

한나라당 처지에서 박세일 의원의 탈당은 단순히 당원 한 명, 의원 한 명을 잃는 것 이상이다. 박근혜 대표에게는 더 그렇다. 박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입당시킨 한나라당의 제갈공명이 바로 박세일 의원이다. 지난해 경선에서 당 대표로 취임하자 박대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고개 숙이고, 무릎 꿇고, 엎드려 절하는 것은 내가 하겠다. 대신 미래에 대한 정책 비전은 박교수가 맡아 달라“며 그를 설득했다.  박세일 교수는 박대표의 청을 받아들여 서울대를 떠나 여의도로 향했다.

박대표는 지난 1월 박의원을 정책위원장으로 중용했다. 하지만 끝내 두 사람은 현실론과 원칙론에서 갈렸다. 박세일 의원은 “박근혜 대표에게 행정도시특별법은 타협해서는 안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박대표는 정치는 현실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세일 의원은 곧바로 강단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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