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어머나 복고풍 거세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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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문화계 ‘히트 코드’로 자리 잡아

 
신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어머나>를 히트시켜 트로트를 부활시킨 장윤정씨처럼 한나라당도 체질을 개선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여의도연구소의 보고서 때문인데, 강재섭 원내대표가 ‘장윤정 벤치마킹론’을 적극 설파하기 시작하면서 크게 관심을 모았다.  

장윤정 벤치마킹론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여의도연구소의 인턴 연구원 신경숙씨였다. 올해 갓 대학을 졸업한 신씨는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한나라당과 가수 장윤정’이라는 글에서 장윤정이 성공한 비결을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기존 가치에 새로움을 더했다. 팬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적극적으로 알렸다’고 분석하고, 한나라당이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어머나 신드롬’에서 장윤정의 성공 비결만을 배운다면 그것은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 끝만 보는 일이 될지 모른다. ‘어머나 신드롬’이 가능했던 것은 얼마 전부터 복고열풍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장윤정 이전에도 김성혜 등을 비롯해 트로트를 부른 신세대 가수는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신드롬을 일으키지 못하고, 이내 잊히고 말았다.

대중문화판에서 복고와 리메이크가 화두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사가 청산할 대상이지만 문화판에서는 과거사가 복권시킬 대상이다. 소재와 아이디어가 고갈되면서 대중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은 그 돌파구를 복고와 리메이크에서 찾았다.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등 영화에서 시작된 복고 열풍은 이제 드라마와 대중 가요 전반에까지 확산되었다. 

복고 열풍은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 신세대 키치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어머나>처럼 신세대 취향에 맞춘 변형 복고 상품이 패션과 뮤직비디오에서 재현되고 있다.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SBS <웃찾사>와 박빙의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S <개그 콘서트>가 왕좌를 수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복고 코드였다. ‘신동작그만’ ‘신봉숭아학당’ 등 리메이크 코너가 인기를 모으면서 <웃찾사>의 추격을 따돌렸다. 복고 열풍에 대해 ‘경비 아저씨’ 장동민씨는 “지나간 것은 단지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받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것이 맞는 것이라면 지금도 통한다”라고 말했다.

 
<웃찾사>의 추격이 거세지자 <개그 콘서트> 제작진은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전략적으로 고참들에게는 수비수 역할을 맡기고 신참을 전진 배치해 공격수를 맡게 했다. <개그 콘서트>에서 요즘 가장 인기가 좋은 개그맨은 ‘복학생’ 유세윤(24), ‘안어변 안상태26), ‘경비 아저씨’ 장동민(25) 씨이다.  <개그 콘서트>가 개그 명가로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든 이들 세 사람의 캐릭터가 갖는 공통점 역시 복고 코드다. 이들은 지나간 유행을 따라 하거나(복학생), 첨단 문명에 처진 모습을 보여주거나(안어벙), 아니면 사회에서 밀려난 기성 세대의 시선을 대변하며(경비 아저씨) 웃음을 선사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개그의 아이디어를 주로 부모 세대로부터 얻는다는 사실이다. 안상태씨는 친할아버지와 동네 아저씨들의 모습에서 ‘안어변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장동민씨의 ‘경비 아저씨’ 캐릭터는 자기 아버지를 따라 한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인생을 통해 수십 년 동안 검증한 웃음을 방송에 활용하고 있다. 유세윤씨는 ‘꺼진 유행도 다시 보자’는 자세로 지나간 유행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복학생’ ‘안어변 ‘경비 아저씨’ 캐릭터의 공통점은 현재를 부정한다는 것이다. ‘복학생’은 지나간 유행이 최고라고 우기고, ‘안어변은 전자제품의 첨단 기능을 부정하고, ‘경비 아저씨’는 기득권자를 무시한다. 이런 캐릭터는 복고 열풍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세대가 자신들에게 ‘아부하는’ 기성 세대보다 ‘맞장 뜨는’ 기성 세대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복고 열풍 초기에 신세대가 받아들였던 기성 세대의 캐릭터는 자신을 망가뜨리며 신세대에 아부하는 기성 세대의 모습이었다.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아빠 박영규씨를 시작으로 여러 중견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망가뜨리며 신세대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복고 열풍이 안정기에 접어든 요즘은 <지구를 지켜라>의 백윤식씨처럼 꼬장꼬장하게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기성 세대의 모습이다. 망가진 기성 세대의 캐릭터로 무장한 오지명·최불암·노주현 씨가 주연한 <까불지 마>보다 여운계·김수미·김을동 씨 등이 투박하고 까탈스런 시골 할머니의 모습을 살린 <마파도>가 흥행하는 것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일은 고수하되 게임의 법칙은 바꿀 필요가 있다. 신세대가 깐 멍석 위에서 승부를 펼쳐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윤정씨의 <어머나>가 히트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나 뮤직 비디오를 통해서가 아니었다. 한 휴대전화 광고에 배경 음악으로 쓰인 이 노래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전파되면서 열풍을 일으켰다. 이 사실은 비주얼 위주의 댄스 음악에 눌렸던 트로트가 모바일을 통해서 재도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 쾌거였다.

개그 프로그램의 복고 코드에서 정치권이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코미디 하우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그 콘서트>와 <웃찾사>가 복고 코드를 스탠딩 개그라는 새로운 형식에 녹인 반면 전통 형식의 개그를 고수했던 <코미디 하우스>는 결국 시청률이 떨어져 폐지되었다. 전통적인 가치를 고수하되 새로운 링 위에서 싸우는 것, 이것이 바로 대중 문화에 부는 ‘과거사 열풍’의 핵심 코드이다.

 
그가 첫 번째로 충고한 것은 ‘몸을 낮추라’는 것이었다. 그는 “경비 아저씨 캐릭터는 처음에 잘난 척하는 사장 캐릭터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싫어했다. 경비 아저씨로 설정을 바꾸니까 같은 개그를 해도 관객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정치인들도 자신을 낮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그는 정치인들에게 바보가 되라고 주문한다. <개그 콘서트>와 <폭소 클럽>에서 장씨는 주로 바보 캐릭터를 맡고 있다. ‘신동작그만’ ‘신봉숭아학당’ 등 리메이크 코너에서 새로운 바보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웃기기도 힘들어진다. 사람들이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불경기에는 사람들이 바보 캐릭터를 선호한다. 바보처럼 보여야 마음을 연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똑똑한 바보’가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바보라고 해도 손해보고 당하기만 하고 맨날 얻어맞기만 하면 시청자가 싫어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보는 힘 있는 사람을 조롱하는 똑똑한 바보다”라고 말했다. 그는 “힘 없는 바보가 힘 있는 주인을 조롱할 때 시청자들은 웃는다. 정치인들도 가진 사람 처지에서가 아니라 서민의 처지에서 기득권자를 비꼬아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세 번째 충고는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바보 캐릭터는 쉽게 웃길 수 있지만 쉽게 질린다. 그리고 한번 바보는 영원한 바보이기 때문에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바보 캐릭터를 현대화했다. ‘신동작그만’의 바보는 남을 괴롭히는 바보다. ‘폭소 클럽’ 3-6-9의 바보는 성공한 사람을 조롱하는 바보다. ‘신봉숭아학당’의 바보는 세상을 무시하는 바보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로 그가 정치인들에게 주문한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라’는 것이다. 그는 “개인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청자와의 공감대다. 공감대가 생기지 않으면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 놓아도 시청자는 웃지 않는다. 정치인들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를 하게 되면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기성세대의 가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세대의 방식대로 부딪쳐보는 ‘화이부동’의 정신, 그것이 바로 ‘복고열풍’의 핵심일 것입니다. 아버지 세대의 소슬한 풍경을 즐기고자 ‘짝퉁 포장마차(텐트바)’와 ‘짝퉁 리어카(오뎅바)’를 찾는 아들 세대에게 “이리와, 진짜 인생 쓴맛을 보여주마”라며 포장마차와 리어카로 데려가 본다면 자연스럽게 ‘문화적 합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개그콘서트>의 복고3인방(‘복학생’ 유세윤, ‘안어변 안상태, ‘경비아저씨’ 장동민)이 참 흥미로운 ‘시대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지나간, 사소한 것으로부터 부담 없고 따뜻한 웃음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서명숙이 만난 사람’에 이들 셋을 불러 ‘우리 시대의 웃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조만간 저는 ‘우리 시대의 바보’에 대해서 기사를 써보려고 합니다. 개그프로그램에서 늘 사랑받는 존재는 바로 바보 캐릭터입니다. <웃찾사>의 느림보 복서, 윤택이 그렇고 <개그콘서트>의 엉터리 쇼호스트 안어벙이 그렇고, <폭소클럽>의 실패자 장동민(3-6-9)이 그렇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바보를 보고 웃을까요? 영구(심형래)-맹구(이창훈)-뉴맹구(심현섭)으로 이어지는 ‘우리 시대의 바보’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이 기사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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