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응5-예즈청 후속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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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즈청은 자신의 책 <중국 대전략>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현재 어떤 상황이며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를 약 80쪽 분량으로 별도의 한 장(제3장, '중국 세계대국 되기와 중국의 대미 전략적 선택')을 할애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제4장은 기타 '성장중인 세계 대국과의 관계'를 논하고 있습니다.
4장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예가 오늘날 세계화 시대의 중국 세계 대국화 전략으로 '다극화 전략'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장중인 세계 대국은 상호 관계에 4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경쟁 관계, 선린-협력 관계, 적대 관계, 공존 관계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대국 관계는 왕왕 경쟁성을 갖는다(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면, 이해가 중첩되기 때문이겠지요)며 그 예로, 영국과 독일, 중국과 일본, 중국과 인도, 일본과 러시아 등을 듭니다. 주목할 것은 일본을 경쟁 관계의 범주로 넣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3장으로 돌아가서, 예는 지난번 살펴보았던 것처럼 미국과 사이좋게 지낼 수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를 제시했지만, 그렇다고 충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충돌 가능성쪽으로 사고가 치우치다 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균형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건국 초기의 중미 관계는 이유야 어찌됐든 '너 죽고 나 산다(니쓰워후어더)'는 식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고 난 뒤 예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 그리고 중국을 다루는 방식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우선 예는 미국 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해가며 미국 내의 대중국 인식을 6개 시각으로 분류합니다. 흔히 하는 '중국 위협론' '중국 붕괴론'이 여기서 상술되며, 기타 중국 경제력 성장에 주목하여(주로 중국을 'rising power'로 보는 태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국의 국익에 위협이 된다'는 시각, '중국이 적이 될지 친구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는 시각, '중국의 발전의 전체적인 추세는 정상적'이라는 시각이 소개됩니다.
그 다음으로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의 문제가 분석되는데, 예는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앞서 서방 사회가 성장중인 세계 제국에 써먹어온 수법을 또한 6가지로 정리해 소개합니다. 예방적 전쟁(preventive war), 평형(balanc of power쯤 되겠습니다)과 알제(으어쯔, 영어로는 containment), 추수 정책(말 그대로 '따르는 것'인데, appeasement가 이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약속(예는 '국제 체제의 규범을 따르도록 하는 것'으로 풀이합니다), 접촉(비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 현상 유지에 장애가 되는 것을 개선하는 것), 그리고 책임 회피 및 도피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예는 위의 수법들이 딱 부러지게 하나만 쓰이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예는 현재의 성장하는 나라로서('rising'에 해당되는 용어는 '굴기'-쥐에취) 미국이 주목하는 나라가 셋(중국 인도 러시아-최근에는 브라질도 명단에 오른 것 같습니다)이 꼽힌다고 합니다. 이 나라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대국(그냥 great power, 이에 대해 세계 대국은 world powe 또는 글로벌 파워쯤 되겠지요)이라는 점, 미국과 동맹 관계가 없다는 점, 바꿔 말해 미국의 통제 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예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는 이렇게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전략적 위치를 잡은 뒤, 미국이 접촉과 알제(봉쇄)를 병행해왔다고 주장합니다. 가령 미국이 소련과 대결하던 냉전 시기에는 사실상의 '준동맹 관계'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접촉 정책'을 유지했고, 냉전이 끝난 뒤에는 중대 변화가 생기긴 했는데, '친구도 적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로 성격이 모호해졌다는 것입니다.
예의 이같은 평가는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제가 알기로, 냉전 이후의 미중 관계는 분명히, 특히 중국측에서 볼 때 분명한 적대 관계였습니다. 미국과 한창 경제 관계를 확대시키고 있을 때에도 중국은 틈만 나면 미국의 패권주의와 강권주의를 비난해왔습니다. 그런데 예는 지난 1980년대~90년대의 적대 관계를 '아주 복잡한 관계'였다고 두루뭉실하게 처리한 뒤, 사실 '친구인지 적인지 잘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선언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뭔가 감지됩니다. 옌은
냉전 시기 때의 협력 관계는 '사실상의 준동맹'으로까지 밀어 올리고, 탈냉전 시기 갈등은 '축소'시켜버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는 옌교수가 이런 식으로 잔뜩 의구심 어린 눈길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시도는 먹혔을까요. 저는 먹혔다고 봅니다. 옌의 저서가 나온 직후 미국의 <포린 어페어즈 >(2003년 11/12월호)는 '중국의 이륙'을 특집으로 다뤘는데, 에반스 메데이로스와 테일러 프래밸은 중미 외교 안보 관계를 다룬 논문에서 바로 옌즈청의 주장(구체적인 이름은 표기하지 않고 그냥 '한 학자'로 되어 있습니다)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며 '중국인들이 패권 국가와 패권 행동을 구별하고, 중국의 평화와 발전이 (미국의)단극 시대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며 중국인들의 사고 전환을 상당히 호의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입니다.
미국 전략가들의 공명을 얻은 옌즈청의 실제 목소리는 다음 회에 한번 더 듣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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