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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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국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입니다. 문화재청(과거 문화재관리국)에서 펴낸 <지정문화재목록>을 보면 이회장은 모두 18점(종수로 따지면 숫자가 더 늘어납니다)의 국보를 갖고 있습니다. 또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관장 홍라희·이건희 회장의 부인)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문화재단은 12점의 국보를 갖고 있습니다. 둘을 합치면 30건으로 이는 전체 국보(2003년 7월31일 현재 306호까지 지정)의 10%에 달합니다.
삼성가가 보유하고 있는 국보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유한 국보와 비교해 볼까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는 국보는 66점입니다. 따라서 삼성가의 국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45%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경제 분야 뿐 아니라 문화면에서도 삼성가가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국보 가운데 개인이 갖고 있는 것은 전체의 40% 정도입니다. 나머지 60%는 국가나 사찰, 문중 등이 갖고 있습니다. 이회장 다음으로 국보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간송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전성우씨로 모두 11건의 국보를 갖고 있습니다. 그밖에 20여명의 개인이 국보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회장이 갖고 있는 국보들은 금동미륵반가상 등 불상과 금강전도 등 그림, 청화백자와 상감청자 등 도자기류, 불경인 대방광불화엄경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1962년 12월20일 국보로 지정된 것에서부터 1991년 1월25일 국보로 지정된 것까지 시간차도 큽니다.
이회장이 갖고 있는 국보의 가치는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고미술업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와 관련,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96년쯤 호암미술관에서는 중요문화재들을 보험에 들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소식통은 “보험가액을 산정하니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엄청났다. 그래서 문화재 한 점의 가액이 300억원 정도로 산정됐어도 50억원 정도로 대폭 낮춰 책정하곤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회장의 ‘유별난 국보사랑’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있습니다. △수집 품목이 사료적 가치보다는 고가인 골동 문화재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개인 소유여서 연구자가 연구대상에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너무 독주하니 다른 기업이나 사람들이 문화사업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회장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내다 팔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회장의 ‘국보 사랑'은 문화재에 대한 기본적인 안목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 고미술업계 인사들의 이야기입니다. 이회장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인 고 이병철회장으로부터 문화재를 보는 안목과 식견을 배워 상당히 높은 수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분청사기에 대한 이회장의 사랑과 자긍심은 대단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회장은 또 국보 등 호암미술관에 있는 중요 문화재의 사진자료들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합니다. 앨범으로 만들어져 있는 이 자료에는 해당 문화재의 규격과 특징 등 세세한 사항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물을 보고 싶은 마음을 수시로 사진을 보면서 달랜다는 것입니다. 이회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삼성 본관 집무실이나 한남동 집에 있는 문화재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위치를 바꾸는 등 변화를 준다고 합니다.
이회장은 지난 1997년 펴낸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나설 때면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흩어진 문화재들을 모아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것만이라도 한데 모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미술계 인사들은 이회장의 문화재 수집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있긴 하지만 해외로 유출될 수도 있는 중요한 문화재들을 지켜낸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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