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장사 돈 되더라, 도전장 던진 대기업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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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수입 노려 외식업 진출 붐…고속 성장으로 시장 10% 차지

 
‘스타벅스’ ‘TGI' '베니건스’ ‘빕스’ 등 이른바 잘 나가는 외식업 브랜드는 대부분 대기업의 ‘작품’이다. 롯데·신세계·CJ 등이 일찍부터 외식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사업군을 키우자, 최근 1~2년 사이 다른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삼양·삼립·동원F&B 같은 식품 기업들은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던 끝에 외식사업에까지 손을 뻗었다.   

설탕·밀가루 등을 주로 생산했던 삼양은 2003년 하반기 카페형 베이커리인 ‘믹스&베이크’를 출시하면서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문을 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점까지 모두 네 군데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 젊은 여성을 주고객으로 한 카페 믹스&베이크는 스파게티·샌드위치와 함께 빵·아이스크림·샐러드·커피 등 다양한 간식 메뉴를 제공한다. 60여 년 동안 빵 전문 회사로 한 길을 걸어온 삼립식품도 지난해 10월부터 우동 전문점 ‘사누끼보레’를 서울 강남·신촌 등지에 열기 시작했다. 동원F&B는 돈까스·우동 전문점 ‘그랑누들’을 오픈했다.

전통적인 식품 기업뿐 아니라 현대종합상사나 코오롱, 행남자기처럼 먹거리와는 전혀 무관했던 기업들까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종합상사는 고급 회전초밥과 롤 전문점인 ‘미요젠’과 하우스 맥주 전문점 ‘미요센’을, 코오롱이 출자해서 만든 회사 ‘스위트 밀’은 치즈케이크와 망고주스 등을 판매하는 ‘스위트 카페’를 잇달아 열고 있다. 도자기 사업만 해왔던 행남자기도 지난 1월 서울 신사동 본사에 베이커리 카페 ‘크리스피 앤 크리스피’를 오픈하고, 외식사업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기업들이 외식사업에 잇달아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물론 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행남자기 관계자는 “도자기가 경기에 민감한 상품이어서 불황을 이기려면 관련 사업 다각화가 불가피했는데, 외식사업으로 이를 타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베이커리 가게 곳곳에 도자기를 전시해 도자기 매출도 함께 올려 보겠다는 계산이다. LG투자증권 황호성 연구원은 “제품 원가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음식료업체나 신규 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기업 처지에서 보면 외식사업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이다. 스타벅스와 같은 빅히트 사례를 보면 단 한 번의 성공으로 떼돈을 벌 수 있는 곳이지 않은가. 게다가 외식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라고 분석했다.

프랜차이즈 외식 시장 규모는 연간 45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현재 대기업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5조원 가량이어서 10%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주5일 근무제 확산과 생활 패턴 변화 등으로 가구당 외식비가 날로 늘어나고 있어 전체 외식 시장의 성장세는 불황기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2일 통계청의 ‘식료품 분류별 소비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 근로자 가구가 한 달 평균 사용한 외식비는 27만4백58원으로 전체 식료품비 지출(55만5천5백96원)의 48.7%에 달한다. 자금과 경영 노하우를 쥔 대기업 처지에서는 빼앗아 올 ‘땅’이 많은 시장인 데다 시장 전체의 파이 또한 계속 커지고 있으니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현대종합상사 홍보팀 이은명씨는 “국제 경기에 좌우되는 무역업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필요하다. 현대종합상사는 그 대안으로 외식 사업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의 스위트 밀과 현대종합상사의 미요센·미요젠만 들여다보아도 외식사업이 대기업 처지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신규 사업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스위트 밀은 코오롱이 일본 외식 기업인 무기노호 사와 공동 출자해 지난해 초 설립한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가 프랜차이즈로 출시한 브랜드는 치즈케이크·망고주스·커피 등을 함께 취급하는 ‘스위트 카페’. 지난 1년 동안 주요 백화점에 입점해 시장성을 확인받은 이 브랜드는 요즘 프랜차이즈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직영점만 열다가 지난 12월부터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을 받기 시작했는데, 가맹점을 열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4~5평짜리 매장에서 월평균 4천만원 이상씩 벌어들이고 있고, 일부 백화점 매장은 월평균 매출액이 6천만원을 넘는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스위트 카페에서 판매하는 천원짜리 스틱형 치즈케이크는 지금까지 100만 개 이상 팔렸다. 또 서울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이 제품을 학생들 간식으로 공급할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 15억원에 불과했던 회사 매출액은 올해 1백5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년 만에 10배 성장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스위트 밀 노영국 대표는 “올해 말까지 스위트카페를 70개 이상 열 계획이며, 닭꼬치 전문 브랜드인 토리고도 30개 가량 열어서 매장을 총 100개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현대종합상사 외식사업팀에서 출시한 미요젠·미요센 역시 극심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외식업 브랜드이다. 회전초밥과 롤 전문점인 미요젠 매장은 점심 때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고객으로 넘쳐난다. 매장당 6억원 가량의 초기 투자 비용이 들었지만, 매장당 월평균 2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어 두 브랜드 모두 출시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의 외식사업 진출은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상승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식품 기업들의 외식사업 진출은 이미 원재료 생산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는 데다, 구축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 먹거리 기업이라는 전통 이미지를 등에 업고 소비자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비식품 기업들도 기존 인적 자원과 경영 노하우를 외식사업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아이템 개발에서부터 시장 조사까지 무역업에서 다진 실력을 활용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전세계 각지에 지사와 주재원이 나가 있는 무역회사 특성상 아이템 찾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미요젠과 미요센 아이템은 일본과 독일 주재원들의 아이디어와 시장 조사를 통해 출발했고, 덕분에 수월하게 안착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외식사업이 대기업에게 만만한 곳만은 아니다. 대기업이어서 불리한 점도 적지 않다. ‘돈 많은 대기업이 먹는 장사에까지 손을 뻗쳐야 하느냐’는 정서적 반감이 만만치 않은 데다, 시장 상황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황호성 연구원은 “외식사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유행이 자주 바뀌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위험성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몸집이 가벼워서 유행에 따른 새로운 아이템을 빨리빨리 개발할 수 있지만, 대기업은 몸집이 커서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대표적인 외식 브랜드 7개를 가진 CJ푸드빌이 지난해 1천1백25억원 매출에 영업 이익을 27억원밖에 내지 못한 것이야말로 국내 대기업의 외식사업 현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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