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은 도피중, 홈피는 개편중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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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24명 ‘홈페이지 없는 사연’ 각양각색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의 홈페이지는 1년 내내 ‘개편중’이다. 국회에 입성할 때만 해도 그는 멋들어진 홈페이지를 선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부인의 유탄을 맞았다. 선거 때 억대의 금품을 뿌린 혐의로 부인이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녀는 지금껏 검·경의 추적을 따돌렸지만,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의 추적을 따돌리지는 못했다.

네티즌들은 김의원 홈페이지에 몰려가 비난 글을 올렸다. “한두 개도 아니고 그냥 놓아둘 수도 없었다. 삭제라도 할라치면 난리가 났다. 폐쇄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라고 김의원측 관계자는 말했다. 부인은 ‘도피중’이고 홈페이지는 ‘개편중’인 김의원은 네티즌의 접근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봉쇄형이다.

현역 의원 가운데 ‘e-정치’로 상징되는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는 의원은 24명이다. 이들은 봉쇄형·절약형·첨단형으로 나뉜다. 봉쇄형은 많지 않다. 선거법을 위반한 의원도 대부분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그런데 성격 탓에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ㄱ의원이 대표적인데, 그의 보좌관은 “한번은 자신을 다룬 뉴스를 인터넷으로 보다가, ‘썅’이라는 댓글을 보고 무슨 뜻이냐고 묻더라. 욕이라고 했더니 노발대발 하더라”고 말했다. 댓글 하나만 보고도 장유유서가 무너졌다며 개탄하는 ㄱ의원은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았다.

절약형은 유승민·정의용·조성태 의원 등 주로 비례대표 의원이다. 홈페이지를 제대로 만들고 관리하려면 적어도 천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비례 대표로서 후원회를 꾸리지 않은 처지여서, 가급적 씀씀이를 줄였다. 상대적으로 지역구의 민원이 없다 보니, 홈페이지가 없어도 큰 불편이 없다.

이들과 달리 경북 군위·의성·청송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첨단형에 속한다. 그는 홈페이지 대신 모바일 정치의 선구자다. 김의원 지역구는 상대적으로 노령층이 많다. 김의원도 처음에는 홈페이지를 그럴듯하게 꾸며 운영했다. 하지만 노년층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아, 홈페이지는 방문객이 뜸한 폐가로 전락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휴대전화 모바일 정치다.

요즘은 할아버지·할머니 들도 자식들이 사준 ‘효도폰’은 가지고 있다. 그는 PDA폰 문자 전송으로 의정 활동을 홍보하고, PDA폰으로 지역구민들에게 전화한다. 정액제 요금을 이용해, 비용은 매달 10만원 안팎이면 해결된다. 김의원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PDA 폰에 수록된 전화 인명부만 5천여 명. 이 가운데 지역구 인사가 4천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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