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몸풀기’로 언제나 청춘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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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즐기는 운동 비법/걷기로 시작해 근력 운동으로 마무리

 

 의사들은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는 첨병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환자나 예비 환자들에게 질환에 어울리는 음식과 운동을 처방해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작 본인들은 어떨까. 어떤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체력을 다지고 있을까. 몇몇 의사의 운동법을 소개한다.     

윤방부 교수(연세대 의대·가정의학과)는 우리나라에 가정의학을 소개한 의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1980년대 초까지 별 운동을 하지 않았다. 운동은커녕 오히려 가정의학을  전문 과목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다가 몸도 마음도 상하고 말았다. 마침내 가정의학을 병원의 전문 과목으로 제도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의 몸은 말이 아니었다. “반대하는 의사나 단체들과 싸우다보니 못 먹고, 못 마시고, 못 자는 날이 많았다. 그 결과 살이 찌고, 공연히 짜증내는 날이 늘어났다”라고 그는 돌이켰다.
 
1982년, 신체검사를 하니 혈당이 159(공복), 체중이 75Kg, 혈압이 140/100으로, 30대 후반 남성의 건강치고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잘못하다간 환자가 되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선택한 운동은 체중을 줄이고, 혈당을 낮추고, 체력을 보강해주는 조깅이었다. 다행히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 운동에 적응하기가 쉬웠다.

 당시 그는 서울 등촌동에 살았는데 그곳 주위를 1주일에 나흘씩 뛰었다. 시간이 지나자 속도가 붙었고, 두 달만에 10km를 한 시간에 주파할 수 있었다. 1988년 평창동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그는 일주일에 최소한 닷새씩 달리고 또 달렸다.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체중이 67kg으로 줄고, 혈당과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스트레스도 말끔히 가셨다.  
 
현재 그는 서울 프라자 헬스클럽에서 일주일에 다섯 번씩 운동을 한다. 운동 시간은 주로 저녁 퇴근 무렵(오후 5~7시). 운동의 종류는 워킹, 달리기,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하다.  하루에 평균 1시간 20분씩 운동을 하는데, 가장 먼저 걷기부터 시작한다. 걷기에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5.7km/h 속도로 시작해 6.0km/h로 5분을 뛰고, 그 뒤 8.2km/h 속도로 5분, 8.7km/h 속도로 5분, 9.2km/h 속도로 30분을 뛰는 것이다. 마무리는 8.7km/h 속도로 5분, 6.5km/속도로 5분을 달리는 식으로 정리해간다. 걷기를 통해 소비하는 칼로리는 5백50~5백60kcal. 

 걷기가 끝나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강화한다.  팔 굽히고 옆으로 구부렸다 펴기 90회, 팔 쪽으로 구부렸다 펴기 90회 등도 중요시하는 운동이다. 크게 하루 운동 시간을 나누면 준비운동 3~5분, 유산소운동(걷기+달리기) 1시간3분(560kcal 소모), 근력운동 6가지 20분, 정리운동 7~10분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는 반드시 월요일~금요일에 운동을 한다. 윤교수는 “운동을 통해서 생활의 탄력을 얻고, 좀더 생동감 있게 살고 있다. 또 음식에 제한이 없어, 먹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 힘찬병원에 가면 묘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이천수 원장(관절염 전문의)이 뒤로 걸어 다니며 회진을 하는 것이다. “2년 반 전에 우연히 일본 의사가 쓴 글을 읽고 시작하게 됐다”라고 그는 말했다. 일본 의사는 뒤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운동이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맨 처음 그는 초기 관절염 환자 20여 명과 함께 뒤로 걷기를 시작했다. 과연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지 어떤지 궁금했던 것이다. 하루 30분씩 뒤로 걸으면서 환자를 관찰했다. 석 달 뒤 분석해보니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뒤로 걷기를 한 환자의 채혈을 측정해보니까, 무릎의 온도가 0.3℃ 상승했던 것이다.

 보통 우리 몸은 온도가 낮으면 통증을 덜 느낀다. 따라서 온도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통증이 줄었다는 뜻이다. “20%에게서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뒤로 걷기는 확실히 초기 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라고 이원장은 확신했다. 그는 요즘도 회진할 때면 뒤로 이동한다. 무릎 뒤쪽 연골을 단련시키기 위해서다. 앞으로만 걸으면 이 연골이 닳게 되고, 그로 인해 관절염에 걸릴 수도 있다. 뒤로 걷기는 결국 그 연골을 보호해서 관절염을 예방해준다. 시간은 하루에 약 30분. 

 
 
뒤로 걷기의 미덕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원장은 초보자는 두려운 데다 장단지 등이 아파서 오래 못한다며, 5분 정도 뒤로 걷다가 20분 정도 앞으로 걷는 식으로 운동량을 늘려가라고 충고했다.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속도를 내려고 욕심내다 보면 큰코다친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하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서울 서초동 강남베스트클리닉의 이승남 원장과 함께 걸으면 몸이 몹시 분주해진다. 특히 조금 먼 거리를 이동할라치면 거의 뛰다시피 따라나서야 한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파워 워킹으로 몸과 정신을 다진다. 그의 걷는 속도는 보통 사람의 세 배. 훈련이 안된 사람은 발을 재게 놀려야 겨우 따라붙을 수 있다.
 
파워 워킹을 할 때 그의 자세는 학처럼 반듯하다. 평소보다 보폭을 10cm 정도 더 벌리고, 고개를 바짝 들고 전방을 주시하면서 발을 옮기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병원으로 들어설 때, 점심을 먹으러 이동할 때 걷는 거리 등을 모두 합치면 그가 하루에 파워 워킹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거리는 20분에, 약 4~5km에 달한다.
 
파워 워킹의 첫 걸음은 15년 전에 떼었다. 체중이 불고 몸이 굼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효과는 놀라웠다. 헬스와 함께 두 달을 걸었더니 체중이 67kg에서 58kg으로 줄어들었다. 15년간 그 체중은 한번도 2km 안팎을 오른 내린 적이 없었다. 그는 “파워 워킹은 체중 감소 효과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체내 노폐물을 제거하고, 성 기능을 높여주는 것도 무시 못할 효과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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