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운동 궁합’은?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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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체력측정 후 알맞은 처방 받기

 
 몇 년 동안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5~6km를 뛰었다.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였다. 5~6km를 뛰면 보통 25~30분이 걸렸다. 다행히 그 정도를 뛰어도 숨이 차거나 힘든 적은 별로 없었다. 언제나 몸이 적당히 땀에 젖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최근 몸이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거리를 늘린 게 화근이었다.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도전한 거리는 8km. 다행히 조금 힘들었지만 한 번 멈춰 선 끝에 완주를 했다. 두 주가 지난 뒤 더 늘린 거리는 10km. 5km를 왕복하는 방식으로 도전했다. 그런데 20여 분쯤 달려 5km를 찍고 돌아섰을 때 문제가 생겼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정신이 어질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숨도 고르고, 손바닥으로 다리와 배를 두드리며 한참을 걸었다. 그래도 몸의 원기가 회복되지 않았다. 퍼뜩 마라톤대회에서 급사한 사람들 생각이 났다. 그들 역시 나처럼 체력을 과신하다가 화를 초래했을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내 체력이 얼마만큼의 거리를 감내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를 찾아간 것은 그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내 체력을 측정하고, 거기에 맞는 운동을 처방받고 싶었다.

 09시 00분.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울산의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근력·지구력·순발력 등을 측정하기 위해 11가지 검사를 받게 되며, 그 결과에 따라 운동을 처방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마라톤 완주자 중에도 관상동맥경화증·협심증 환자가 있을 정도로 육안으로는 사람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체력은 ‘건강 체력’(심폐지구력, 유연성, 근력, 근지구력)과 ‘운동 체력’(민첩성, 순발력, 평형성)으로 나뉜다. 일주일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 약 50여 명. “대부분이 40, 50대 환자들이다. 운동만큼 좋은 보약이 없다. 운동하는 횟수가 늘면 늘수록 병원 가는 횟수가 줄어든다”라고 진소장은 덧붙였다.

 
 09시 20분. 접수를 끝내자 정태호씨가 검사 기록지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체력 측정을 제대로 받으려면 검사 두 시간 안에는 담배나 술, 카페인을 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혈압과 맥박 측정에 들어갔다. 그 결과 각각 121/74mmHg, 82회(1분)가 나왔다. 정상. 키와 몸무게도 쟀는데, 1백70cm(평균치 172cm)와 59.3kg(평균치 62.5kg)을 나타냈다. 근육량과 체지방량도 측정했는데, 각각 49.9kg(표준치 52.2kg)과 11%(평균치 남성 15%, 여 23%)로 나타났다. 두 수치가 낮다는 것은 조금 말랐다는 뜻이다.  

 09시 43분. 근력, 유연성, 민첩성, 지구력 측정에 나섰다. 먼저 악력(握力) 측정. 목발 손잡이처럼 생긴 묵직한 기구를 쥐고 손에 힘을 주었다. 좌우 수치가 똑같이 37.8kg(평균치 35kg)을 가리켰다. 순발력을 측정하는 제자리 뛰기에서는 48cm(평균치 40cm)를 뛰어올랐다. 평형성을 알아보는 눈 감고 외발서기에서는 40초를 버텼다(평균치 25초).

 앞의 화면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마자 발을 벌리는 민첩성 검사에서는 370ms(ms는 100분의 1초)를 기록했다(평균치 420ms). 근지구력을 측정하는 30초간 윗몸 일으키기에서는 19번을 해냈다(평균치 16번). 마지막으로 유연성을 측정하는 상체 앞으로 숙이기. 몸이 뻣뻣하게 굳어 바닥에 손이 닿을 듯 말 듯했다. 최종 기록은 -0.4cm(평균치 4cm). 정씨가 “다 괜찮은데 유연성이 좀 처진다”라고 말했다

 10시 13분. 정씨가 엉덩이 둘레와 허리둘레를 쟀다. 그는 “엉덩이 둘레로 허리둘레를 나눈 값이 1 이상이면 비만이다”라고 말했다. 정상은 0.8인데, 내 비율은 0.88이었다. 곧바로 운동부하 검사로 이어졌다. 이 검사는 지속적인 달리기를 통해 심장·폐 기능과 순환기계 반응 등을 측정한다. 즉 서서히 운동량을 늘려가며 심전도· 혈압·심박수 등을 측정해 심장과 순환기계에 이상이 없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간혹 건강한 사람도 이 검사를 통해 심근경색(심장마비)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정태호씨는 말했다.

 웃통을 벗고 심장 부위에 심전도를 측정하는 전극을 연결했다. 그리고 집게로 코를 막고, 마우스피스를 물고, 지름 2cm가 될까 말까 한 파이프 형태의 관을 물었다. 러닝머신처럼 생긴 기계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1단계, 1.7마일/h의 속도로 걷는 단계다. 3분이 지나자 2단계(2.5마일/h, 경사도 5°)의 속도로 바뀐다.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효과적인 운동 종류·방식, 과학적으로 점검


 또다시  3분이 지나자 이번에는 속도 3.4마일/h, 경사도 10°의 3단계로 바뀐다. 토끼처럼 달리는 상태가 된다. 숨이 가빠져 온다. 3분을 뛰고 나자 속도가 더 빨라지며 숨이 차오른다. 4.2마일/h의 속도에 경사도 18°의 가파른 길이다. 곁에 있는 정씨가 몸이 어떠냐고 묻는다. 손가락으로 ‘힘들다’는 표시를 보내자 정씨가 기계를 세웠다. 모든 검사가 끝났다.

 10시 40분.  진영수 소장을 다시 만났다. 그의 앞에는 내 몸과 체력의 모든 것이 기록된 결과표가 놓여 있었다. 우선 그는 “운동을 하다가 심장마비가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운동 뒤 피로 회복도 빠르다”라고 말했다. 폐활량도 49.1㎖/kg로 평균치 35㎖/kg보다 40% 이상 높았고, 맥박 수도 최고 169회(1분)까지 상승했다. 진소장은 보통 사람은 130~140회(분) 정도만 되도 버거워하는데, 나는 150회에서도 꾸준히 뛸 수 있는 체력이라고 말했다. 그의 결론이 (40대 초반의) 나를 으쓱거리게 만들었다. “지구력, 폐활량만 놓고 보면 30대 초반의 체력이다. 마라톤을 완주할 수도 있다.”

 10시 58분. 그렇다면 앞으로 달리기만 해야 하는 걸까. 운동처방사 윤은경씨와 마주앉았다. 그는 맨 먼저 근육과 지방을 늘리라고 말했다. 도움이 되는 음식은 우유, 육류, 달걀, 치즈 등이다. 떨어지는 유연성과 근력을 보완하기 위해 그는 체조와 스트레칭, 역기 같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상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수영과 테니스를 해도 좋다고 했다. 

 이때 운동의 강도가 중요하다. 가령 역기를 할 경우 자신이 들 수 있는 무게의 100%를 다 드는 것이 아니라, 60~85%를 들어올린다. 대신 횟수를 늘린다. 즉 한 번에 8~12회씩 들어올리고, 그것을 2~4번 정도 반복한다. 최하 16번에서 최고 48번까지 들어 올리라는 말이다. 윤씨는 평소의 내 운동 방식에 대해서도 조언했자. “달리기의 경우 1주일에 한두 번 뛰어서는 유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유산소운동은 1주일에 3~5번 하는 것이 좋은데, 월·수·금에 하는 식으로 하루 걸러 한 번씩 하거나, 5일 동안 쭉 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매일 운동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운동도 일종의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쉬어주는 게 좋단다. 단, 유연성을 키워주는 스트레칭은 좀 다르다. 운동 강도가 약해서 매일 해도 몸에 별 무리가 없다. 기자는 요즘 6,7km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운동처방사의 충고처럼 가능하면 하루 걸러 하루씩 뛰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과연 1년 뒤에 내 몸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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