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먼지진드기 ‘똥’이 문제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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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3분의 1에 알레르기 반응 일으켜…퇴치제·차단 침구 ‘인기’

 

봄은 청소의 계절이다. 화창한 햇살이 집안에 들이치면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가 드러나고, 두툼한 겨울옷과 이불을 빨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봄 청소는 구석부터, 장롱 안부터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시 말하면, 먼지부터 털어내라는 말이다. 특히 침대보나 이불 등에 붙박여 사는 집먼지진드기는 이른 봄 실내에서 퇴출해야 할 ‘공공의 적’ 1호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집먼지진드기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유는 하나, 적을 알면 백전백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놀라움 그 자체다. 세포 숫자만 보아도 그렇다. 인체는 약 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별만큼 많은 세포가 몸 구석구석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세포의 10분의 1만이 인간의 세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세포 90조 개는? 다름아닌 박테리아다. 그러니까 인체의 10분의 9를 다른 생물체가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의 몸과 주위를 둘러보면 ‘어?’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사실이 적지 않다. 집먼지진드기도 마찬가지다. 비록 미운털이 박힌 처지이지만 신기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집먼지진드기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질문 하나. ‘왜 모든 집의 먼지 색깔은 똑같을까?’ 집집마다 카펫 색과 소파 색이 다른데 왜 먼지는 항상 잿빛이냐는 물음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답은 간단하다. 집안 먼지의 주성분이 사람의 죽은 피부 세포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죽은 피부는 벽에 비비거나 손으로 긁지 않아도 날마다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낙엽처럼 떨어진 얇은 피부 조각들은 수백만~수억 개가 모여서 희끄무레한 먼지로 변한다. 집먼지진드기는 바로 이 회색 먼지를 먹고 산다. 더러운 먼지를 먹어치운다는 점만 보면 언뜻 익충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집먼지진드기의 뒤꽁무니를 보면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헝겊 소파·카펫에 가장 많이 ‘잠복’


 

몸뚱이가 0.1~0.4mm에 불과하지만 집먼지진드기가 인체에 끼치는 해악은 바퀴벌레 그 이상이다. 1921년 이래 집먼지진드기는 천식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원흉으로,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에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일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아 천식 환자의 80% 이상, 비염 알레르기의 91.3%인 항원이 집먼지진드기였다.

현재 국내에서 그같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 집먼지진드기는 주름먼지진드기·뿌리진드기·발톱진드기·고기진드기 등 12과 26종이다. 다리가 네 쌍인 이들은 온도 25~30℃, 습도 75~85%의 환경에서 잘 자란다. 또 몸의 80% 이상이 물인데, 사람을 물거나 찌르거나 독을 내뿜거나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하지는 못한다. 하는 일은 오로지 세 가지. 먹고 싸고 이동하는 것뿐이다. 수명은 암컷이 100~1백50일, 수컷이 60~80일쯤 된다.

문제는 뒤꽁무니로 배설하는 변이다. 마침표(.) 반만하고, 매일 20개 정도 배설하는 집먼지진드기의 변이 무슨 문제가 될까 싶지만 상상 외로 엄청나다. 외국에서 진행된 몇몇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 가량이 집먼지진드기의 분비물 속에 있는 성분(구아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작은 주사 바늘로 집먼지진드기의 분비물을 피부에 주사해서 지름 4mm 정도의 빨간 돌기가 돋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우리 몸 관찰 노트> 로버트 버크만 지음, 휘슬러 펴냄).

구아닌에 관해서도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 결과, 구아닌은 집먼지진드기가 먹잇감을 자기 분비물 안에 보관할 때 쓰는 효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사람의 피부 세포를 쇠약하게 만들고, 기관지 내벽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기도(氣道)를 통해 인체 내부에 깊숙이 들어가 천식 발작을 유발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먼지진드기가 먼지 1g당 100마리 있으면 인체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검출되는 양은 그 숫자를 훨씬 뛰어넘는다. 좀 시간이 흘렀지만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1991년 조백기 교수(가톨릭대 성모병원·피부과)는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의 집안에 있는 집먼지진드기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5월에 그 숫자가 가장 적었고, 8~10월에 가장 많았다. 홍천수 교수(신촌세브란스병원·내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집먼지진드기는 헝겊 소파에 가장 많이 잠복해 있고(먼지 1g당 4백3마리), 카펫에도 3백17마리가 숨어 있었다. 담요와 이부자리에서도 각각 2백98마리와 2백82마리가 검출되어 집안에는 안전지대가 없음이 밝혀졌다.

집먼지진드기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같이 온도와 습기가 적당한 공간이 늘어나면서개체 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발 빠른 사람들이 집먼지진드기를 그냥 놓아둘 리가 없다. 그동안 가정에서는 햇볕과 세탁을 통해 집먼지진드기를 제거해왔다. 그러나 그 일은 버거웠다. 담요와 이불보를 2~4주마다 한 번씩 뜨거운 물(55℃ 이상)로 삶고, 베갯속과 이불속은 1년마다 한 번씩 교환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먼지진드기 청소 업체들 “바쁘다 바빠”

 
집먼지진드기 퇴치 업체들은 바로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자주 삶고 말리지 못하고, 자주 쓸고 닦지 못하는 가정의 집먼지진드기를 퇴치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집먼지진드기 산업’이 뿌리를 내렸다. 미국 국립환경보건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1999년 미국의 집먼지진드기 제거제 시장 규모는 45억 달러가 넘었다. 한국에 집먼지진드기 퇴치제가 본격 등장한 것은 3,4년 전이다.
안용준 교수(서울대·독성학)가 대표로 있는 내츄로바이오텍은 국산 집먼지진드기 퇴치제 생산 라인의 맨 앞에 있다. 제품 이름은 알러제로. 이 제품은 천연 계피 추출물의 향으로 만드는데, 일본과 미국에서도 특허를 취득했다.

알러제로는 분무형과 훈증형이 있는데, 훈증형이 더 인기다. 냄새로 구석구석에 있는 ‘적’들을 퇴치하기 때문이다. “피부가 약한 아이들의 방이나 침구에 사용하면 특히 유용하다”라고 이규석 내츄로바이오텍 과장은 말했다. 내츄로바이오텍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30억원(소비자가 기준). 올해는 브라질·뉴질랜드·호주 등지에 수출해 8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엔바이타’는 피톤치드를 이용해 집먼지진드기를 제거한다. 피톤치드를 직물이나 침구류에 분사하면 집먼지진드기가 사라진다.
최근 인기를 끄는 집먼지진드기 산업 분야는 ‘진드기 차단 침구’와 ‘알레르기 클리닝’이다. 침구업체 ‘알레르망’과 섬유 벤처 기업 ‘꾸미’는 집먼지진드기 차단 침구 세트를 생산 판매한다. 알레르망은 극세사로 만든 침구를 선보이고 있다. 즉 집먼지진드기와 분비물의 크기는 0.4~0.01mm이지만, 극세사로 만든 침구의 평균 공극은 0.002mm이다. 한마디로 유해 물질이 파고들 틈이 없게 만든 것이다.

꾸미는 집먼지진드기가 기피하는 물질로 알려진 은으로 원사를 만든 뒤, 그것으로 침구 ‘실버피앙’을 제작해 판매한다. 꾸미에 따르면, 실버피앙을 덮고 자면 전자파와 수맥은 물론 6백50여 가지 유해 세균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꾸미 김호철 과장은 “천식이나 아토피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 특히 많이 찾는다. 값은 조금 비싸지만 그만한 효과를 낸다”라고 말했다.

알렉스·세스코·반딧불이 등은 청소를 통해 집먼지진드기를 퇴치한다. 알렉스의 경우 집먼지진드기 퇴치를 의뢰하는 가정이 있으면 일단 달려간다. 그리고 독성을 측정하는 키트로 집안 먼지에 집먼지진드기가 얼마나 있는지 측정한다. 여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고주파와 살균 광선이 분사되는 기계인 알렉스클릭스시스템으로 매트리스나 이불 등을 청소한다.

알렉스 김윤오 대표는 “25cm 깊이에 있는 먼지까지 빨아들여 집먼지진드기는 물론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악취를 제거한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현재 알렉스 지사는 90개가 있는데, 각 지사마다 하루 평균 두세 가정에서 청소 의뢰가 들어온다. 강력한 오존을 발산하는 기계를 이용해 집먼지진드기를 퇴치하는 반딧불이에도 고객의 주문이 몰리고 있다. 이 회사 강성종 대표는 “집먼지진드기를 죽인 뒤 강력한 헤파필터가 달린 청소기로 분비물까지 쓸어내, 소비자의 만족도가 꽤 높다”라고 말했다.

에이스침대는 침대 전용 초강력 방충·항균제 마이크로가드를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다. 이 퇴치제는 에이스침대공학연구소와 SK케미컬이 만들었는데, 매트리스 옆에 있는 100원짜리 동전만한 구멍에 넣어두면 1년 동안 집먼지진드기가 침투하지 못한다. 임양호 대리는 4월30일까지 마이크로가드를 나누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펫 쓰지 말고 환기 자주 하라
습도 낮추면 집먼지진드기 줄어

집안에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박멸하려면 무엇보다 어른들이 부지런해야 한다. 청소와 빨래를 자주 하고 틈 나는 대로 환기를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경 교수(인제대 서울백병원·소아과)는 집먼지진드기 수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습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습기나 환기를 통해 습도를 55% 이하로 낮추면 집먼지진드기가 눈에 띄게 준다.”

마루 등 바닥 청소를 할 때 물걸레를 이용해도 도움이 된다. 집먼진진드기와 배설물이 워낙 미세해 진공청소기로도 잘 흡수되지

알레르기 질환을 줄이는 청소법

·물걸레를 이용해 집안 청소를 자주 한다.
·침구류는 자주 햇볕에 말리고, 55℃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한다.
·침대 매트리스·베개·이불은 ‘특수 커버’로 씌운다.
·베갯속은 합성수지 제재를 사용한다.
·카펫이나 천 소파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털이 있는 인형, 봉제 인형은 피한다. 사용하게 되면 자주 삶는다.
·실내 습도를 55% 이하로 낮춘다.
·가구나 장식은 가능하면 줄인다.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다.
·집안에서는 금연하고, 바퀴벌레를 퇴치한다

않기 때문이다. 침구를 55℃ 이상 뜨거운 물에서 한 달에 두세 번씩 빨아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카펫은 집안에서 안 쓰는 것이 이롭다. 사람의 각질이 잘 들러붙어서 집먼지진드기의 낙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집안에서 카펫을 쓰고 싶으면 드라이클리닝을 자주 하라고 충고한다(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드라이클리닝으로 집먼지진드기를 죽일 수는 있지만, 배설물의 농도를 낮추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침대 위가 안전할까, 침실 바닥이 안전할까. 2002년 이인숙(극동정보대·간호학)·문정순(가톨릭대 간호대) 교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침실 바닥이 훨씬 안전하다. 집먼지진드기 항원량이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습기가 있는 헝겊류를 실내에 두지 않고, 양털로 된 매트나 담요를 쓰지 않으면 집먼지진드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라고 이인숙 교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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