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바로잡아 ‘병의 씨’ 말린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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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비염 한방 치료법/폐부터 음식 조절까지 ‘완전 정복’

 
30대 중반인 김미라씨는 황사철이 두렵다. 그렇지 않아도 민감한 코에 난리가 나기 때문이다. 재채기 발작과 줄줄 흐르는 콧물, 눈까지 시뻘겋게 충혈해 여간 볼썽사납지 않다. 약을 먹어 보지만 그 때뿐이다. 그냥 놔두면 으슬으슬 몸살 기운이 돌면서 기운이 쪽 빠진다. 

황사 철이 아니더라도 발작은 사시사철 김씨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을 때도 여지가 없다. 깨끗하게 세탁해 옷장에 넣어둔 옷이라도 꺼내서 입기 전에 다시 세탁해야 한다. 잠은 침대가 없는 마루 거실에 나가 잔다. 마루에는 소파는 물론 천 커튼도 없다.  

쇼핑을 할 때면 스타일이 구겨질 각오를 해야 한다. 싼 옷을 찾아 이월 상품 코너를 기웃거릴라치면 1~2년씩 묵은 옷의 섬유 먼지에 김씨 얼굴은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알뜰히 쇼핑할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김씨는 한 손에 휴지를 두툼하게 들고서 이월 코너를 누비는 버릇이 생겼다. 

김씨는 전형적인 알레르기 비염 환자다. 양방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치료법으로 집먼지·꽃가루·동물 털 등 알레르기 발작을 일으키는 항원을 멀리하는 회피 요법, 약물 치료, 수술 치료, 면역 요법 등을 활용한다.  

몇년 전 동네 한의원에 갔을 때 ‘몸을 보해 저항력을 기르고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약국에서 그때그때 약을 사먹는 것으로 버텨왔다. 임신하자 증상이 심해졌지만 약을 먹지 못해 고통이 더 컸다. 출산 후 수유 기간까지 보태자 꼬박 1년을 속수무책으로 흘려보냈다. 아이 때문에 병원에 갔을 때 소아과 의사는 김씨의 숨소리를 듣더니 ‘젖먹이는 엄마라도 사용할 수 있는 약’이라며 코 스프레이를 처방해 주었다.  
 
알러지 비염 탓에 ‘다크 서클’ 나타나기도   

과연 김씨 코는 어떤 상태일까. 내시경으로 김씨 코 안을 들여다보던 한의사 김형일 원장(코비한의원 분당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코로는 숨을 못쉬겠네.” 몇 년을 방치한 탓에 코 살이 부어올라 공기가 드나들 틈이 없었던 것. 김씨 눈에도 내시경 화면 모습은 정상 코와 한참 달랐다. 왼쪽 코는 세 겹의 콧살이 서로 맞붙다시피 해 아예 내시경을 집어넣을 수 없었다. 김원장은 “목소리를 들었을 때 호흡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눈 밑의 ‘다크 서클’이 코 주위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생긴 울혈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양방에서는 이 경우 눈밑 다크 서클을 아예 ‘알레르기 샤이너(allergic shiner)’라고 부른다. 비염을 앓는 아이들의 경우 눈밑이 검어져 ‘너구리 얼굴’처럼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김원장에 따르면, 비염을 앓을 경우 김씨처럼 내부 코 살이 부어오르는 비후성 비염인 경우가 80~90%이다. 드물게 위축성 비염이 나타나는데, 흡사 뇌에 주름이 잡히듯 코 살이 쭈글쭈글 쪼그라들고 숨을 쉴 때 자극 때문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비율은 10% 미만. 비염 환자 대부분은 상비갑개·중비갑개·하비갑개로 나뉘는 세 층의 코 살이 부어올라 호흡 곤란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된다. 

김씨는 일단 기본 처치로 면봉에 한방 추출액을 발라 코 속에 바르고 꽂아두는 면봉 치료를 했다. 몇 분 지나자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계속되었다. 내시경을 넣은 후 알레르기 반응까지 겹쳐 발작이 시작된 것이다. 면봉에 도포한 추출액은 냉한 기운의 한약재인 황연을 기본으로 열을 가라앉힐 수 있게 만들어진 맑은 추출액이다. 김씨처럼 코 살이 협착된 상태를 몇 년간 방치하면 아예 붙어버리는 유착이 진행된다. 그 경우 찢다시피 코 살 사이를 벌려야 하는 수도 있다.  

 
한의원에는 김씨처럼 만성 환자 비중이 높다. 약으로 처치하다가 약이 더 듣지 않는 상태가 되어서야 근본 치유를 해보자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원장은 “붓고 늘어진 코 근육을 일시적으로 수축시켜 주는 약제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근육이 스스로 힘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기 쉽다”라고 경고한다. 

코 살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오는 경우도 김원장을 곤혹스럽게 한다. 가장 아래쪽인 하비갑개를 잘라내는 경우가 많은데, 코가 뚫리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으나 중비갑개와 상비갑개의 부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호흡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기가 코로 들어와 적당히 덥혀지고, 코 점막의 섬모가 필터 구실을 하면서 양질의 공기가 몸 안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호흡이다. 그러자면 하비도(下鼻道)와 상비도(上鼻道)가 두루 제구실을 해야 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한의학에서는 코를 치료할 때 폐가 튼튼해지는 치료법을 통해 근본 치료를 꾀한다. 폐는 코에 그 구멍을 열어놓고 있다는 뜻으로 ‘폐개규어비(肺開窺於鼻)’라고도 하고, 폐가 코를 주관하고 있다는 뜻으로 ‘폐주비(肺主鼻)’라고도 한다. 폐를 튼튼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차거나 건조한 공기 혹은 탁한 공기에도 견딜 수 있는 저항력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김원장은 여기에 환자가 할 몫으로 적절한 섭생을 강조했다. 인스턴트 음식과 체질에 맞지 않는 식단 탓에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씨의 예를 들어보자. 김씨는 일단 ‘태양’ 진단을 받았다(하지만 체질 진단은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하므로 속단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태양 체질일 경우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로 식단을 꾸며야 한다. 과일도 키위 바나나 파인애플 복숭아 포도 감은 좋지만 그 외는 체질과 맞지 않는다. 문제는 태양 여성의 경우 태음 체질의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태음인은 육식을 즐기고 특히 소고기가 없으면 못 사는 체질이다. 그 식단에 맞추다 보면 탈이 나기 쉽다는 것이다. 

자기가 전형적인 소음 체질이라고 생각해왔다는 김씨는 체질 진단과 상관없이 자신의 식생활이 원장의 진단과 맞아떨어진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즉 자기는 나물이나 야채를 좋아하고 과일이라면 특히 좋아하는데, 남편 때문에 육식 비중을 높였다는 것이다. 

‘증상이 같다고 해서 처방이 똑같을 수 없다’는 한의학의 기본 원리가 비염 치료에도 적용된다. 김원장은 한의원을 찾아 ‘맞춤 처방’을 받으라고 주문한다. 자가 진단은 금물이다. “경험 많은 한의사도 한 번에 체질을 알아내기가 어려운 마당에 시중에 돌아다니는 체질 정보로 섣불리 딱지를 붙이면 일을 더 망치게 된다”라고 그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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