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전국 정당 올해 안에 창당한다"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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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충남 지역 영향력 1위 심대평 도지사 인터뷰

 
심대평 지사를 만나러 충남으로 내려가면서 걱정이 앞섰다. 속내 드러내기를 꺼리는 충청도 사람들처럼, 행여 선문답으로 일관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에서다. 하지만 도지사실에서 만난 심지사는 비교적 시원시원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 말도 별로 느리지 않았다. 인터뷰는 4월20일 오후 5시에 이루어졌다.

대전·충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공직 생활의 주된 부분을 고향에서 지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이 지역을 잘살게 만들 것인가에만 모든 생각이 집중되었고, 대전·충남이 심대평 인생의 거의 전부처럼 착각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 점이 인정을 받은 모양이다.

중부권 신당을 추진하려는 것도 그런 맥락인가?
우리가 추진하려는 정당을 지역 정당이나 중부권 신당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물론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화, 이것은 우리 나라 현실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다 같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역을 볼모로 하는 정치는 반대한다. 새로운 정치를 해볼 때가 되었다. 특히 ‘분권화’를 21세기 화두로 삼는다면, 행정뿐 아니라 정치의 분권화도 중요하다. 중앙당이 모든 걸 좌우하는 게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역량을 가지고 인재를 뽑아서 국가에 보내고, 지방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조화하는 그런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린다.
이상은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치는 현실이니까 이걸 어떻게 현실화할 것이냐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조그만 수첩을 꺼내며) 그래서 생각날 때마다 이 수첩에다 메모를 하면서 정당의 이념을 어떻게 할지 숙고 중이다.

정치 분권화를 강조했는데, 그게 결국 지역 정당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들린다.전에 누군가가 ‘연립 정당을 만들어보자’는 칼럼을 썼던데, 아마 연합 정당을 의미한 것으로 본다. 뭐냐 하면, 각 지역에서 자기들 스스로 후보를 결정하고 당선시켜서 대표들을 중앙으로 보내면,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국정을 논의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 지방도 중앙과 대등한 처지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겠는가. 열린우리당이 출발은 그렇게 잡고 한 것 같은데, 전략 공천이니 뭐니 하는 바람에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게 다 ‘이해’를 못 버렸기 때문이다. ‘정치는 장악력이 중요한데 되겠느냐’며 너무 이상적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장악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과거에 젖어 있기 때문이고, 지금은 다르다. 

이 지역민들은 충청권의 박탈감을 풀어줄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이 지역이 지지 기반이 될 수는 있겠지만, 출발부터 그렇게 시작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단언컨대, 중부권 신당은 아니다. 전국을 포괄할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

신당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는가?
빠를수록 좋지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몇 년이 걸릴 수는 없고, 금년 내에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도로 자민련’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자민련을 해체하고 그 자민련이 모태가 되어서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든다고 하면 도로 자민련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출발하고, 거기에 자민련 사람들이 일부 참여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행정가 출신이어서 과연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행정적으로는 (내가) 리더십이 있다고 인정하는가?(웃음). 만약 그렇다면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신뢰에서 비롯한다. 행정가로서 뿐 아니라 정치가로서도 리더십은 신뢰를 주는 것이지 강압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권한을 행사해서 리더십이 생기면 그것은 독재다. 도민들이 심대평 믿을 만하다고 해서 리더십이 생겼다면 그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선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는가?
그거 물어보면 참 답답하다. 왜냐하면 행정을 한 사람과 정치를 하는 사람의 차이가, 정치하는 사람은 ‘나 대통령 하겠습니다’ 먼저 해놓고 나머지를 준비하는 스타일인데, 행정하는 사람은 말을 던지면 반드시 실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준비해놓고 말을 던진다. 따라서 다음 대선의 문제는 언젠가 다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전국적 인지도는 약한데...
글쎄, 인지도가 가장 높은 사람을 국민이 과연 선호할까? 그보다는 나이와 관계없이 신선한 사람을 선호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신당을 한다는 데 기대를 갖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인지도를 만드는 것은 요즘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같은 날 한나라당을 탈당한 염홍철 대전시장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같이 신당을 하기로 했던 것 아닌가?
염시장은 염시장대로 고뇌 끝에 정치적 진로를 선택한 것이고, 나는 나대로 정치 진로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노력 중이다. 각자 자기 생각을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가 있다. 원래 행보를 같이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심지사도 결국은 기존 정당과 손잡는 것 아니냐 하는 시각이 있다.
정치란 타협의 예술인데, 타협을 하려면 독자적으로 설 힘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타협이 아니라 굴종이다. 그건 우리 충청도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다.  독자적으로 설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철학이 있으면 거기에는 지지가 뒤따를 것이다.

손학규 경기도지사와는 어떤 관계인가?
후후후, 그건 행정적인 관계다. 두 지역이 상생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도 지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봐서 그런 것이다. 정치적 협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지금으로서는 가·불가를 얘기할 수 없는 단계다. 한번도 그런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행정구역은 반드시 조정되어야 한다. 과거 강이나 산으로 갈라놓았던 행정구역이 지금은 고속도로 등이 뚫리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나오고 있는 방식(전체를 30~60개 광역시로 나누는 방안)이 과연 적합한지는 치밀하게 장단점을 따져봐야 한다.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자칫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행정도시 건설이 이 지역에 도움이 되는가?
단기적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인구 6천명이던 계룡시가 군인 가족들이 이주해서 지금 3만1천명되기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 따라서 50만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다. 게다가 당장은 기업도시도 안 된다, 공기업도 안 들어온다고 해서 손해가 더 많다. 하지만 행정부가 들어서면 민간 투자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도 천년 후에 남겨줄 로마 같은 도시를 대한민국에 남기겠다는 역사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 없이 서울을 둘로 나눈달지 그런 생각을 가지니까 반대하고 찬성하고 하는데, 그게 국가의 미래를 끌고 나가려는 지도자의 생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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