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코 뚫기’ 한 우물 파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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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전문 코비한의원
 
코비한의원 이판제 원장(40·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은 요즘 1년 6개월 전 자기가 내린 결정이 옳았음을 새삼 깨닫는다. 2003년 10월, 그는 경기도 산본에서 사암침법 전문 한의사·8체질 침법 전문 한의사·전통 맥진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비인후과 전문 한의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대구한의대를 나와 카이로프랙틱과 뇌신경을 따로 전공한 이원장은 이미 한방 이비인후과를 통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그는 친구이면서 동료인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비염과 축농증을 잘 치료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들의 ‘특별한 모험’을 말렸다. 종합 과목을 진료해도 병원 운영이 될까 말까 한데, 이비인후과만 진료하면 더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원장은 달랐다. 의외로 비염 환자가 많은 것을 간파한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평촌에 이비인후과만 전문으로 보는 코비한의원을 세우자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그는 올 봄 경기도 분당으로 진출했다. 분당에서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코 질환 환자가 하루에 약 100명 찾아오니까. 지난 한 해 동안 코비한의원에서 진료한 환자 수는 약 3만명(그 가운데 70% 정도가 어린 환자이다)이나 된다. 그 덕에 코비한의원은 지난 2년 동안 서울 상계, 고양 일산 등 10여 곳에 분점을 개업했다.
 
 
그렇다고 코비한의원의 진료 방법과 치료법이 매우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원장은 “코 질환이라고 해서 코만 들여다보지 않는다. 인체 전신의 문제로 보고 진찰하고 처방한다”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다른 한의원과 달리 치료 전의 모습과 치료 후 변화한 모습을 환자들과 공유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환자들의 신뢰를 얻고, 또 완치율을 높이는 것이다. 코비한의원의 진료법과 치료법은 퓨전 음식을 연상시킨다. 코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의료 기술이 있으면 양방·한방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코비한의원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난 풍경이 있다. 진찰을 받은 환자 모두가 양쪽 콧구멍에 면봉을 꽂고 나타나는 것이다. 코에 대롱대롱 매달린 면봉은 마치 곤충의 더듬이를 연상시키는데, 이 면봉은 점막의 부기나 농을 제거해 물리 치료가 원활히 이루어지게 돕는다. 물론 면봉으로 모든 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환자는 UA&IS(통합 항알레르기) 치료법의 도움을 받는다.   
 
 
UA&IS 치료법은 알레르기 질환을 좀더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코비 의료진이 개발한 신개념 치료 시스템이다. 인체 불균형으로 생긴 알레르기나 면역 계통의 병들을 12단계로 치료해 건강 상태로 돌려놓는다. 12단계 치료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2단계 치료법으로 뇌 기능까지 개선

①침구 치료/코 주위의 경혈을 침이나 뜸으로 자극해서 비강 내 조직을 활성화한다. ②훈증 치료/염증을 제거하는 약제를 증기로 만들어 코로 흡입시킨다. 비강의 점막을 가라앉히고, 농(膿)을 줄이거나 없애준다. ③통혈 치료/비강 내에 뭉쳐 있는 어혈을 제거해 저하한 비강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④외치 요법/특수 제작한 통비-7을 환부에 도포해, 민감해진 비강 안의 조직 세포를 전정시킨다. ⑤비강 도포 치료/특수 제조한 한약 액을 콧속에 뿌려서 부기를 가라앉히고, 염증을 없애고, 코막힘을 해소해 준다. ⑥비강 내 배농(排膿) 치료/축농증 처방액을 콧속에 투여해 농을 밖으로 흘러나오게 해서 치료 기간을 단축해 준다. 

 
그 외에도 산소요법, 레이저 치료, 비강 세척 치료, 해독요법, 두개골 조절 요법, 식이 조절법 등이 UA&IS 치료법에 포함된다. 이들 치료법의 목표는 증상을 완화하고, 재발 방지를 막는 것이다”라고 이원장은 말했다. 

뇌신경을 전공한 한의사답게 이원장은 약이나 특수한 자극 등으로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의술도 선보이고 있다. 브레인 플러스(학습 능력 발달) 프로그램이 그것인데, 다양한 검사법으로 아이들의 뇌 기능을 측정한 뒤, 한방과 양방 기술을 결합한 치료법으로 학습 능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검사는 보통 네 가지를 한다. 한국웩슬러어린이지능검사, CANS-3000 검사, 색채 검사, 신경학 검사가 그것이다. 

검사 과정은 비교적 복잡하다. 한국웩슬러어린이지능검사를 통해  어린이의 사회성 성격, 정서, 주의력 등을 파악한 뒤, 도형을 통해 뇌파를 측정하는 CANS-3000 검사를 해서 좌우 뇌 활동도를 진단한다. 그런 다음 색채 검사를 통해 취약한 색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신경학검사는 운동 기능이나 감각 기능 등을 검사해 특정 부위의 기능 저하를 파악해 내는 일을 한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대부분의 어린이에게서 부족한 면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한약이나 아로마요법, 천연향처방·색채치료·시각자극요법·청각자극요법·신경학치료 등을 이용해 불균형한 뇌 기능을 바로잡고, 둔해진 오감을 자극한다. 그 결과는 학습 능력 증진으로 나타난다. 과연 그 일이 가능할까. 이원장은 청각 자극요법과 색채치료를 예로 들며 그 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원장에 따르면, 색채 검사를 해보면 누구나 어떤 특별한 색에 취약한 면을 보인다. 빨간색에 약한 어린이도 있는데, 그럴 경우 빨간색 옷이나 벽지 등을 피하라고 처방한다. 대신 그런 어린이들은 빨간색의 보색(노랑과 초록)을 자주 접하면 뇌와 신체 기능이 좋아진다. 청각 치료는 소리로 뇌를 자극해 불균형한 좌우 뇌의 기능을 조절한다. 가령 우뇌가 기능이 떨어져 있다고 하면, 왼쪽 귀로 목탁소리 등을 반복해 들어 우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식이다.      

 
이판제 원장은 앞으로 비인후과 전문 한의원의 주가가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 오염이 자꾸 심각해지고, 실내 오염 등으로 사람들의 면역력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비한의원 같은 전문 한의원이 많이 생기면 생길수록 환자들의 고통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뛰어난 의술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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