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냄새로 느낀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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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의 후각 기능/50세 넘으면 서서히 퇴화
 
관상학에서 코는 매우 중요한 부위이다. 얼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그 모양새에 따라 사람의 인품이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관상 전문가 신기원씨는 코가 재성(財星:재물을 맡은 별)을 의미하고, 중년의 운을 관장한다고 말한다. 즉 코의 모양이 좋으면 41~50세 운이 훤히 트인다는 것이다.
 
관상학에서만 코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인체학적으로도 매우 요긴하다. 코의 다양한 기능을 생각해 보라.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역시 호흡과 후각 기능이다. 사람은 매일 코로 평균 2만3천40번 호흡하고, 12㎥의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내뱉는다. 사람이 편안히 걷고, 먹고, 마시고,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모두 호흡 덕분이다. 
 
후각 기능은 사람의 기분을 좌우한다. 향긋한 냄새는 마음을 상쾌하게 펴주고, 퀴퀴한 냄새는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인체의 모든 감각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감각이 후각이다. 예컨대 라일락꽃에 코를 댄다고 치자. 그러면 냄새 분자는 비중격 뒤에 자리 잡은 비강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그곳에 있는 점막에 흡수된다. 비강 점막에는 섬모라는 미세한 털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수용기세포(후각세포) 5백만 개가 뇌의 후각 중추에 자극을 보내 냄새를 인지시킨다.
 
냄새의 효과는 즉각적이다. 뇌가 감지한 라일락 향기는 강렬한 이미지와 감정을 자극해서, 라일락 향기와 연관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냄새로 인한 향수는 언어나 사고에 의해 희석되지 않는다. 보는 것, 듣는 것이 쉽게 기억의 쓰레기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전문가가 ‘아이들에게 어떤 문장을 후각 정보와 함께 주었을 때, 후각 정보를 주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쉽게 기억하고 오래 간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억력 강화에도 도움

재미있는 것은 콧구멍 위쪽 끝에 있는 후열이다. 후열은 노란색을 띠는 지방 성분 물질인데, 유전에 의해 색깔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노란색이 짙을수록 냄새 감각이 더 예민하고 날카롭다고 말한다(<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미국 코넬 대학 교수인 애커먼에 따르면, 후각이 발달한 동물은 후열이 진한 노란색이다. 예컨대 여우의 후열은 적갈색이고, 고양이는 진한 황갈색이다. 반면 인간의 후열은 옅은 노란색을 띤다. 인간 중에서는 흑인의 후열색이 가장 진한데, 일부 연구자는 그런 이유를 들어 흑인의 후각이 가장 발달했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냄새는 자연 상태에서 1만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맡는 냄새는 100가지 안팎이다. 사람이 가장 먼저 맡는 냄새는 어머니의 양수 냄새이다. 그 때문에 아이는 초기에 양수 냄새와 비슷한 버터 냄새에 심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냄새에 대한 호오는 변하기 시작한다. 사춘기(14세 이후)가 되면 냄새에 대한 선호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후각은 50세가 되면 서서히 기능이 떨어진다. 그리고 65세가 넘으면 절반 정도를 상실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 시기와 속도가 더 빠를 수도 있다. 80세가 넘으면 후각 가능을 상실하는데, 후각 상실증은 콧구멍 속의 물혹·축농증·알레르기성 비염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의 코(후각) 기능은 어떨까. 새는 코가 정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세계독수리는 냄새로 썩은 고기를 찾아내고, 바닷새들은 냄새를 따라 바다 위를 날아다닌다. 가장 예민한 후각은 역시 네 발 달린 짐승들이 갖고 있다. 뱀과 곤충과 코끼리도 후각이 발달한 축에 속한다. 수컷 나비는 몇 km 떨어진 곳에 있는 암컷 나비의 냄새를 맡고, 돼지는 15cm 땅 속에 있는 송로버섯 냄새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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