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을 숨쉬자
  • 이판제 (코비한의원 원장) ()
  • 승인 2005.04.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는 인체의 건강을 지켜주는 공기청정기이자 냉방 장치이다. 이것이 고장나면 사랑도 행복도 없다. ‘건강의 비상구’ 코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요즘 최고의 화두는 단연 웰빙이다. 운동의 기준도, 먹거리의 기준도, 심지어 전자제품과 주거 공간 구입 기준도 웰빙이다. 그만큼 오래 사는 것 못지 않게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 놓친 부분이 있다. 바로 건강한 숨쉬기이다. 오염된 공기를 날마다 마시면서도 문제 의식을 전혀 안 갖는 것이다.

대기 오염 등으로 환경이 나빠지면 가장 고통을 받는 인체 부위는 코다. 그 바람에 요즘 코는 늘 지쳐 있다. 코가 건강하지 않으면 참 웰빙도 불가능하고, 활기찬 삶도 이루기 어렵다. 이유? 코가 사람을 살아 숨쉬게 하는 핵심부이기 때문이다. 코는 공기를 흡입해 각 조직에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뇌 기능과 성장·발육 등에 도움을 준다. 그뿐인가. 외부의 자극, 변화, 병원균, 스트레스에 대한 첫 번째 방어선 구실도 한다. 

코 막히면 만성적 소화 장애, 식욕 부진 생겨

또한 코는 인체 속의 작은 강이다. 물이 흐르고, 그 위로 공기가 넘실대고, 외부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것이다. 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체의 온도 조절이다. 코를 고성능 공기청정기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코의 점막에 분포한 가는 혈관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의 온도를 인체와 어울리게 조절해준다. 필터 구실을 하는 섬모는 외부의 바이러스나 이물질을 걸러내고 청소까지 한다. 적당히 흐르는 점액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의 습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냄새를 맡는 기능도 코의 중요한 역할이다. 코는 냄새 정보를 콧속 후상피에 전달하고, 그 정보는 후세포를 통해 후구에 있는 후사구체로 들어가고, 다시 대뇌피질의 후각 중추로 전달된다. 그 냄새를 제대로 맡아야 식욕·성욕·성취욕 등이 생기고, 미래 지향적인 기질을 가질 수 있다. 코를 뇌의 일부분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녀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코로 맡는 향기는 사랑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코가 병이 나서 냄새를 맡지 못하면 사랑도 못 하고, 냄새도 못 맡는다. 그 결과는 암담하다. 축농증이나 비염으로 냄새를 못 맡는다는 것은 단순히 몇 가지 냄새를 못 맡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잃는 셈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미래도, 비전도, 방향성도 없다. 물론 행복도 없다. 지금 자신의 코가 얼마만큼 건강한지 진단해보자. 그리고 스스로 건강성을 확인하자.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여기서 도는 길이다. 길은 통로이고, 통로는 과정이다. 과정은 또한 결과이기도 하다. 결과에 집착하다 보면 과정을 놓치기 쉽다. 도는 결과를 속에 품고 있는 과정이다. 그래서 도인 것이다. 코는 바로 도로 가는 인체의 통로이고 과정이다. 또 폐로 가는 통로이고, 심장으로 가는 통로이고, 뇌로 가는 통로이다. 따라서 코가 건강해야 모든 기관이 평온하고 안전하다. 

통로가 막히면 정체 현상이 일어난다. 정체가 되면 속도가 늦어지고, 일부는 다른 길로 돌아간다. 그리고 결국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다. 코도 마찬가지다. 코가 막히면 인체는 정상 기능을 못하고 병이 든다. 거기에서 생성된 콧물은 정상 통로를 벗어나 목으로 흘러가고, 식도를 거쳐 위장까지 흘러간다. 이것을 ‘후비루’라고 한다. 목에도 가래가 고이는데,  염증을 만들어 뱉어도 시원치 않은 ‘매핵기’를 형성한다. 또 위액을 희석해 만성적인 소화 장애나 식욕 부진 증상을 일으킨다. 

산소 공급해 뇌의 열 식혀주는 역할도

만성적인 후비루를 갖고 있으면 부비동염(축농증)에 걸린 것이다. 보일러 파이프에 찌꺼기가 고여 관을 막으면 난방이 되지 않고, 이어서 보일러가 터져 물이 샌다. 후비루는 터져버린 관처럼 고쳐도 자꾸 샌다. 보일러야 새것으로 교체해서 다시 깔면 되지만 사람의 코는 다르다. 아쉽게도 바꿀 수가 없다. 코에 문제가 생기면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보다 더 심한 일이 벌어진다. 재채기·콧물·간지러움·코막힘 같은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코는 뇌의 ‘과열’을 막아주는 냉방 장치이기도 하다. 뇌가 활동을 많이 하면 맑은 산소를 올려보내 뇌를 식혀준다. 코가 건강하면 머리도 좋아지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콧병이 있는 학생들에게 학원에 가기보다 코를 먼저 치료하라고 권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코는 뇌이고, 코는 성적이고, 코는 건강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비염이나 축농증 같은 질환을 갖고 있는 학생들조차 학원 다니기 바쁘다며 치료를 미룬다. 측은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신체의 상태가 최상이면 단 한 시간을 공부하고 서너 시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 비결을 코가 쥐고 있다.

공부를 하다가 하품이 반복적으로 튀어나오거나, 순간적인 졸음이 쏟아지는 것은 뇌의 허혈 증상 때문이다. 허혈은 뇌에 산소 공급이 잘 안되어 일어난다. 그 상황에서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공부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코를 이용해 뇌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문제 있는 코를 치료하는 것을 단순히 코만 낫게 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몸의 모든 부분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삶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출발점이다. 코는 조화롭고 건강한 삶의 출발점이다. 코를 알아야 웰빙이 가능하고,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