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유기농전문점 창업이 늘고 있다. 대형 할인점의 유기농 판매
코너도 확장되는 추세고, 유명 외식 업체는 유기농 전문식당이나 유기농 샐러드바 등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유기농 식품이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유기농식품점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콩고기·생식·유기농 쌀·잡곡·통밀가루 등 백 수십 가지에 달한다. 최근에는 국수·분유·커피·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월간 <창업&프랜차이즈>가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장 75명을 대상으로 ‘2005년 창업시장 기대 아이템과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유기농전문점은 피부·미용 관리점과 함께 기대
아이템 1위를 차지했다. 가장 기대되는 브랜드 역시 유기농 쪽에서 나왔다. 죽전문점 ‘본죽’과 피부·미용관리점 ‘스킨케어 5000’을 누르고
유기농식품점 ‘초록마을’이 1위에 오른 것.
유기농 전문점은 주 고객층이 주부라는 것과
소자본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부 창업에 맞춤한 아이템이다. 10평 안팎의 점포비(임대료·권리금)를 포함해 1억5000만원 이하로 창업할 수
있고, 배달 직원 한 명만 있으면 주부 혼자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농산물에 비해 마진이 적다는 것이 단점이다. 때문에
건강식품이나 생약화장품 등 관련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복합매장이 바람직하다. 산지 생산자와의 네트워크가 탄탄해 상품 공급과 재고 관리 등이
용이한 전문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수월하다.
그렇다면 유기농전문점 창업자들의 사업
만족도는 어떠할까? 올초 <창업&프랜차이즈>에서 서울·경기 지역 98개 프랜차이즈 유기농전문점의 경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업 만족도는 업계 평가와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은 ‘모르겠다’와 ‘보통이다’라는 응답이 45%, 35%로 높게
나타났지만,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 역시 35%나 되었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사업 전망은 ‘밝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반면 ‘지인들에게 유기농전문점 창업을 권유하겠는가’라는 물음에는 ‘반신반의’라는 응답이 40%나 되어 역시 명쾌하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 이를 종합해보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고,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향후 사업 전망은 밝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을까.
유기농 국수·과자 등 가공 식품 잘 팔려
운영상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낮은 마진율(34%). ‘소비자 인식 부족’과 ‘판매 부진’이 각각 29%,
27%로 비슷했다. ‘과당 경쟁’도 지적되었다.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단연 ‘입지 (54%)’를 들었고, 최고 입지로는 대부분
‘아파트 상가 내(83%)’를 꼽았다. 매출 비중으로 보면 ‘가공식품(59%)’이 효자 상품. 유기농 라면·국수·과자 등의 가공식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다음은 쌀·잡곡(23%), 과일(15%), 채소(3%) 순. 유기농전문점의 성공 요인으로는 92%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꼽았다. ‘브랜드 인지도’와 ‘물류 시스템’라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5%, 3%였다.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압도적인 것은 유기농 제품이
아직까지는 일반화하지 않은 고가품이라는 것. 따라서 소비자군이 상품 품질에 그만큼 민감하고 까다롭다는 반증일 것이다.
유기농·건강식은 미주에서도 아직은 ‘비주류’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해마다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해 캐나다까지 진출한 건강식품점 프랜차이즈 ‘홀 푸즈(Whole Foods)’를 벤치마킹할 만하다. ‘홀 푸즈’가
여타 건강식품점과 다른 것은 건강식품과 함께 하인즈 케첩 같은 상품을 판다는 점. 유기농에 아직 익숙지 않은 고객들이 살 만한 몇 가지 물건들을
같이 팔면서 점차적으로 유기농 상품 쪽으로 옮겨가도록 하는 전략이다.
“순수하게 유기농 상품만 파는 가게를 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다면 많은 호응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건강과 쾌락은 똑같이
중요하다. ‘홀 푸즈’는 항상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이 회사 창업자의 말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런
‘균형 감각’이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한다. “건강 쪽에 지나치게 치우치다 보면 고객을 위협할 수 있다. ‘홀 푸즈’는 점진적인 접근
방법을 쓴다”라는 것이다. ‘홀 푸즈’는 인공색소나 감미료를 쓰지 않은 상품, 가능하면 유기농으로 재배한 상품을 고객에게 권한다. 고객에게
상품의 재료와 성분, 가공 과정을 알려줌으로써 선택권을 준다고 한다.
[창업 크리닉]2005년 창업 시장 ‘기대 아이템’ 1위…마진율 낮지만 전망은 밝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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