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충남은 ‘심대평 공화국’
  • 이숙이 기자 (sookyiysisapress.comkr)
  • 승인 2005.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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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 공동 여론조사 결과 심대평 충남도지사가 대전·충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 1위, 유력 정치인 1위로 3관왕을 차지했다.

지방자치 10년 누가 지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조사했나
■누구를:대전·충남 지역 10개 분야 전문가
■몇 명을:500명(행정관료 50명 교수 54명 언론인 40명 법조인 50명 정치인 51명
기업인 50명 금융인 50명 사회단체 50명 문화예술인 55명 종교인 50명)
■어떻게:전화 여론조사
■언제:2005년 4월11~13일
■누가:미디어리서치

2005년은 본격적으로 지방 자치가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우리 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지방자치제도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52년이지만 5·16 쿠데타로 중단되었고, 1991년 지방 자치가 부활되고서도 한동안은 단체장 빼고 지방 의회 의원만 뽑는 반쪽 선거를 치러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기초 의회·광역 의회·기초 단체장·관역 단체장을 동시에 뽑은 1995년의 4대 지방 선거는 명실상부한 지방 자치의 출발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중앙집권적 지방 자치’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여전히 중앙 의존적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지역의 중론이다. 더욱이 중앙으로만 향하는 인재들의 이탈 현상은 지역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시사저널>은 어떤 인물들이 현재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고, 권역 별로 권력 지도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방자치 10년 특별기획/ 누가 지역을 움직이는가’를 새롭게 선보인다. <시사저널>이 매년 창간 기념호에 게재해온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지역판인 셈이다. 12월까지 매달 계속될 시리즈의 첫 회는 신행정수도 건설과 중부권 신당 움직임으로 들썩거리는 대전·충남권을 선정했다.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여론을 미리 엿보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대전·충남은 가히 ‘심대평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대전·충남을 대표할 만한 인물 1위, 대전·충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1위를 휩쓸어 3관왕을 차지했다.

중앙 정치권에서는 이름조차 낯선 심지사가 이 지역에서 대통령보다 더 ‘센’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지역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이 지역 ‘붙박이 행정가’라는 점이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대전고를 나와 서울에 유학한 심지사는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줄곧 관료의 길을 걸었다.

그 사이 전체 공직 생활의 절반 가까이를 고향에서 근무했다. 1981년 대전시장을 시작으로 관선 대전시장 두 번, 관선 충남도지사 한 번, 민선 충남도지사 세 번 해서 모두 16년 몇 달을 이 지역 수장으로 지역민들과 부대낀 것이다. 196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대통령 하면 박정희만 있는 줄 알았듯이, 최소한 충남에서는 도지사 하면 심대평 이름밖에 모르는 세대가 생겼을 정도다.

오죽하면 심지사 스스로 대한민국 행정사에 남을 만한 기록이라고 했을까( 쪽 인터뷰 참조). 대전 출신 한 정치인은 “땡심 뉴스라고 할 정도로 지역 방송에서는 심지사가 거의 매일 방송을 탄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그러기를 10여 년이니 이 지역에서 심지사가 최고의 파워맨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붙박이 행정가로서의 인지도 외에 최근의 정치적 행보는 심지사를 ‘영향력 있는 정치인’ 범주에서까지 1위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자민련 공천으로 세번 연속 도지사에 당선한 심지사는 지난 3월8일 친정 격인 자민련을 탈당했다. ‘충청인들의 사랑과 기대 속에 탄생한 자민련이 지역민들을 연거푸 실망하게 만들어 놓고도 책임을 지거나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신당 추진에 대한 평가, 극명하게 갈려


탈당과 동시에 심지사는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른바 중부권 신당의 깃발을 올린 것. 안 그래도 행정수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이 지역 사람들 처지에서 보면 신당 창당에 찬성하고 안 하고를 떠나 심지사의 신당 추진 의사 자체가 뜨거운 뉴스거리다. 이 때문에 행정 코드에만 묶여 있던 심지사가 대권 주자를 자임한 후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도지사처럼 이제 정치 코드 안에서도 주목되는 ‘정치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행정가로서 심지사에 대한 이 지역의 평가는 열에 아홉이 잘했다는 쪽이다. 심지어 추진하는 일이 모두 잘되었다며 ‘백전백승’이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신당 추진에 대해서는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긍정적인 쪽에서는 이 지역의 정서적 박탈감과 2006년 지자체 선거라는 정치적 수요가 맞물려 ‘심대평 신당’이 의외로 순항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한다. 한 지역 신문 기자는 “대전·충남 정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비열린우리당, 반한나라당이다. 행정수도 이전 때문에 지난 총선 때 열린우리당에 몰표를 주었지만 그 후에 느낀 실망감이 적지 않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반감이 강하다. 이 때문에 우리 지역을 대변할 정당이 필요하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마당에 1년 앞으로 다가온 지자체 선거는 부싯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18일 논산시장·보령시장 등 이 지역 시장·군수 4명이 자민련을 탈당한 것이나, 광역 의원과 기초 의원 들까지 술렁거리는 것은 이 지역이  본격적으로 정치 격랑의 중심권에 들어서고 있음을 반증한다. 서준원 뉴라이트 충청포럼 공동대표는 “충청은 글자 그대로 중심(中心=忠) 지역이다. 뭐가 중심인지도 모른 채 허물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 곳곳에 새로운 중심이 세워져야 한다. 충청이 중심이 되어 신당의 매력에 푹 빠져보자”라고 주장한다.

염홍철 대전시장, 3개 분야에서 2위

하지만 신당 출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장 동참할 세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심지사의 오른팔으로 불리던 이명수 전 충남부지사에 이어 염홍철 대전시장이 열린우리당을 선택했고, 최근 자민련을 탈당한 류근찬 의원 역시 신당이 아닌 여당행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자칫 ‘도로 자민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심지사 주변에서조차 돈과 조직보다 인물 충원이 문제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심지사가 과연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의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지역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심지사가 이미 두 번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4·13 총선 때 끝내 출마를 포기한 점이다. 이 인사는 “심지사와 가까운 인사들은 당연히 심지사가 출마하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JP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미적대다가 결국 주저앉더라. 그때 만약 심지사가 출마했다면 자민련이 이처럼 폭삭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종필 전 총재가 최근 심지사의 신당 추진 움직임에 대해 “행정 관료 출신이 신당 할 수 있겠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인 것도 그런 맥락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이번 4·30 재·보선에 직접 나서지 않은 점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심지사가 신당 추진 의사가 분명하다면 공주·연기 지역 재·보선에 직접 후보로 나섰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기업인은 “이명수 전 부지사가 열린우리당으로 가면서 ‘소대장 없이 또다시 전쟁터에 나갈 수는 없다’는 얘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았다. 심지사가 자기는 안 나가고 주변 사람들만 출마하라는 데 대한 불만이었는데, 주위에서는 일리 있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당이 탄력을 받으려면 심지사가 좀더 분명한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선뜻 기대감을 표출하기에는 아직 미심쩍은 상황. ‘심대평 신당’에 대한 이 지역 민심은 이처럼 복잡하고도 미묘하다. 그래서인지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신당에 대해서는 반대(55.4%)가 찬성(38.8%)보다 좀더 높게 나왔다. 이른바 중부권 신당이 과연 중앙 정치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면모를 갖출 수 있을지, 행여 제2의 지역당 소리만 듣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이번 조사 결과에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한 대학 교수는 정반대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충청도의 예스는 예스가 아니다”라면서, 실제 창당이 가시화되면 최소한 한두 번은 압도적 지지를 보내리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당 안팎의 거센 저항을 감수하면서까지 염홍철 대전시장을 서둘러 영입한 것도 언제 경쟁자로 떠오를지 모를 신당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놓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염시장의 경우 이번 <시사저널>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위, 대전·충남을 대표할 만한 인물 2위,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2위를 차지해 심지사와 함께 이 지역 쌍두마차임을 과시했다. 각 분야별 득표율로 보아도 심지사와 염시장 사이에는 10여%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3위부터는 뚝 떨어져 거의 한 자릿수를 기록한다. 그만큼 두 자치단체장의 영향력이 월등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염시장의 열린우리당 입당에 대해서는, 끌어들인 여당이나 옮긴 염시장이나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벌써부터 “열린우리당이 점점 더 잡탕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염시장이 충청도를 변절의 고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박병석 의원 대약진 ‘눈에 띄네’

두 자치단체장과 달리 현역 정치인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JP를 대신할 만한 충청권 차세대 주자군이 아직 뚜렷하게 형성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4위,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4위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열린우리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 갑)의 도약은 눈여겨볼 만하다.

대전고와 성균관대 법률학과를 나온 박의원은 다양한 기록의 소유자다. 1999년 대전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2000년 총선에서는 DJ계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대전에서 배지를 달았다. 당선 직후 여당 대변인을 지낸 그는 남들은 1년 하기도 힘들다는 국회 예결위원을 4년 내리 맡아 방대한 국가 예산을 좌지우지했다. 그 과정에서 박의원은 대전·충남 지역 예산을 확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그 공으로 염홍철 시장과 심대평 지사로부터 세 번이나 감사패를 받았다. 이 지역 국회의원이 단체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경우도 이례적이다.

2004년 총선에서 너끈히 재선에 성공한 박의원이 대전·충남권의 차세대 인물로 주목된 계기는 행정수도대책소위 위원장을 맡으면서다. 행정수도특별법 위헌 소식에 절망하던 지역민들에게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종횡무진 신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박의원의 모습은 또렷하게 각인되었다. 지난 3월 당원 경선을 통해 대전시당위원장에 선출된 박의원은 차기 대전시장 후보로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때 이 지역을 휘어잡던 자민련과 김종필 전 총재가 얼마나 참담하게 무너졌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나마 김 전총재가 영향력 있는 인물 7위, 대표 인물과 영향력 있는 정치인 3위에 각각 올라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 수치는 미미하다. 유력 대권 주자로서 한 시절을 풍미하던 이인제 의원이나, 자민련을 이끌고 있는 김학원 대표의 위세도 초라해 보인다. 그에 비하면 초선인 열린우리당 권선택 의원(대전 중구)이 영향력 있는 정치인 10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 신선하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대전시 부시장과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지낸 권의원은 대전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 역시 차기 대전시장감으로 꼽히는 다크호스다.

한편, 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는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 지지, 2004년 열린우리당 후보 압승으로 여당의 새로운 텃밭으로 떠오른 이 지역에서 아직은 열린우리당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자민련 보다 낮은 3위를 차지해 명함도 내밀기 힘든 사정임을 웅변했다.

당분간 이 지역에서는 현재의 우세를 굳히려는 열린우리당 세력 대 어떻게든 틈새를 공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신당 세력 간의 신경전이 치열할 것 같다. 그 결과에 따라 이 지역 권력 지형이 크게 출렁일 조짐이다. 
  

 
유관순 열사나 윤봉길 의사 역시 구구한 설명이 필요치 않은 현대적 위인이다. 활동 무대는 달랐으나, 지난 세기 초 충남 천안과 예산에서 태어나 살신성인한 국가 대표 애국자로 손색이 없다.

이처럼 유독 일본과 관련하여 비장한 최후를 맞은 영웅들이 ‘대표할 만한 인물’로 손꼽힌 것은 작금의 반일 코드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더욱이 4백여년 전 활약한 이순신 장군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장기간 현대 정치를 3등분한 JP와 유사한 득점을 한 데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충남 홍성 출신으로, 같은 반열의 위인으로 꼽히는 사육신 성삼문과 김좌진 장군, 한용운 선생이 모두 빠진 것은 이색적이다.

광역 단체장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것이나, 역사적 인물이 이 지역 대표 선수로 선정된 것은 무엇보다 현역 중앙 정치인들에 대한 낮은 기대감에서 연유한다. 김대중 정부 초기 DJP 연대의 영향 아래 한때 ‘충청도는 엄청도(엄청난 도)’라며 스스로 대견해 하던 이들이, 그 이후 ‘도로 멍청도’라며 자조하는 현상과 맞물려 있는, 충청권 특유의 비장한 패배적 정서다.

한쪽에서는 중앙 부처가 옮겨온다고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충청권이 전반적으로는 현재의 “피동적” 정치 실정과 미래의 정치적 선택 앞에서 허무주의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이번 조사는 극명하게 시사하고 있다.

김창영(전 자민련 부대변인·도서출판 따뜻한손 대표)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는 40%가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차기 대선주자를 고르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무엇이 다음 대통령을 고르는 시대정신이 될 것인지의 기준도 아직 뚜렷치 않아서인 듯하다.

가뜩이나 여론조사 결과로 속마음을 읽어내기가 어렵다는 이 지역에서 응답률까지 낮다보니, 차기 주자에 대한 선호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에 적극 반대해서 이 지역사람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서울시장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공동 2위에 오른 것은 의외다. 박대표에 대해서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최대한 행정도시법을 통과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동정표가 있는 데 반해, 이시장에 대해서는 반감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데도, 정동영·김근태 두 장관에 대한 선호도가 낮게 나온 것이나, ‘영향력 조사’에서는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심대평 지사(7위)가 차기 주자감으로는 이미 두 번이나 실패한 이회창 전 총재(6위) 보다 낮게 평가되는 것도 이채롭다.

이숙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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