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연인’ 박신양이 타던 차도 여기 나왔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4.2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 서울 모터 쇼’/럭셔리부터 친환경 자동차까지 2백여 모델 전시

 
지난 4월28일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국국제전시장에서 개막된 ‘2005 서울 모터 쇼’는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보는 자리였다. 성능과 디자인에서 변신을 꾀한 새로운 자동차와 함께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특색 있는 수입차들도 대거 선보였다. 이번 모터쇼에는 세계 10개국 1백79개 업체가 2백여 개 모델을 출품했다. 현대자동차가 그랜저 후속 모델로 낸 TG를 비롯해 새 차 22개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디자인과 기능을 마음껏 뽐낸 컨셉트카 20개,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 10여 가지가 선보였다.

 
개막 첫날부터 관심을 모은 곳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 자동차들이 선보이는 부스였다. 현대자동차 부스에서는 그랜저 시리즈의 4세대 모델인 신형 그랜저가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현대자동차는 럭셔리 프리미엄 대형 세단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48개월 동안 2천5백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신형 그랜저를 이번 쇼에서 공개했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람다/뮤 엔진을 장착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치장한 신형 그랜저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잡아 세웠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씨가 타고 다니던 대형차 스테이츠맨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GM대우 부스도 관심을 끌었다. 개막 첫날에는 박신양씨가 직접 나와 ‘스테이츠맨은 젊고 패기 있는 CEO에게 적합한 차’라고 홍보했다. 호주 홀덴 사가 만든 차를 GM대우가 국내에 들여와 5월 말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이 밖에 미국 시장을 제외하고는 서울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 전세계에 시판된 바 없는 사브의 9-3 스포츠 콤비도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환경을 지키면서도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친환경 자동차들도 눈길을 끌었다. 과거에는 수소나 연료전지 차량이 기술 과시용으로 한 두 품목 전시되었지만, 이번에는 시판 가능성에 무게를 둔 자동차가 다양하게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수소를 이용해 영하 20℃에서도 시동을 걸 수 있는 투싼 연료전지차를 내놓았다. 이 차는 미국 에너지부 주관 시범 운행에 투입될 정도로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기아차는 최고속도 150KM/H를 낼 수 있고, 한번 충전해서 300㎞를 달릴 수 있는 스포티지 연료전지차를 내놓았다.

수입차 중에서는 최고 시속 312㎞의 BMW H2R가 단연 돋보였다. 1978년부터 수소 연료 엔진을 꾸준하게 연구해온 BMW는 속도와 안정성을 함께 갖춘 수소연료 경주 차량 H2R를 개발해 이번 쇼에서 공개했다.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는 세계 최초의 럭셔리 하이브리드카 Rh400h를, 볼보는 생산 과정에서부터 오존층 파괴 성분인 프레온 가스를 제거한 V70환경차를 내놓았다. 혼다는 아시모 로봇과 함께‘어코드 V6하이브리드’와 ‘인사이트’, 수소연료전지차 ‘FCX’등 친환경 자동차 여러 대를 동시에 선보이며 친환경 기술력을 과시했다.

 
거리에서 흔히 보던 자동차와는 다른, 미래형 자동차의 기술과 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것은 컨셉트 카였다. 자동차 기술의 총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각 사의 컨셉트 카들은 수려한 디자인과 기술을 뽐냈다. 현대차는 4인용 스포츠형 쿠페 ‘HCD-8’ 등 미래형 컨셉트카 3종을 선보였고, 르노삼성자동차는 모기업인 르노의 최신 4인용 스포츠 쿠페 ‘플루언스’를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쌍용차는 한국 SUV의 메카임을 과시하면서 디자인이 한층 부드러워진 ‘SV-R' 등 컨셉트 카 5종을 전시했다.

젊은 자동차 마니아들이 가장 북적댄 곳은 물론 스포츠카 앞이었다. 아우디는 늘씬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고성능 스포츠카 RS4를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다. 아우디는 최고 출력 420마력을 자랑하며 4.8초 만에 100km에 도달하는 이 차를 내년부터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카 시보레 콜벳, 꿈의 스포츠카로 불리며 최고 속도 335km/h를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슈퍼 스포츠카 SLR맥라렌, 혼다의 S2000 등이 공개되었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일반인들은 평생 한 번도 구경하기 어려운 럭셔리 세단도 대거 선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로 통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마이바흐62, 롤스로이스의 뉴 팬텀이 대표적이다. 마이바흐62는 550마력의 12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해 안정적이고 편안한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고, 뉴팬텀은 수작업 공정과 맞춤형 제작으로 유명하다.

‘2005 서울 모터쇼’는 8년 만에 국내외 완성차 업체가 함께 참가한‘통합 모터쇼’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서울모터쇼는 1997년 이후 참가비와 전시장 규모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그동안에는 수입차 업체들이 불참해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서울모터쇼 조직위 관계자는“이번 모터쇼에는 국내외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부품 및 디자인 업체까지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로 부문별 파급 효과가 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2005 서울모터쇼’는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의 첫 국제 행사여서 더 화제였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 사업과 관련해 경기도, 고양시, 대한무역투자공사가 총 2천1백95억원을 공동 출자해 경기도 일산에 건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전문 무역 국제 전시장이다. 지상 3층에 전시홀 5개, 2천석 규모 대회의실, 중소회의실 23개 및 각종 부대 시설을 갖춘 킨텍스는 서울종합전시장(코엑스)보다 1.5배나 넓다. 킨텍스는 개관 전부터 한국 전시 산업의 한 획을 그을 것이라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모터 쇼 개막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한국국제전시장은 아직 미완의 전시관이었다. 국내 최대 전시관답게 건물은 웅장하게 단장되었고, 꽤 넉넉한 녹지와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전시장 이용객에게 필요한 인프라는 형편없었다. 제대로 된 ‘비즈니스 센터’도 없었고, 주차장 정비가 부족해 차들이 뒤엉켜야 했다. 전시장 내외부에 안내 표지판이 턱없이 부족해 길을 잃는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각종 국제 회의와 상품 박람회 등을 유치하는 전시·컨벤션 산업은 비즈니스와 관광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1년 내내 국제 전시가 끊이지 않는 독일은 수출입 거래의 3분의 2가 전시회에서 성사되고, 중국과 싱가포르도 최근 전시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도 전시 산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래서 모터쇼 둘쨋날 전시장을 찾은 노무현 대통령도 ‘전시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자원부도 지난해 ‘전시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형 전시장 킨텍스가 한국 전시 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