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께서 강림하시어 “질러라, 질러라” 하시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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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속으로]

 
“지름신이 강림하셨다. 지갑을 열어라!” 요즘 종교를 패러디한 우스개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에 ‘출산드라’가 기독교 설교를 패러디해 외모 중시 새태를 풍자하더니, 이번 주에는 무책임한 소비 성향을 풍자한 지름신이 유행어로 떴다.
‘지른다’는 말은 물건을 충동 구매한다는 뜻이다. 지름신은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마음속의 신이다. “그 분이 오셨어요” “백화점에 갔다가 지름신이 강림하는 바람에 그만 CD 플레이어를 질러버렸어”라는 식이다. 모든 종교가 그렇듯 지름신은 서민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준다. 무분별한 소비로 인한 불안감과 뒷감당은 모두 지름신에게 떠넘기면 된다. 고급 상품은 넘치는데, 정작 주머니 사정은 쪼들리는 ’양극화 경제‘ 시대 애환이 담겨있는 유행어다.

지난 4월26일 한가인·연중훈 연예인 커플에게도 지름신이 강림하셨다. 5백여 명의 인원이 동원되었고 1천5백 명의 하객이 참가한 이 결혼식이 끝난 뒤, 부부는 하룻밤 숙박료가 1천5백만 원이 넘는 쉐라톤 애스톤하우스 스위트룸에서 잤다. 지름신은 가정집 TV에도 강림하신다. 5월부터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디지털 TV로 송금이체· 대출업무· 신용카드 업무와 같은 TV뱅킹이 가능해진다.
지름신은 일산에도 오신다. 4월29일 일산국제전시장에서 열린 2005 서울 모터쇼에 포드·크라이슬러·페라리·롤스로이스 등 세계의 명차가 등장해 수많은 시민들의 시선을 모았다.

지름신은 젊은 직장 여성들에게도 임하신다. 요즘 베이비샤워(baby shower) 파티가 유행하고 있는데 임신 7~8개월된 친구를 축하해 주며 유아용품을 선물하는 이벤트다.
때때로 지를 때는 질러야 한다. 5월5일 어린이날에는 큰 맘 먹고 자녀들을 위해 나들이를 준비하자. 4월22일 개막한 고양시 세계빛엑스포장은 놀러가 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가 없으면 4월28일 전주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도 좋으리라.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지름신의 이미지는 대체로 긴 머리를 휘날리는 남성으로 축약된다. 마치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앙드레대교주의 외양과 흡사하다. 4월25일 앙드레대교주 역을 열연한 신해철은 특유의 컬트 연기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았다.
그 밖에 이주의 인기 검색어로는 아프리카에서 번지고 있는 죽음의 바이러스 마르부르크가 올랐다.

4월 다섯째 주 급상승 키워드 10
1. 어린이날
2. 베이비샤워
3. 세계빛엑스포
4. 연예인커플
5. 전주국제영화제
6. 마르부르크
7. TV뱅킹
8. 지름신
9. 앙드레대교주
10. 서울모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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