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정보 파는 현대판 김선달?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5.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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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업자들, 기상청 데이터 판매

 
날씨를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날씨가 주요 상품인 곳도 있다. 민간 예보사업자들이다. 1997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는는, 현재 등록업체는 11곳(2곳 휴업).  

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다고 자평하는 케이웨더(대표 김동식)는, 연간 50억원 매출을 올리는 알짜 중소기업이다. 기상청이 공짜로 쏟아내는 기상 정보가 있는데 어떻게 수십억원대 매출이 가능할까? 대답은 ‘맞춤 서비스’에 있다. 주요 고객은 언론사, 기업체, 지방자치단체 등 업무에 날씨 정보가 필요한 곳이다. 점차 개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민간 사업자들이 기상 데이터를 따로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기상청의 관측소와 지방자치단체나 수자원공사의 자체 관측 시스템의 기초 데이터를 공유한다. 대동강 물을 파는 셈 아니냐고? 많지는 않지만 기상청에 대가를 지불한다. 게다가 정보를 재가공하는 데 전문성이 필요하며, 고객에게는 날씨를 어떻게 활용할지 컨설턴트 역할을 한다. 관련 장비도 주요 상품이다.  

 고객들은 맞춤 정보를 제공받는 동시에 의무도 부과받는다. 정보를 ‘대외비’로 하라는 것. 공짜 정보에 불과하던 날씨가 상품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따로 있다. 현재 기상청이 일반에 제공하는 정보는 짧게는 매일 3시간 간격, 길게는 1주일 날씨를 제공한다. 물론 장기 개황도 제공된다.

문제는 공개 시기이다. 올해 1~6월 날씨는 1월이 다가와야 발표된다. 가장 관심이 높은 여름 날씨는? 이미 여름이 시작되는 5월 말 혹은 6월 초에 일반에 공개된다. 적어도 6개월 전에는 날씨를 예측해 움직여야 하는 사업자로서는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보사업자들은 그 틈새를 파고든다.   

기초 정보를 갖고 있는 기상청은 왜 그와 같은 서비스를 하지 못할까?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당일 예보가 어긋나도 항의 전화로 몸살을 앓는데 몇 달치 예보를 공표하기는 어렵다.  지난 2월 미국 항공우주국 산하 연구소가 ‘100년 만의 최고 기온’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을 때, 기상청은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올해 한반도가 100년 만의 무더위에 시달린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만들어 뿌린 것이다. 일반인들은 출처가 어디이든 날씨 예측이 어긋나면 기상청을 탓하니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레저 산업이나 관광업 등 날씨가 주요 변인인 곳은 당연 고객이다. 하지만 의외로 가장 큰 고객은 건설업체와 유통업체이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대림건설을 비롯한 건설회사들이 1년에 수천 만원의 정보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현대백화점·훼미리마트·GS25 등 유통업체들도 주요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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