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은 만들어진다
  • 연용호 (창업&프랜차이즈 편집국장) ()
  • 승인 2005.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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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리 집착 말고 사업 아이템에 맞는 점포 구해야 ‘대박’

 

'장사는 목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리, 즉 점포 입지가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입지는 사업의 한 가지 조건일 뿐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창업 전문가들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며 입지를 강조한다. 입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일부 창업자들은 입지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속칭 ‘뭘 해도 되는 자리’라면 무조건 사업을 시작하려 든다.

그렇지만 지금은 괜찮아도 상권의 변화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이므로 언제 상황이 뒤바뀔지 알 수 없다. 입지가 좋은 곳에서 실패하고 반대로 목이 좋지 않은 자리에서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장사 잘되는 자리, 이른바 명당은 본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죽은 점포’를 살린 사업자들이 그것을 방증한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개농역은 출퇴근 인구만 있을 뿐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세 상권은 아니다. 상권 규모 또한 크지 않다. 지난해 2월 ‘뚜레주르’ 개농역점은 그러한 상권 가운데서도 이른바 ‘망하는 점포’ 자리에서 문을 열었다.

돈까스 전문점 등 몇몇 외식 업종이 들어가 해를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던 곳이다. 뚜레주르 개농역점은 그러한 입지 조건을 거뜬히 이겨냈다. 그렇듯 망조 들린 자리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바로 베이커리라는 아이템 선택 덕이다.

점포 입지보다 사업자 마인드가 더 중요

이곳 점주는 “20~30평형대 아파트가 밀집한 주거 지역이어서 젊은 부부와 아이 들이 많고, 바로 옆에 학원들이 몰려 있어 제과점이 제격이라는 부동산 컨설턴트의 조언이 맞아떨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점주의 단체 고객 유치와 단 한 개의 케이크도 배달하는 등 숨은 노력도 꾸준한 매출을 가능케 했다. 제과점은 겉보기와는 달리 육체적으로 힘든 업종이다. 빵의 품질 관리와 개별 포장 등 손이 많이 가 창업자의 성실성과 인내심 없이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서울 반포의 꽃게요리점 ‘꽃지’는 누가 보아도 장사가 안될 만한 곳에 있다. 두 번 다시 찾아가기 어려울 정도의 최악의 입지에 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음식점을 차렸을까 싶을 정도이다.

이곳 역시 고깃집과 우동집이 들어갔다 망해 나간 자리다. 버스 정류장도 없고, 차량 통행은 유턴으로 한정된 데다가, 그나마도 막다른 골목 끝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1, 2층 복층 구조인데 점포 중앙에 계단이 있어 공간 효율성마저 떨어진다. 그러나 꽃지는 그토록 불량한 입지를 극복했다. 오랜 불경기에, 더군다나 단가가 높은 꽃게로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꽃지의 성공은 업종에 대한 창업자의 절대적인 이해에서 비롯했다. 뛰어난 맛과 한결같은 품질, 소신 있는 서비스가 최악의 입지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메인 메뉴에 앞서 나오는 맛깔스런 음식만으로도 고객들 입이 귀밑까지 벌어진다. 이곳 점주는 “손이 많이 가고 원가 부담도 있지만 고객의 입을 쉬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고객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도 각별하다.

꽃지의 간장게장은 간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굴액젓을 2년 동안 햇볕에 말려 발효시킨 국물을 꽃게에 부어 만드는데, 짜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쉽게 먹지 못하는 요리인 만큼 한번 오신 손님은 반드시 만족시켜 드려야 한다’는 것이 이곳 점주의 장사 철학이다.

두 점포처럼 무엇보다 사업 아이템과 잘 맞는 점포를 구해야 한다. 점포를 잡아 놓고 아이템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는 꼴이다. 아울러 입지보다 중요한 것이 사업자 마인드다. 강한 의지를 가진 사업자가 장사하는 곳이 바로 명당이 될 수 있다.

개농역의 뚜레주르와 반포의 꽃지는 명당이란 사업자가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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