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사교육 부추긴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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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학교, 논술 교육 ‘뒷짐’…학원만 ‘희색’

 
“논술 교사에도 세대 구분이 있다.” 학림학원 강상식 논술구술팀장의 말이다. 제1 세대는 이른바 ‘문학형’ 세대이다. 대학들이 논술 고사를 처음 도입하던 1990년대 후반에는 문학 작품이 주로 논술 지문으로 주어졌기 때문에 문학 전공자가 논술 교사를 맡곤 했다. 제2 세대는 ‘철학형’ 세대로 구분된다. 논술 시험에서 철학적 사고 및 논리 전개가 강조되었다. 운동권 출신들이 논술 교사로 대거 투입된 것 또한 이 시기의 특징이었다.

 3세대는 이름하여 컨버전스(융합형) 세대라 할 만하다. 요즘 대학가 논술 고사는 논리적이고 독창적인 글 쓰기 능력은 기본이요, 시사 교양·철학적 사고·영어 구사력 따위를 두루 요구한다. 일부 학교는 방대한 양의 영어 문장을 지문으로 던져준 뒤 이를 요약하고,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라고 요구하는 문제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학원가에서는 논술 교사끼리 영어 스터디를 하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상황이 변해 오는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공교육 현장의 대응이 그것이다. 현재 특목고 등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논술을 정규 교과로 채택하거나 논술 전담 교사를 두고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이에 대한 실태 파악도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논술을 하나의 과목으로 따로 떼어 공부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고 시교육청 관계자는 말했다. 논술은 종합적 판단 능력을 가리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말인즉 옳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이른바 명문 대학들은 대입 전형에서 갈수록 논술 고사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심지어 서울대는 본고사형 논술 고사를 도입할 계획까지 내비쳤다. 전교조는 현상황에서 서울대의 이같은 움직임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애가 타는 부모들이 찾아갈 곳은 학원밖에 없다.

“일선 학교가 지금처럼 논술 교육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라고 서울 상명여대 부속여고 권희정 논술 담당 교사는 말했다. 입시 때문만이 아니다. 제7차 교육 과정의 핵심인 창의적·전인적 인간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통합적인 논술 교육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권씨는, 이를 위해 현장에서 유명무실해진 철학 수업, 토론 수업 등을 살려내는 교과 과정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의 실험도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3년 전부터 관할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논술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윤인숙 중등교육과장은 “실태 조사를 해 보니 학부모들이 논술 과외 때문에 매달 30만원 가량을 쓴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교육청이 직접 나섰다”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이 지역에서 논술 연수를 받은 교사는 2백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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