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에는 나가겠지만…
  • 손장환 (중앙일보 기자) ()
  • 승인 200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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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감독·선수 구성 ‘불안감’…박주영 포함된 공격진은 ‘쓸 만’

 
축구는 정말 묘한 종목이다. 단체로 하는 구기 종목이면서도 전세계에서 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국내 프로 경기와 대륙별 클럽 경기에 열광하고, 대표팀은 올림픽·월드컵을 치른다.

그 예선만 해도 1년 넘게 걸린다. 그 뿐인가. 20세 이하, 17세 이하, 14세 이하 등 나이 별로도 대회를 치른다. 비가 와도 하고, 눈이 와도 한다. 축구 팬들은 1년 열두 달, 축구에만 빠져서 살 수 있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다. 사실 축구는 항상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절정을 맛보았다.

36년 만에 본선에 출전한 멕시코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박창선의 본선 첫 골과 첫 무승부, 그리고 이탈리아를 상대로 2-3 분패라는 ‘혁혁한’ 전과를 올림으로써 한국 축구 팬들의 기대치를 한껏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네 차례 연속 본선 진출에 만족했을 뿐 1승을 향한 목마름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2002년, 한국은 1승뿐 아니라 4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전국을 붉게 물들였다. 그 경험은 이제 축구 팬뿐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최소한 16강)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바로 그 기대가 현재 축구 대표팀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2002년 월드컵 대표팀에 비해 짜임새가 없어 보이고, 뭔가 허술하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도 거스 히딩크 감독과 비교해 능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

과연 독일 월드컵 본선에라도 진출할 수 있을까. 6월 초 우즈베키스탄·쿠웨이트와의 연속 원정 경기는 본선 진출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시합이다. 지난 대회 4강팀이 지역 예선에서 탈락한다면 그 무슨 망신인가.

과연 한국 축구대표팀 믿음직한가? 자, 이제부터 불안의 원인을 따져보자. 첫째, 감독이다. 축구 전문가나 축구 팬 대부분은 본프레레 감독이 히딩크 감독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히딩크 감독의 마지막 모습과 본프레레 감독의 현재 모습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도 본선을 시작하기 전까지 무수한 비난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본프레레, 선수 장악력 약해

2002년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지역 예선을 치르지 않았다. 즉, 히딩크 감독은 1년 반 동안 예선 걱정 없이 자기 일정대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은 장기 합숙 훈련은커녕 짬짬이 예선을 치러야 한다.

객관적인 여건상 본프레레 감독이 히딩크 감독에 비해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감독 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2002년 당시는 개최국으로서의 좋은 성적이 최우선 과제여서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고, 국내 프로팀도 선수 차출에 적극 호응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협회의 지원도 예전 같지 않고, 프로팀은 대표 선수 차출을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대로 해달라고 요구한다. 거기에다 축구 팬들의 눈은 한껏 높아졌다.

모든 여건이 본프레레 감독에게 불리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본프레레 감독의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 있다. 알려져 있듯이 본프레레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를 이끌고 우승한 바 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그러나 1997년 카타르 대표팀 감독 때, 2001년 나이지리아 대표팀 감독 때, 그리고 2002년 아랍에미리트 대표팀 감독 때 모두 협회나 선수들과의 불화로 경질된 경력이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선수들과의 불화다. 한국에 와서도 구설에 오른 바 있지만,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선수들 핑계를 대는 것은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수들의 신뢰가 있었다. 미국 골드컵 당시 나쁜 성적을 내자 국내 여론은 히딩크 감독을 경질하자는 분위기였지만 선수들은 히딩크를 신뢰하고 따랐다는 것이 본프레레와 다른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본프레레의 선수 장악력은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는 선수 구성이다. 2002년 멤버 중 현재도 대표로 뛰는 선수는 이운재 유상철 이천수 이영표 박지성 안정환 설기현 차두리 정도다. 물갈이가 많이 되었다. 박주영 김진용 김진규 등 젊은 피는 활력을 줄 수 있는 요소이고, 박지성과 차두리는 3년 전보다 훨씬 성장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

특히 수비진이 취약하다. 2002년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 이민성은 스피드는 약간 떨어지지만 길목을 지키는 노련함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철벽 수비진을 형성했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의 유경렬 박동혁 김진규 김한윤 김영철 등은 믿음직하지 못하다. 수비는 경험과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 공격수들의 스피드를 따라 갈 수 없다면 길목을 지키는 안목이 필요한데, 이들의 국제 경험은 일천하다. 그 공백을 메워야 할 유상철은 쇠퇴 조짐이 역력하다.

수비진의 자신감이 떨어지면 현대 축구의 흐름인 콤팩트 축구와 멀어진다. 즉 공격할 때 전진하지 못해 최전방과 최후방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고, 허리 싸움의 열세로 나타난다.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동국 안정환 설기현 차두리 박주영 김진용으로 짜인 공격진은 황선홍 안정환 설기현 최용수 차두리의 2002년 멤버에 비해 나쁘지는 않지만 이동국과 황선홍의 무게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후반 조커로 기용될 박주영의 활약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도 있다. 박주영은 국제 대회에서 통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한국의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은 힘들까. 그건 아니다. 한국의 전력이 2002년보다 못하다 해도 우즈베키스탄이나 쿠웨이트가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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