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매혹한 실크의 멋
  • 방콕 · 정나원 (자유기고가) ()
  • 승인 200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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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의상-태국

 
태국에는 한 계절밖에 없다. 여름이다. 그렇다고 대충 걸치고 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 <왕과 나>에서 왕(율 브린너)도 간혹 웃통을 벗어젖히긴 했지만, 영국 여성 안나와 멋들어지게 춤을 출 때에는 한껏 성장을 했다. 하이네크에 금박 장식이 수놓인 재킷, 알라딘의 반바지처럼 풍성한 주름이 잡힌 실크 바지, 거기에 스토킹과 구두까지 신었다. 서구 스타일이 약간 가미된 전통적인 남성 복장이었다.

여성 복장은 입기보다 몸에 ‘둘러야’ 제 격이다. 그렇다고 두루뭉술 둘러치는 것는 결코 아니다. 하체에 두르는 천은 튜브형이라 엉덩이 선이 도드라지고 허리는 벨트로 조여 곡선미가 살아난다. 상의 역시 길다란 천을 허리에서부터 휘감아 올려, 우아하면서도 섹시한 멋을 발산한다.

원래 이 스타일은 캄보디아의 전통 의상에서 나왔다.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태국화’한 이는 다른 아닌 태국의 현 왕비이다. 당초에는 북부 고산족들의 민속 의상을 보존하고 직물 수공업을 보호하기 위한 ‘농가 지원’ 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나염 기술이 보태어지면서 구닥다리 민속 의상이 열대 과일만큼이나 다채로운 색상으로, 이국적이면서도 모던한 기학학적 패턴으로 부활했다. 그 결과 태국은 오늘날 세계 9위의 실크 생산국으로 발돋움했고, 태국 의류업계는 전체 수익의 절반을 해외 관광객의 주머니에서 털어내고 있다.

지난 2004년 가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05년 봄옷 컬렉션’에서 태국의 디자인이 국제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주인공은 태국의 일류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피치다이다. 그녀는 원래 모델로 활동하다가 프랑스 파리에서 디자인을 공부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그녀의 ‘작품’은 태국 전통 의상 컨셉트에 고산족들의 직물 패턴을 가미한 것으로 유명하다. 밀라노 진출의 꿈을 이룬 그녀의 평소 신조는 이렇다. “태국의 젊은이들은 서구 스타일의 옷을 입지 못해 안달이다. 하지만 나는 루이 뷔통에 태국 문양을 새겨 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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