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신문 저력 과시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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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50여년 역사 광주일보, 중앙 언론사 제치고 선두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을 묻는 문항은 두 가지 방식으로 했다. 중앙 언론사까지 포함한 경우와 지역 언론사만을 대상으로 한 질문으로 나누되 둘 모두 각각 영향력 있는 언론사 세 군데를 물었다.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주관식으로 물었다.

이 두 조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언론사는 광주일보다. 광주일보는 중앙 언론까지 포함한 조사에서 31%를, 지역 언론으로 한정한 조사에서는 46.8%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MBC(29.8%) 한겨레(27.8%) KBS(27.6%) 중앙일보(16%)가 올랐다.

 
영향력 있는 언론 1위에 오른 광주일보는 지역 언론사 가운데 가장 뿌리가 깊다. 광주일보는 1980년 1도1사 원칙에 따라 전남일보와 전남매일이 통폐합되면서 생긴 신문사인데, 전남일보가 창사한 해(1952년)를 기준으로 삼는다.
광주일보사는 경영난으로 인해 2003년 11월 대주건설이 주력 사인 대주그룹에 인수되었다. 광주일보는 그 직후 석간에서 조간으로 전환하고, 용지도 살굿빛 종이로 바꾸었다. 지면 혁신을 주도한 김진영 편집국장은 “가정 독자를 겨냥해 조간화했다. 비용이 5% 정도 증가했지만 난립해 있는 다른 지역 신문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종이를 바꾸었다”라고 말했다.

지역 신문사로는 전남일보(16.2%)와 무등일보(9%)가 상위권에 올랐다. 박병모 전남일보 편집국장은 “광주일보가 1면 머리 기 사로 외신, 중앙 소식, 지방 기사 등을 번갈아 올리는 퓨전 스타일이라면 우리는 로컬(지역)지를 지향한다”라고 말했다. 무등일보는 사주인 라인건설이 폐간했다가 1999년 11월에 기자들이 사원주주제 형태로 복간하며 ‘시민 언론’을 표방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언론인들은 ‘신문사가 난립해 있다’고 이구동성이다. 광주·전남에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 신문사는 13개. 여기에 5·18 묘역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이 파안대소하는 장면을 촬영해 특종 보도한 광주드림 등 무가지가 2개 더 있다. 서울만큼 무가지가 기존 언론 시장을 위협하지는 못하지만 신문사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언론사 편집국장은 “중앙지가 점점 지방지 시장을 침식하는 가운데, 지방 신문끼리도 물귀신작전 하듯이 광고 경쟁이 붙어 생존이 불투명한 언론사가 많다”라고 말했다. 한 편집국장은 “광주·전남 지역 신문사의 사장 재임 기간은 길어야 6개월이다. 사주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망할 만하면 다른 사주가 등장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전남·광주 지역 언론계의 또 다른 문제는  언론사 사주가 대부분 건설사라는 점이다. 그래서 언론사를 일종의 방패막이로 삼는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일고 있다. 이승원 광주전남 민언련 사무국장은 “다른 건설사의 문제를 지적하면 그 회사가 갖고 있는 언론사가 자신을 공격할까 봐 아예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지역의 대표선수 격인 광주일보도 대주그룹이 인수한 이후 급격히 보수화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진영 광주일보 편집국장은 “우리 신문은 ‘강한 신문’을 표방해 노조 채용 비리 등 몇몇 부분에 과감한 비판 기사를 내보냈지만, 중도보수지라는 이념 성향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사주 이익 지키려 ‘침묵의 카르텔’ 형성하기도

 
광주일보에 이어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 2위에 오른 광주방송(41.4%)은 방송사 가운데 후발 주자이다. 올해로 창사 10주년을 맞는 광주방송은 지역 방송으로는 상대적으로 로컬 방송 비중(30% 의무화)이 높다. 또 중앙 언론사를 포함한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MBC가 이 지역에서 광주MBC·목포MBC·여수MBC로 나뉘어 있는 데 비해 단일 회사로 전 권역을 커버한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윤용선 광주방송 전무는 “올해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미래 리포트 10부작/10년 후 광주·전남’을 기획·제작하는 등 지역과 밀착한 의제 설정에 주력한 것이 높게 평가받았다”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계에서는 여론주도층이 광주방송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한 것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도 일부 내비친다. 광주MBC 김건우 보도국장은 광주MBC·광주KBS·광주방송의 뉴스 시청률을 열거하며 “시청률로 따지면 광주MBC가 광주방송보다 훨씬 높다. 언론의 영향력은 대중 속에서 나온다고 본다”라며 반론을 폈다.

 
한편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는 박흥석 광주방송 사장이 꼽혔다. 박흥석 사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 출신으로 LG생활건강에 칫솔을 납품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창사 때부터  사외이사로 참여하다가 2001년 9월 본격적으로 방송사 경영 일선에 나섰다. 박흥석 사장은 지역 산악회장, 발명진흥회장 등을 맡는 등 광주·전남 지역에서 대표적 ‘너른발’로 소문이 나있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 2위는 YTN 사장을 역임한 백인호 광주일보 사장, 3위는 김상균 광주MBC 사장, 5위는 박기정 전남일보 사장이 올랐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김종태 전 광주일보 회장(4위)도 순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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