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덕에 팔자 편 금융사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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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대출·부동산 펀드 등으로 큰 수익…함량 미달 상품도 꽤 많아

재건축·재개발 등 부동산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금융사들은 신바람이 났다. 대출해줄 곳이 마땅치 않았던 차에 부동산 개발지가 새로운 대출 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5월30일 포스코건설이 개최한 송도 신도시 현장 설명회에는 금융사 60개사 직원 100여 명이 몰렸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설에 필요한 돈을 서로 빌려주기 위해서다. 금융권으로서는 이자와 수수료 등을 합하면 10% 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개발 대출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다.
  

 
은행이 부동산업에 대출한 돈은 올 3월 말 현재 31조원이 넘고, 증권사를 제외한 비은행 금융기관이 대출한 돈도 2조7천억원 이상이다. 지난해부터는 증권사들까지 이 시장에 가세했다. 여신 업무를 할 수 있는 은행이나 보험사와 달리 증권회사는 직접 대출을 해줄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부동산펀드나 ABS(자산유동화채권) 발행과 같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다. 증권사는 부동산 사업에 자금을 직접 대출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나 채권을 통해 모은 투자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해 5월부터 증권사가 팔기 시작한 부동산 펀드는 1년 만에 2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1~5월 증권사들이 부동산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한 ABS만 1조5천억원이 넘는다. 증권사가 부동산 시장에서 보험사나 종합금융사와 같은 비은행 금융권까지 따돌리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가장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옛 동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프로젝트 파이낸싱만으로 1백30억원을 벌었다.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부를 이끌고 있는 김성환 상무는 “7명이 한 팀이니 1인당 20억원 가까이 벌어들인 셈이다. 우리 회사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부서다”라고 자랑했다. 시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기획해 다른 증권사들보다 ‘선수를 친’ 덕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부동산 전문가를 보강해 이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증권사, 부동산 시장 큰손으로 떠올라

그러나 경쟁이 지나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과열 경쟁 체제로 접어든 부동산 펀드 시장에서는 함량 미달 상품까지 나오고 있다. ABS는 일반 고객보다는 기관이나 ‘선수’들을 대상으로 해 설령 피해가 난다 해도 파장이 크지 않다. 그러나 부동산 펀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사정이 다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4월 부동산 펀드 ‘웰리안 3호’를 판매했다가 한 달 만에 약속을 깨고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었다. 충남 아산지역에 아파트를 짓고 이곳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명목으로 판 펀드였는데, 시행사가 아파트 지을 땅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투자자들이 원금을 모두 돌려받아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 펀드는 자금이 당초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팔린 다른 부동산 펀드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투자자들이 가볍게 보아 넘긴 ‘함정’이 숨어 있다. 예컨대 시공사의 지급보증 기간이 건축 인허가 완료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 분양이 완료된 오피스텔 사업지와 남은 분양대금을 담보로 한 상품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만의 하나 시행사나 시공사가 ‘사고’를 치면 투자자들은 원금도 건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신탁운용 부동산투자운용팀 임수근 팀장은 “투자자들은 ‘7%대 상품이 안전할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고, 약관을 꼼꼼하게 읽어 보고 가입해야 한다”라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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