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도 반한 ‘치파오’ 열풍
  • 베이징 · 정주영 통신원 ()
  • 승인 200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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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서양인에게 동양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과학과 물질을 중시하는 서양 세계에 ‘정신’이라는 코드로 관통되는 동양의 문화 양식은 낯설음·신비·찬미·동경의 대상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오리엔탈리즘은 패션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창백한 얼굴에 기모노를 차려 입고 다소곳이 무릎 꿇은 일본 여성의 모습에 서양인은 숨을 죽인다. 미래를 시대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기모노 차림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최근 추세가 바뀌었다. 중국의 매력이 세련미를 더해가며 세계 패션 무대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명품의 나라 프랑스는 2003년 10월부터 2004년 7월까지를 ‘중국의 해’로 정한 바 있다. 이 때 특히 관심을 모았던 것이 중국 전통 의상이다. 할리우드 여배우가 중국 여성들의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시상식에 참석하는가 하면, 세계적 명품 브랜드도 앞다투어 중국풍을 주요 소제로 삼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풍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목선까지 올라오는 차이니즈 칼라, 용, 한자 문양, 매듭단추, 천 허리띠, 섬세한 자수, 붓질한 듯한 전통 문양은 현재 세계 패션계가 자주 채용하는 중국풍 소재들이다. 의상뿐 아니라 액세서리, 가방, 신발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심은 품목도 다채롭다.
  세계 패션계는 요염함과 고급스러움을 함께 갖춘 치파오에 열광한다. 치파오는 사실 중국 청나라 시대 여인의 복장이다. 서양의 슬릿이 주로 앞이나 뒷면에 들어간 반면, 치파오의 슬릿은 옆선에 넣는다. 그래서 이 옷을 입고 걸을 때마다 다리부터 허벅지까지 맨살이 살짝살짝 비쳐 성적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치파오의 소재 또한 여인의 곡선미를 그대로 살려주는 비단이 주종이다. 이쯤 되면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입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한다.

치파오와 짝을 이루는 것이 부채이다. 서양인은 이 부채 모양을 응용해 핸드백을 만들었다. 요즘 할리우드 여배우들에게 인기가 높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는 마오쩌둥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이른바 ‘마오 룩(Mao look)'을 만들어냈다. 스탠드 칼라, 긴 소매에 검소한 박스형 재킷과 바지로 코디내이션하는 것이 기본 스타일이다. 이렇듯 중국 패션은 전통·현대 할 것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실용화·세계화하고 있다.

세계 명품 디자이너들은 ‘중국의 역사’까지 명품화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동양의 콜럼버스’로 통하는 정화(鄭和)의 대원정 이야기를 담은 시계를 선보였다. 이 시계의 문자판에는 정화가 사용한 옛 지도가 그려져 있다. 또 루이뷔통은 중국 청송을 모티브로 한 루이뷔통 재킷과 바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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