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는 해야겠고 뾰족한 수는 없고…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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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정관 변경과 증자 방안을 놓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52)이 곤경에 처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5월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을 고치려 했으나 자산관리공사가 반대해 부결되었다. 교보생명이 제3자에게 주식을 배정할 수 있게 정관을 변경하려 하자 증자에 참여할 수 없는 자산관리공사가 반대한 것이다.

 
자산관리공사는 교보생명 지분 41.26%를 관리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위탁관리자여서 증자에 참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신회장은 교보생명 자본금을 늘리려면 자산관리공사를 제외한 구주주나 제3의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제3자 배정이 가능한 정관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관리공사는 지분율과 주식 가치가 하락해 주총 특별결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 권한을 잃게 된다.

신창재 회장은 자산관리공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에서 성과가 나오면 교보생명은 6월27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을 다룬다. 정기 주총에서 정관변경안이 통과되더라도 증자를 단행하는 데는 고민이 따른다. 증자를 위해 교보생명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자산관리공사를 제외한 구주주가 증자를 단행하거나, 제3자를 투자자로 영입해야 한다. 구주주가 증자에 참여하려면 신창재 회장과 숙부인 신용희씨, 사촌 신인재씨가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신용희씨와 신인재씨는 지분 매각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신창재 회장이 단독으로 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신창재 회장은 상속세를 교보생명 주식으로 물납했을 정도로 교보생명 주식을 제외한 다른 재산이 없다.

서울의대 출신 산부인과 전문의인 신회장은 1998년부터 교보생명보험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교보생명보험 창립자인 부친 신용호씨로부터 교보생명보험을 상속받아 수천억원이나 되는 상속세를 회피하지 않고 내서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인물이다. 신회장은 사업 수완뿐만 아니라 인문 소양도 풍부한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영의 맥을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신회장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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