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물로 보면 큰코다친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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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시장 ‘출렁’…어떤 물 어떻게 마실까

 

당신은 지금 더위에 지쳐 있다. 입안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몸은 간절히 수분을 원한다. 이때 당신 앞에 시원한 생맥주 한 잔, 달콤한 콜라 한 잔, 산뜻한 오렌지 주스 한 잔, 청량한 물 한 잔이 놓여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당신은 그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맥주나 콜라? 혹은 오렌지 주스?

물의 ‘비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물을 고른다. 그깟 맹물이 무슨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흔한 데다, 다른 어떤 음료보다 밍밍하니까 당연한 질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물을 물로 보면 큰코다친다. 우리가 매일매일 접하는 물에 숨어 있는 비밀은 한둘이 아니다. 만약 당신도 그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면, 이제 주저 없이 물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잰걸음으로 찾아온 무더위를 피해 물의 세계에 풍덩 빠져보자.

21세기‘봉이 김선달’

 
웰빙 바람을 타고 물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6월 초, 서울 시내 한 유명 백화점의 생수 코너. 띄엄띄엄 찾아온 고객들이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린다. 최근 생수 종류가 부쩍 늘어 어떤 물을 고를까 갈등하는 것이다. 이 생수 저 생수를 살펴보던 한 주부는 “전에는 아무 물이나 들고 가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라벨에 씌어 있는 내용을 꼼꼼히 읽어야 물을 제대로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생수통 앞에는 포도주처럼 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여러 나라 국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 사이에 북한산 생수 두 종이 보인다. 생수 가격은 500㎖ 기준으로 3백50원(국내산)에서 3천원까지 다양하다. 용량에 비해 가장 비싼 생수는 350㎖에 2천5백원 하는 ‘강서청산수’(북한산)와 레몬 향이 나는 프랑스산 ‘페리에 레몬’(330㎖에 2천2백원)이었다.

캐나다산 생수 휘슬러를 판매하는 휘슬러워터 김지훈 팀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수입산 생수 소비는 봇물이 터졌다. 휘슬러만 해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20% 가량 늘었다. “국산보다 비싸지만, (휘슬러의 경우) 풍부한 미네랄과 신선한 빙하에서 채취했다는 장점이 먹히고 있는 것 같다”라고 김팀장은 말했다. 수입 생수를 가끔 마신다는 박 아무개씨(회사원)는 “비싸지만, 커피나 주스 대신 마시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카페에도 새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카페 ‘크리스마스워터’의 회색빛 벽에는 독특하게도 대형 정수기가 걸려 있다(81쪽 사진). 일본에서 들여왔다는 정수기의 이름은 엠타이토(M-Taito). 크리스마스워터 매니저 성준호씨에 따르면, 엠타이토의 정수 기능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우선 세 단계의 필터를 통해 수돗물에 들어 있는 염소·곰팡이·수은·대장균·아연산성 질소·환경 호르몬 비소 등을 제거한다. 그리고 박테리아 등을 불활성화해 순수(純水)에 가까운 물을 만든다. 정수된 물이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곳은 세라믹 관. 이때 물 분자 집단(클러스터)이 잘게 쪼개지면서 물의 맛과 성질이 변한다. 성씨는 “찾아오는 고객 대부분이 물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오는 손님들일 정도로 물맛이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마시는 물로만 손님을 유혹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공짜바’는 ‘개울물’로 손님을 끌어들인다. 공짜바에 가면 누구나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려야 한다. 그리고 마치 계곡에서 탁족(濯足)을 즐기듯, 발밑에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술잔을 기울인다. 공짜바의  하주신 대표는 “도시인들이 물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시작했다. 요즘 날이 더워지면서 손님이 부쩍 늘었다”라고 말했다.

남자 아기, 체중 80%가 물

일전에 아는 분이 폐암으로 세상을 뜨셨다. 다행히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인사를 드릴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몸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했기 때문이다. 그 분의 깡마른 뒷모습과 옆모습을 보니, 사람의 70% 이상이 물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물, 치료의 핵심이다>(물병자리)를 쓴 미국의 저명한 물 연구가 F.뱃맨겔리지 박사(내과 의사)에 따르면, 거의 모든 질병은 우리 몸에 수분이 부족해서 발생하며, 죽음은 그 수분을 보충하지 못해 찾아온다. 실제 죽음 가까이에 서 있는 노인들의 수분 함량은 젊은 사람보다 상당히 낮다.

예를 들면 60대 이상의 남녀는 체중의 50%와 45%가 물이지만, 17~39세 남녀는 60%와 50%가 물로 되어 있다(양으로 치면 약 42ℓ). 신생아 남녀는 그보다 더 높아서 체중의 80%와 75%가 물이다.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 갈증을 느끼는 것도 인체가 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체에서 수분이 2% 정도 빠져나가면 심한 갈증과 괴로움이 찾아온다. 5% 정도를 잃으면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아 혼수상태에 빠지고. 12% 정도가 빠져나가면 아예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피로, 초조, 짜증, 이유 없는 분노, 나른함, 우울한 기분, 불면, 머리가 무거운 느낌, 두려움 따위가 그것이다. 노인들의 경우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면 편안한 잠을 자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갈증을 해소할 물의 원천에 도달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바다나 강이 등장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소변 색깔이 이유 없이 노란 것도 몸속에 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윤활유로, 때로는 치료약으로

색깔도 없고 특별한 맛도 없지만, 물이 인체에서 하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물의 역할을 크게 예닐곱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인체의 수송 시스템 기능이다. 인체는 여러 영양분과 호르몬·효소·산소 같은 물질이 세포에 전달되어야 생명이 유지된다. 물은 혈액으로 변신해 그 일을 멋지게 해낸다. 혈액은 노폐물을 신장이나 폐로 운반해, 그것들을 체외로 배출하는 일을 돕기도 한다.

 
두 번째는 ‘분비액’이 되어 체내의 대사 과정을 돕는 일이다. 침·위액·담즙·장액(腸液) 등은 인체에 없어서는 안될 분비액이다. 이들 끈적끈적한 물들이 배출되는 양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성인 기준으로 침은 하루에 500~1500㎖, 위액은 1000~2500㎖, 담즙은 100~400㎖, 장액은 700~3000㎖가 배출된다.
다음은 독소 배출 기능. 사람이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이용하고 남은 단백질은 질소로 분해된다. 그 질소는 또 암모니아와 요소로 바뀐다. 문제는 암모니아와 요소가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이다. 암모니아가 우리 몸속에 생기면 두뇌가 흐려지고, 짜증이 나며, 혈압과 혈당이 상승한다. 반면 요소는 암을 예방하는 T임파구를 약화시킨다. 물은 바로 이같은 독소들을 몰아낸다.

윤활 작용과 소화 작용도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장기가 존재한다. 물은 이들 장기 사이에 스며들어 장기와 장기의 마찰을 감소시키고, 움직임을 쉽게하도록 돕는다. 다시 말하자면 인체의 윤활유인 셈이다. 소화 작용에서도 물은 큰일을 해낸다. 소화관의 점액이나 침 등으로 변해 음식물을 분해하는 것이다.
물은 체온 조절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살 수 있는 정온(定溫) 동물이다. 따라서 급격히 체온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위험해진다. 물은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면 땀으로 ‘승화’해 피부 밖으로 흘러나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물은 충격 완충 역할도 한다. 장기나 피부에 스며들어 있다가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지면, 그것을 완화시켜 손상을 막는 것이다.

그 외에도 물은 혈액의 점도를 낮추어 뇌졸중이나 관상동맥을 예방하고, 변비를 예방한다. 그리고 목구멍 점막의 저항력을 길러 감기를 예방하고, 인체의 독소를 씻어내 간과 신장의 짐을 덜어주고, 결장암·방광암 예방에 앞장서고, 천식 발작을 완화시킨다. 또한 몸을 많이 움직인 뒤 찾아온 피로를 푸는 데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식전 30분, 식후 2시간 30분이 ‘제때’

사람의 몸은 하루에 약 4만 잔에 해당하는 물을 재순환시킨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일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순환이 일어난다. 8~9잔(250㎖ 기준)에 해당하는 물이 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외국의 한 자료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소변(1250㎖) 대변(100㎖) 땀(850㎖)  폐(350㎖) 등을 통해 수분을 2550㎖ 배설한다.
우리가 물을 자주 마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만큼 보충해주어야 몸에 무리가 없다. 전문가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몸무게 1kg당 33㎖ 이상의 물을 마시라고 충고한다. 그러니까 60kg인 사람은 250㎖ 잔으로 7,8잔을 마시면 된다(김현원 교수는 키+몸무게를 100으로 나눈 값만큼 마시라고 말한다). 운동을 한 날에는 그 양을 10~15% 정도 늘린다.

그렇다면 언제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을까.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기 전에 주유하는 것처럼, 체내 수분이 부족하기 전에 보충해주는 것이 가장 이롭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몸은 탈수로 고생하는데도 입안이 전혀 마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입안이 마르는 증상은 탈수의 가장 마지막 증세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물 마시는 법은 다음과 같다. △간밤의 탈수를 보충하기 위해서 이른 아침에 두세 잔을 마신다 △식사 30분 전에 마신다. 위염이나 흉통, 위궤양, 대장염, 가스가 차는 소화불량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유용하다 △식후 2시간 30분 뒤에 마신다. 소화 공정에 소비된 만큼 보충해주어야 한다 △잠자기 30분 전에 한 잔 정도 마신다. △물은 조금씩 자주 마신다. 급하게 마시면 위장과 신장, 간에 부담을 준다.
운동 중에 물을 마시는 요령도 따로 있다. 우선, 여름철에는 맹물을 마신다. 당분이 들어간 물은 전해질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갈증이 나기 전, 즉 운동 시작 2시간 전에 두 잔을 마시고 15분 전에 또 한 잔을 마신다. 운동 시간이 길다면 운동 중에 물을 마셔도 괜찮다. 인체는 20분마다 한 잔씩 물을 흡수한다. 따라서 20분에 한 번씩 물을 4분의 3잔 마신다.

보리차가 좋을까, 해저심층수가 좋을까

 
보통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끓이거나 정수기로 거른 수돗물, (수입) 생수, 약수(샘물) 정도가 아닐까. 이 가운데 가장 안전한 물은? 많은 전문가가 끓인 수돗물을 꼽는다. 특히 볶은 보리나 옥수수를 넣고 끓인 물을 적극 권한다. 보리나 옥수수에 수은·구리·망간·카드뮴· 크롬 같은 중금속 성분이 흡착되어 그 양이 현저히 줄어들어 몸에 이롭다는 것이다. 끓인 물을 냉장고에 보관하면 용존 산소량이 증가해 더 먹기 좋으므로, 반드시 그렇게 한다.

최근에 단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물은 전해환원수이다. 물은 클러스터란 H2O 분자 덩어리가 뭉쳐 있는 물질이다. 클러스터가 크면 그만큼 물 분자가 크고, 작으면 그만큼 물 분자가 작다는 뜻이다. 전해환원수는 바로 물 분자가 미세한 물을 말한다. 물 분자가 작으면 운동이 빠르고 좁은 공간을 잘 통과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물은 미세한 모세혈관과 세포에까지 침투한다.

그 효과는 매우 특별하다. 우선 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노화와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진 활성산소를 줄여준다. 미뢰(미각세포)에 쏙 들어가 물맛도 근사하다. 또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등을 과잉 섭취해 생기는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준다. 몸에 이로운 미네랄이 듬뿍 들어 있는 것도 크나큰 장점이다.
다양한 수입 생수도 인기다. 현재 먹는 샘물로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시판 중인 생수는 모두 27가지. 이것은 크게 예닐곱 종으로 분류되는데, 특이한 생수로는 해저 1000~ 4000m에서 길어올린 해양심층수, 지하 수백m에서 퍼올린 암반수, 탁 쏘는 맛이 장점인 탄산수, 빙하를 걸러 만든 빙하수 등이 있다.

음료수는 물을 대체할 수 없다

갈증을 덜기 위해 물을 마실 때, 우리가 버려야 할 상식이 있다. 주스나 커피, 또는 술이 ‘천연의 물’을 대신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만약 그렇게 여겼다면 당신은 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음료수에도 분명히 물은 들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카페인과 같은 탈수 물질도 함께 들어 있다. 그 물질들은 체내에 들어가면 자신을 용해한 물과 몸속에 비축되어 있던 물을 함께 배출시킨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어느 날 저녁 친구들과 커피나 맥주를 마셨다고 치자. 그러면 몸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십중팔구는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될 것이다. 그때 당신이 배출하는 소변의 양을 측정해보면, 당신이 마신 커피나 맥주의 양보다 분명히 많을 것이다. 뜨거운 음료를 섭취해도 마찬가지이다. 내부의 더위를 배출하기 위해 피부의 모공이 열리면서 수분(땀)이 체외로 흘러나온다.

한 가지 더. 이른바 약수라 불리는 샘물은 확실히 검증되지 않는 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세균이, 어떤 물질이 섞여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특히 병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는 더욱더 그렇다. 물이 뇌의 기능이나 학습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어린이들에게는 더 좋은 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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