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이 위험한 까닭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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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소독·PET병 유해성 논란
 
<동의보감>에서는 장류수(長流水)를 제법 좋은 물로 친다. 이 물을 마시면 대변과 소변이 잘 나오고, 약을 달이는 데 쓰면 약효가 올라간다고 한다. 또 질병을 앓고 난 뒤 마시면 허약해진 몸이 좀더 빨리 건강해진단다. 장류수란 먼 곳에서 흘러 내려온 물을 뜻한다.

따지고 보면, 도시 사람들 모두 장류수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몸도 건강하고, 대사 기능도 활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물이 먼 거리를 흘러오는 동안 오염되기 때문이다. 염소를 쓰는 것은 그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서이다. 다행히 효과가 뛰어난 모양이다. 수돗물이 깨끗하고 무해하다는 평가를 받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작 소독제로 쓰이는 염소 얘기만 나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염소는 본래 위험 물질이다. 체내로 들어가면 각종 피부 및 심혈관, 그리고 순환기·소화기·생식기·비뇨기 계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비타민 B와 C, 인체에 유익한 유산균까지 파괴한다.

그런데도 염소를 소독제로 쓰는 것은 멸균력이 뛰어나 각종 수인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수돗물 얘기만 나오면 반복해서 ‘안심하고 마시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사람은 드물다. 실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고 응답한 사람이 1%밖에 안되었다. 나머지 60.4%는 ‘끓여 먹는다’ 24.4%는 ‘정수해서 먹는다’고 응답했다.

뜨거운 샤워 피하라?

수돗물을 끓여 마시거나 안 마신다고 해서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염소는 끓는 온도가 34℃에 불과해 샤워 물을 뜨겁게 하면 피부를 통해 직접 체내로 침입할 수도 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를 하면, 염소 외에도 유독성 화학 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이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갈 수 있다. 미국 환경청 자료에 따르면, 뜨거운 수돗물로 자주 설거지를 하는 주부가 독성 물질 클로로포름을 흡입할 가능성은, 음료수를 통해 흡입할 확률보다 6~100배나 높다.
수돗물과 달리 생수에 대한 믿음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과연 100% 믿어도 되는 것일까. 환경 전문가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들이 의심하는 것은 생수통이다.

<지구환경보고서 2004>가 인용한 용기재활용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1999년에만 생수통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가 7억3천8백만kg이나 팔렸다. 이는 1990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양이다. 놀라운 사실은 PET 플라스틱을 1kg 생산하는 데 물이 17.5kg이나 필요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유독한 질소산화물 20g, 탄화수소 40g, 황산화물 25g, 일산화탄소 18g, 이산화탄소 2.3kg이 배출된다. 물통 하나 만드는 데 그 안에 들어가는 물보다 훨씬 많은 물과, 환경을 해치는 물질들이 배출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물을 비운 PET 생수통의 90%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또 그처럼 버려진 생수통 수천 개를 4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다섯 개 중 한 개에서 발암 물질과 신경 독성 물질로 알려진 톨루엔과 크실렌, 스티렌 등이 검출되었다. 이런 이유로 국내 환경 전문가들은 생수도 이제 병에 담아야 하며, PET 재활용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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