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격투기’가 기가 막혀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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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분양을 요구하는 경찰과 ‘절대 사수’를 외치는 검찰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음해성 막말까지 오가고 국회 로비도 치열하다.

 
“밥상을 앞에 두고 식탁 아래서는 서로 발길질을 해대고 있다. 머리 위로는 식칼과 프라이팬이 날아다닌다.” 한 법대 교수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 다투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9월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 협의체를 만들고,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도 꾸렸다.  절도·도로교통법 위반 같은 민생 범죄에 한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6월 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신경전을 벌이던 검찰과 경찰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했다.

검·경 모두 국민의 인권을 위해서 싸운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정도를 넘어서는 원색적인 비방이 난무하고, 사석에서는 조폭 수준의 막말과 근거 없는 음해로 상대를 깎아내린다. 두 기관의 총수가 앞장서 나선 상태다.

“검찰 무소불위 막아야” 대 “경찰 국가 된다”

수사권 조정의 가장 큰 쟁점은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하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상호 협력적으로 하자는 데 있다. 형법상 검찰은 수사 주재자, 경찰은 수사 보조자로 명백한 상명하복 체계가 명시되어 있다.
경찰은 1차적인 수사 주체로서 책임 수사를 하고, 검찰이 검토함으로써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수사에 관해서는 송치하기 전까지는 검사의 지휘를 안 받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최소한의 요구라고 주장한다.

영장청구권·수사종결권·기소권 등 수사의 절대 권한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어, 검사의 권한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더불어 검찰이 경찰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논리다. 경찰청 황운하 총경은 “검찰 권력 분권화와 견제가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다. 국민 70% 이상이 수사권 조정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주장하는 수사권 조정에 따른다면 세계에 유례 없는 경찰국가가 된다고 검찰은 반발한다. 검찰은 경찰 15만명이 검사로 변신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위축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검사의 지휘 부분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검찰은 수사권 조정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뜻한다. 대검찰청 김회재 부장검사는 “1950년대에 검찰 파쇼가 경찰 파쇼보다 낫다고 판단해 수사권이 일원화한 것이다. 경찰은 검찰의 연장된 팔이 되어야 하지 검사가 경찰의 연장된 팔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 주장을 극단적으로 확대·왜곡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치부해버리는 ‘검새스러움’을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경찰은 모든 영역에서 인력과 무기를 총동원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지금까지 꼼짝 못하던 경찰이 검찰에 적극 달려들면서 마구잡이 싸움으로 번졌다. 좋게 봐줘도 이종격투기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이 제기될 때마다 사용했던 ‘경찰 자질론’ 카드를 다시 꺼냈다. 한 대검 간부는 “경찰은 인사 등 기본 시스템이 외압을 받는다. 경찰은 수사에 대한 소양이 부족해 엉터리 수사가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찰 수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경찰보다 5배 가량 많다는 것을 부각하고 있다. 2005년 3월까지의 국가인권위원회 통계에 다르면 직원 100명당 진정 건수는 검찰 8.27건, 경찰은 1.69건이다.

경찰, 내부 단속 벌이며 전열 정비

경찰은 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검찰과 관련된 수사는 무조건 검찰에 송치하거나 영장을 내주지 않는 식으로 치외법권을 누렸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황운하 총경은 “용산의 사창가 포주를 비호한 검사 사건 등 검찰과 관련한 수사를 경찰에게 못 하게 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라고 말했다. 대검 김회재 부장검사는 “15만 경찰이 검사 1천5백명을 감시하고 있다. 검사에 대한 수사는 특검이나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신경쓸 문제다. 검찰의 감찰 기능은 어느 조직보다 잘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영역에 대해 특검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 공수처 신설도 검찰이 적극 반대하고 있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한 검찰의 자체 감찰에 대한 신뢰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올 초 구속된 피의자를 지검으로 불러 경매에 참여시키거나 주가 조작에 관여했던 검찰 수사관들에 대한 징계는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지금까지 검찰은 자기 식구 수사에는 관대하다는 평을 받았다.

또 삼성SDI 노동자들에 대한 휴대전화 위치 추적 사건, 대상그룹 비자금 사건, 삼성생명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수사 등에서 보듯 검찰이 힘 있는 자에게는 약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는 검찰이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있다는 분위기와 더불어 국민의 60~70%가 수사권 조정에 지지를 보내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이미지를 활용해 경찰은 스스로의 허물에 단호한 인상을 심으려고 하고 있다. 최근 경찰은 대대적인 내부 단속에 나서며 특별 감찰을 벌이고 있다. 경찰관들에 의한 음주 교통 사고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 최근 구속된 ‘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경위와 김인옥 전 제주경찰청장에 대한 중징계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사건이 터지자 허준영 청장은 “죽고 싶다.

수사권 조정에 변수가 될지도 모르니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한 경찰 간부는 “검찰 감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등식이 있으나 경찰이 제 식구를 감싸면 검찰이 가만 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로비에 나서 과열 양상을 만들었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모아 청와대와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경찰이 초강수를 두고 있는 속내에는 60년 경찰 역사에서 지금이 수사권 조정 숙원을 이룰 최적기라는 절박함이 있다. 경찰의 한 고위 간부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대단히 크다는 점을 경찰로서는 놓칠 수 없다. 수사권을 통째로 가져와 검사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검찰의 거짓말을 적극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서의 민원 안내 전화에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통화대기음을 틀고 있다. 각 지방청마다 수사권 조정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관내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를 초청해 방범 공청회를 열고, 시마다 3천~5천 명이 조직된 녹색어머니회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수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꾸리고, <수사권 조정 길라잡이>라는 제목의 CD를 배포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수사권 조정 홍보 경진대회를 열었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핵심적인 사회 이슈로 유지하기 위해 경찰은 부정적 전략도 불사했다. 검사의 권한 오·남용 사례에 적극 대응하라는 지시와 함께 강원 영월지청 채 아무개 검사의 비위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반 경찰관들에게는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기고를 독려했다. 기고에 따라 포상을 한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이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견해를 가질 때까지 홍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딸린 기사 참조). 매일 수사권 조정에 대한 회의를 열고 있고, 간부들은 휴일에도 수사권 홍보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검찰, 맞대응보다 조용한 로비에 치중

검찰에서는 경찰과의 정면 대응을 피하고 있다. 맞대응할 경우 사회적 관심이 커진다고 판단한다. 대신 검찰은 정치인·언론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한 조용한 로비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김승규 법무부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사 평가에 홍보 능력을 적극 반영토록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 역시 경찰 때리기를 진행해온 것이 사실이다. 검찰은 불량 만두소 파동, 광주 고교생 입시부정 사건,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등 경찰 수사로 문제가 된 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경찰의 주장이 대폭 반영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홍미영 의원과 이인기 의원이 발의했다. 여기에 국회의원 100여 명이 참여하자, 검찰은 다급해졌다. 검찰은 서둘러 국회 법사위원들에게 보고서를 보내 ‘식민지 수탈의 도구’ ‘조선 민중의 공포의 대상’ ‘경찰 파쇼’ 라는 말로 경찰을 비난하고 나섰다.

또 검찰은 경찰이 수사권 조정에 눈이 멀어 민생 치안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국민의 환심을 살 요량으로 음주 운전과 경범죄는 처벌하지 못하게 하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했다. 올해 1~5월 경찰의 사건 처리 건수는 지난해 동기 1백만8천96건에서 94만6천5백8건으로 6% 줄어들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발부 건수는 3만5천6백57건에서 2만6천8백15건으로 무려 24.8%나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허준영 청장이 취임한 후 인권 수사를 강조하고 구속에 부여하던 가산점제를 폐지해 구속 수사가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사권 조정을 놓고 벌이는 격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정가에는 검찰발 대규모 사정설이 정권을 덮칠 것이라는 유언비어도 나돌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검찰이 2조원대 비자금을 발견했다는 설이 신빙성 있게 유포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은 수사에 충실할 뿐 다른 의도는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황운하 총경은 “대검 간부가 대놓고 대규모 사정설을 흘리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세계에서 이렇게 막강한 검찰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수사권이 조정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찰이 된다고 한다. 양쪽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은 무시당하고 있으며, 수사권 조정이 어찌되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결론이 쉽게 나온다. 두 거대 권력 기관의 싸움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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