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탐사 보도로 토박이 저력 떨치다
  • 고제규 기자 (unjussisapress.comkr)
  • 승인 200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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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일신문 수위…전국 매체 으뜸은 ‘조선’

 
‘대구, 게임 폴리스로 거듭난다’ ‘하청업체는 울고 싶다’ ‘아파트 관리비 까딱하면 속는다’ ‘농촌의 코시안’ ‘지역 경제 삼키는 공룡 할인점’. 지난해부터 매일신문이 한 면씩 털어 쓴 심층 보도 리스트이다. 이 기사들은 모두 탐사보도팀이 발로 쓴 결과물이다. 지역 언론사가 탐사보도팀을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 하지만 매일신문은 비록 기자 2명이 전부지만, 지난해부터 탐사보도팀을 운영하고 있다. 12년차인 이종규 기자와 4년차인 이상준 기자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탐사보도의 목적은 지역 현안을 끝까지 파고들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팀장 이종규 기자는 “중앙지와 달리 철저하게 탐사보도의 포커스를 지역 현안에 맞추었다”라고 말했다.

발로 뛰며 취재한 탐사보도는 반향이 컸다. 각종 사내 특종상을 휩쓸었고, 최근에는 대구 경실련이 제정한 제1회 ‘대구 경실련이 기억하는 시민상’도 받았다. 조만간 기자 2명을 더 보강할 예정이다.

대구·경북 지역 전문가들은 이렇게 탐사보도로 무장한 매일신문을 가장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 1위(61.0%)로 뽑았다.

로컬 방송 비율 높은 대구방송 ‘2위’

 
이번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를 묻는 질문은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했다. 중앙 언론사까지 포함한 경우와 지역 언론사만을 대상으로 한정한 경우로 나누었다.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응답자 스스로 주관식으로 세 군데씩 들라고 했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중앙 언론사를 포함한 질문에서 조선일보(39.2%)·매일신문(37.6%)· KBS(33.6%)·MBC(32.2%) 순으로 영향력 있는 매체라고 응답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지역 정서를 반영한 결과인지, 조선일보가 동아일보(15.2%) 중앙일보(15%)에 비해 영향력이 월등히 높게 나왔다. 반면 한겨레의 영향력(2.4%)은 낮게 나왔다. 광주·전남 조사와 비교되는데, 광주·전남 지역 전문가들은 한겨레를 영향력 있는 언론 2위(27.8%)로 뽑았다.

대구·경북 지역 언론사 가운데 영향력 있는 매체 1위로 뽑힌 매일신문의 전신은 1946년 3월1일 창간된 남선경제신문이다. 이 신문은 1950년 이승만 ‘대통령(大統領)’을 ‘견통령(犬統領)’이라고 뽑은, 그 유명한 오식 사건으로 무기 정간 처분을 받았다. 이후 그 해 10월1일 현재의 사주인 천주교 대구교구 유지재단이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그래서  이 신문사 사장은 전통적으로 천주교 신부들이 맡는다. 지난해 사장에 취임한 조환길 신부가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로 뽑힌 것도 매체의 영향력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도 매일신문이 싹쓸이

 
매일신문의 강점은 ‘맨파워’이다. 이 지역 다른 매체의 간부급 인사는 “매일신문에는 독종 기자가 많다”라고 평했다. 묻힐 뻔했던 곽성문 의원의 맥주병 투척 사건을 특종 보도한 매체도 바로 매일신문이다.

매일신문의 논조를 두고서는 대구 지역 시민단체 사이에 40~50대 중산층의 목소리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강길호 교수(영남대·언론정보학과)는 “매일신문의 영향력에는 여론을 독점해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부정적인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우정구 편집국장은 “일 리가 있는 비판이다.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다만 지역 신문의 숙명인 지역 밀착성을 추구하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인데, 이것을 극복하는 것도 지역 신문의 사명이다”라고 말했다.

신문사 가운데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매체로는 영남일보(21.4%)가 뒤를 이었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 신문사는 경북일보·대구일보·경북매일신문·대구신문 등 6개 사이다. 그러나 매일신문·영남일보 두 신문사가 이 지역 신문 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둘 다 석간이다.

 
그런데 최근 영남일보는 조간 신문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제2의 도약을 위해서다. 1945년 10월11일 창간한 영남일보는 1980년 언론통폐합 조처로 경쟁지인 매일신문에 통합되는 시련을 겪었고, 복간 이후인 2000년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두 번째 시련을 겪었다. 지난 4월 법정관리를 끝내고 동양종합건설이 인수했다.

새 사주를 맞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영남일보 박경조 편집국장은 “이제는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낡은 개념이다. 이제는 신뢰도가 중요한 시대이다. 독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같은 목소리만 내는 지역 신문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박국장은 영남일보가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논조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강길호 교수는 “매일신문이 놓치는 20~30대층을 파고들기 위해 영남일보가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 매체 2위에는 민영 방송사인 대구방송(TBC)이 올랐다. 대구방송은 1995년 청구가 설립해 첫 전파를 발사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청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대구방송도 휘청거렸다. 지난해 귀뚜라미 보일러가 최대 주주가 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고난의 시기를 거치면서 대구방송이 도약한 데는 이길영 사장의 공이 크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 3위(2.0%)에도 오른 이사장은 KBS 출신이다. 1998년 3월부터 대구방송 사장을 맡아 경영 안정화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 전문가들이 대구방송을 대구MBC나 KBS 대구총국보다 더 영향력이 있다고 평가한 것은 타사보다 높은 로컬 프로그램 비율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방송 이승익 보도본부장은 “현재 대구방송 로컬 비율이 31% 로 다른 방송사에 비해 10% 이상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대구방송 도약에 대해 대구MBC 박영석 보도국장은 “지역 밀착도가 조사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시청률만 따지면 MBC가 훨씬 앞선다”라고 말했다. 또한 KBS나 MBC와 달리 대구방송은 단일 브랜드로 대구·경북 전체를 커버하는 점도 가산점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안동 MBC(3.2%)나 포항MBC(3.2%)도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사로 거론되면서 분산되었다. 박영석 보도국장은 “안동이나 포항 지국까지 포함해서 MBC의 영향력을 해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을 묻는 조사에서는 매일신문 인사들이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조환길 사장(5.4%) 김정길 명예주필(3.4%) 우정구 편집국장(2.0%)이 지목되었다. 대구방송 이길영  사장(2.0%)에 이어 대구 MBC 박영석 보도국장, 대구 MBC 박노흥 사장· 이명구 KBS 대구방송 총국장도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거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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