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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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 정동영·체니 회담 배석해 ‘구설’

 
지난 7월1일(미국 시각)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체니 미국 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 채의원이 배석한 것을 놓고 ‘외교부 북미국장이 들어갔어야 할 자리에 정장관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지역구를 물려받은 채의원이 들어갔다’며 일부 언론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몇몇 신문은 사설까지 동원했다. 한마디로 정장관과 채의원이 공적인 일을 앞에 두고 사적인 인연부터 챙기는, 외교적 무례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언론의 비판에 대해 채의원측은 무척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정장관의 고교 후배가 채의원밖에 없어서, 아무리 지역구를 물려받았다고 해도 단지 선배를 챙기겠다는 이유만으로, 양국 외교 2인자들이 만나는 자리에 채의원이 끼어들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채의원측은 채의원이 참석했던 이유로 두 가지를 든다.

우선 노대통령의 외교 특사로서 여러 차례 정장관과 호흡을 맞추어왔다는 점이다. 채의원은 2003년과 2005년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 대통령 특사단의 일원으로 참석해 한국 경제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한국측 입장을 전파하는 데 일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2003년에는 정동영 특사의 특별보좌관 역할이었고, 2005년에는 정동영·강금실과 동등한 대통령 특사 자격이었다. 2003년에는 정장관이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한국측 입장을 설명하는 데 배석했고, 당시 노당선자가 정특사를 통해 전세계에 천명한 북한판 마셜플랜 입안자도 실은 채의원이었다. 이 북한판 마셜플랜은 최근 정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 제안한 각종 북한 재건 계획의 밑그림이다.

경제학자인 채의원이 이처럼 북한 문제에 관여하게 된 것은 한마디로 오지랖이 넓어서다. 화폐 금융을 전공했지만, 경제학 게임이론과 정보통신 경제학 등으로 끊임없이 관심 영역을 넓혀온 그는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반도 통일 문제로 연구 주제를 옮겼다. 경제적 관점에서 북한 핵 문제를 풀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크게 관심을 보인 북한판 마셜플랜은 채의원이 학자 시절 북한을 직접 오가며 연구한 결과물이다.

두 번째는 채의원이 미국 정계에 인맥이 두텁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 남부의 하버드로 불리는 라이스 대학(텍사스 소재)에서 종신 교수를 지내 이 지역 출신 공화당 인사들과 막역한 사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시절, 한국에 대한 IMF의 지원을 반대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DJ가 아버지 부시에게 보낸 친서를 채의원이 전달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채의원의 한 측근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채의원이 체니 면담에 배석한 것이다. 미국측에 미리 통보도 되어 있었다”라면서, 지나치게 경직된 언론의 시각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 기만 꺾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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