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싱의 저주’를 아십니까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
  • 승인 2005.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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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잘못 뚫으면 사망 가능성…귓바퀴·배꼽 피어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얼마 전 주유소에서 만난 10대 여학생이 생각난다. “얼마치요?”라고 묻는데, 웅얼웅얼거리는 게 꼭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었다. 동료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혀 중간쯤에 반짝이는 금속 장신구가 보였다. 피어싱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피어싱이 유행이다. 귀고리를 하는 건 너무 흔하고, 입술이나 콧방울, 눈썹마루·혓바닥 등에 몇 개씩 장신구를 단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끼와 개성을 발산할 수 있다면 살을 뚫는 아픔 정도는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에게 피어싱의 부작용은 가장 큰 골칫거리다. 

 피어싱의 부작용은 의외로 다양하고 심각하다. 적어도 일주일은 피어싱 부위를 잘 소독하고 항생제를 먹는 게 좋다는 장신구 가게 점원의 자체 처방을 귀담아듣기는 하지만, 뚫은 자리에 염증이 생겨 고생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귓불은 신경이 거의 없고 살이 많아서 진물이 나거나 열이 나는 느낌, 작은 포도 알 같은 흉터가 생기는 것 외에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보고는 드물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각지에서 보고된 피어싱 부작용은 결코 가볍게 지나칠 게 아니다. 이스라엘의 연구진이 보고한 혀 피어싱의 부작용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혀 피어싱의 주요 부작용은 통증과 부종(붓는 것)이다. 연구진이 진료한 어느 환자는 혀 피어싱을 한 지 6일이 지났는데, 혀는 물론 턱과 그 아래쪽 임파절에까지 통증과 부종이 있어서 언어 장애까지 겪고 있었다. 

 HIV나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위험

또 다른 환자는 혀를 뚫은 지 하루만에 심한 출혈 때문에 응급실로 달려왔다. 그런가 하면 제거한 지 2년이 넘은 장신구의 일부가 혀 속에 파묻혀 있어서 수술과 항생제 치료를 받은 환자도 있었다. 연구진은 그들 환자들에 대해 다행히 호흡 곤란 증상은 없었지만, 혀의 부종이 심할 경우 기도를 막아 질식사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전했다.      

 피어싱 부작용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성장기 청소년이 귓바퀴에 피어싱을 했다가 염증이 생기면, 연골이 심각하게 변형될 수도 있다. 꼭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연골이 있는 귓바퀴 쪽을 뚫는 것은 귓불을 뚫는 것보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피어싱 부위에 세균 감염이 일어날 경우, 귓불은 피가 흐르기 때문에 항생제가 듣지만 피가 흐르지 않는 연골에는 항생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심하면 녹색 고름이 차고 염증 부위가 흉측하게 변해 외과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배꼽 피어싱은 염증이 복막으로 전이될 경우 복막염으로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온도와 습도가 높고 땀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피어싱을 했다가는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다. 게다가 혀나 배꼽 같은 특수 부위의 피어싱은 전문점에서 한다지만, 귀고리는 십중팔구 액세서리 가게 점원이 시술을 한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기 힘들 수도 있다. 피어싱 도구를 통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나 C형 간염 바이러스 등에 감염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의료법에 따르면, 피어싱은 ‘유사 의료 행위’이지만 법적 규제가 미약하고, 부작용에 대해 충분하게 홍보가 되어 있지도 않다. 유행에 뒤처지기 싫고 나만의 멋을 표현하고 싶어 피어싱을 해야겠다면 시술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의사를 찾아가서 안전하게 피어싱을 하고, 피어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에 대한 주의 사항을 듣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시술받아야 한다. 내 몸의 일부분에 구멍을 뚫는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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