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부정적으로 생각”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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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노동당은 의원단 워크숍을 열어서 여권의 연정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편 문제는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추진되어야 하고, 제2의 정개특위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정 논란과 관련해 노회찬 민노당 의원은 의원단 워크숍을 열기 전에 비정규직 차별 해소 입법,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 대표제 도입 등 세 가지 조건을 표명해 관심을 모았다.

- 민노당 안에서 연정 논란이 있었다. 노의원의 연정에 대한 발언은 당 브리핑 내용과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연정 제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서 관점 차이가 있다. 제안 자체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판단하는 쪽이 있었다. 그동안 데이트는 한나라당과 해왔으면서, 민노당과는 결혼하자고 하는 것인데, 저쪽과 데이트를 끊자는 것도 아니면서 결혼 얘기가 나오니, 연정 제안이 당을 흔들고 정략적인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당에서 나오는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없앤다면 내 영혼을 2년 동안 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연정은 화두이자 서론이고 본론과 결론은 따로 있다는 입장이다. 저쪽에서도 연정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서 연정 얘기를 꺼낸 것이다. 우리가 이를 빨리 거절하지 않으면 마치 받아들이는 것처럼 오해받고, 그로 인해 당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전술 차원에서 흘린 얘기를 전략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 국가보안법 폐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세 가지 조건을 내건 것은 연정 협상을 해보자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연정은 연정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얘기할 수 있다. 또 거절을 할 때도 거절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연정을 하느니 마느니만 얘기하면 민노당이 촌스럽게 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제안을 받은 사람으로 뜨거운 감자를 들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진단과 해법이 무엇인지를 공세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 언론이 ‘조건부 연정론’으로 해석한 노의원의 발언이 당 강령과 정책을 부인하는 해당행위라는 당내 반응도 있다.


처음 논의는 연정을 받을 것이냐 아니냐에 집중되어 있었다. 잘못하면 민노당은 대화 안하는 사람들로 오해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의 선거연합에 관한 얘기가 나왔을 때도 나는 국보법, 비정규직 문제들을 걸고 똑같이 얘기했다. 민노당은 선거연합에 반대했지만, 당내에는 찬성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도 선거연합을 협상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이 정도 수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말도 꺼내지 말라는 의미였다.
오히려 당에서 연정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민노당 지지자의 80%가 연정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지난 총선 때처럼 세 가지 제안으로 확실히 선을 그은 것도 ‘이 정도가 아니라면 연정 얘기는 꺼내지 마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 정도 수준이 안 되더라도 연정만 해도 민노당 주가가 오르고, 다음 선거에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당내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오히려 그게 걱정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연정은 쉽게 하는 것이 아니다. 연정을 하는 순간 정체성의 혼란 등 잃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런 부작용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얻어 낼 수 있어야 말을 꺼낼 수 있는 것이 연정이다. 그런 상태가 아니라면 말도 꺼내서는 안 된다. 세 가지 조건 발언 이후 나보고 영혼이 어쩌고 하는데, 나는 그 정도면 내 영혼을 2년 동안 팔 수 있다고 얘기했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국가보안법 완전히 없앤다면 ‘영혼 팔고 싶지 않은 사람은 팔지 마라, 내가 대신 팔겠다’고 했다. 아니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우리가 집권할 때까지 참으라고 할 것인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다.

 
- 연정이 서론이면 본론은 선거구제인가?

진짜 중요한 것은 선거제도이다. 개헌도 아니다. 지금 연정은 현실성이 없다. 지역주의 하에서는 연정이든 개헌이든 부정적이다. 유시민 의원과 TV 토론을 해보니 생각이 비슷했다고 느꼈다. 대통령과는 이해관계가 다르고, 나아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인식은 같다고 본다. 선거제도가 중요하다는 결론에는 대통령이 빠르게 도달했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이다. 열린우리당에서 지금 선거구제가 변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유시민 등 소수다. 내가 정개특위에 참여해보니까, 열린우리당 주류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이다. 현행 제도로 가자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직접 말하게 된 배경이라고 본다.

- 노의원은 연정 문제가 거론되었을 때 이 사안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국면 전환의 노림수라고 보는 시각이 아닌 듯하다.

연정 제안이 지방선거용은 아니라고 본다.대선은 몰라도, 지방선거 때는 각 당이 세력과 세력의 합종연횡을 원하지 않는다. 지방선거는 오히려 각자 자기 힘을 확인하는 선거다. 연정 제안을 지방 선거용으로 보는 것은 너무 음모론적 시각이다.
또 그동안 주요 법안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해 양자간에 공조해오며 완화해 처리하거나 연기해왔다. 법안 통과에 불편함이 없다. 작년에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막판까지 붙잡고 있을 때 열린우리당은 과반을 넘었고, 민노당은 예산안을 빨리 통과시키자고 했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해 예산안을 통과했다. 올해 예산도 마찬가지다. 여소야대라고 예산안이 통과 안 되는 것을 걱정하는 상황이 아니다.

 
“연정 문제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선거제도이다. 대통령과는 이해관계가 다르고 나아가는 방향도 다르지만, 인식은 같다고 본다.”

연정은 당장 원내 여소야대 문제나, 지방선거 문제가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다소 현학적이고, 고집 세고, 자기 소신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중장기적으로 보고, ‘이 구도가 문제 있지 않느냐’라고 판단해, 당장 자기 임기 중에 성과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정치개혁을 추진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본다. 이를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경제도 어려운데 뭐 이런 일을 추진하냐고도 하던데, 그럼 이런 일은 계속 놔두어야 한다는 말인가.

- 연정 인프라 얘기를 많이 하던데.

연정 인프라 얘기는 길게 보고 하는 얘기다. 내가 보기에 한국 정치는 다당화 추세로 가고 있다. 앞으로는 다수당이 국민 지지율 40%를 받기도 쉽지 않다. 그런 상황이라면 합종연횡을 부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상태에서는 연정은 야합이다. 현재 지형에서는 불가능하거나, 지역연합 형태다. 민노당의 누군가와 연정을 한다면 그것은 사고다. 중장기적으로 민노당이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를 맞을 수 있다. 그럼 그때 어떻게 할 것이냐? 정책 이념 중심으로 한국 정치가 보수·진보 구도로 정책 경쟁을 하고, 정책적 경향성이 비슷한 집단끼리 경우에 따라 합종연횡해야 명분이 있고, 연정도 국민들이 도덕적 저항없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 문희상 의장의 총리 지명권을 줄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총리 지명권 발언을 듣는 순간 열린우리당  주류가 선거구제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려 작심을 했구나 싶었다. 워딩은 대통령의 워딩을 따왔지만, 논란을 빨리 종식시키려는 것이라고 여겼다. 일부러 못 받을 안을 만들었다. 지금 차기 대권을 손에 쥐었다고 생각하는 한나라당에게 대선 이후 총리를 주겠다고 말하면 그 제안을 받겠나. 총리 지명권 제안은  선거구제 논의에 구정물을 퍼부은 셈이다.

- 내각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진보정당은 이론적으로 보면 권력의 분산이나 민주주의 측면에서 내각제를 지지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지형에서 내각제를 하게 되면 해체되어 가는 지역주의를 잔존하게 하는 역기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내각제를 지지할 수 없다. 지금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

- 선거제도 개편을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했는데.

현 제도에서 당선한 현역 의원이 자신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과연 하겠느냐는 것이다. 현행 법은 선거제도 개편을 국회에서 하게 되어 있지만 일단 시한을 정해야 한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못하면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 투표에 붙여야 하는 것 아니냐.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이미 그렇게 했다. 선거법의 일부 조항을 바꾸는 일은 국회가 하지만 기본 방식을 바꾸는 문제는 국민이 정해야 한다. 국민의 헌법적 권리이다. 이 문제를 국회에서 국민투표로 끌고 가는데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 국민투표에 대한 논의를 당내에서 했나?

국민투표 논의는 공식 회의에서는 안 했다. 이것까지 섞이면 회의 진행이 안 된다. 비공식적으로 몇 사람과 얘기를 했다. 시차를 두고 얘기하자는 사람도 있고. 말 꺼낸 대통령 입장에서는 섭섭하고 본의가 덜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서 더 얘기를 꺼낼 것이다. 하지만 연정 논란은 이제 끝났다.

- 당 문제로 돌아오자. 최근 당 지지도가 18%대까지 오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 조사는 조사 기법을 봐야 할 것 같다. 통상 무응답층이 30~35%인데 그 조사에서는  10%대였다. 조사 기법을 봐야 한다. 그 조사가 나오고 이틀 뒤 조사에서는 11%대였다. 8%대에서 11%대까지 지지율이 오른 데는 캐스팅 보트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국방부 장관 해임이나 연정 논란으로 민노당이 비중있게 보도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꺼지는 거품과 같다.

- 당의 지지도가 하락한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당 노선이 너무 좌익적으로 세게 나가서 지지도가 떨어진 것이 아니다. 전략이 없고, 기획이 빈약하고, 정책이 부실했다. 전략적 판단이 없거나 관성적이었다. 기획은 정말 중요한데 거의 없었다. 당장 민주노동당이 7,8월에 어떤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갈지 기획이 없다. 주요 주제를 평면적으로 나열한다는 것은 결국 기획이 없다는 것을 은폐하는 것이다. 나만 해도 내가 알아서 의정활동을 했지 당에서 어떤 사안을 해보자고 제안해서 한 일이 없다. 그러니까 의원들의 개개인 평가는 좋게 받았는데 당적 실천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정책은 방향은 옳은데 구체화가 덜 되어 있다. 이런 점이 고쳐지지 않으면 민노당은 선거 정당이 되어 버린다.

- 당 지도부와 의원단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있다. 하지만 지도부만 문제를 삼는 것은 옳지 않다. 등원 초기 한두 달을 제외하고 원내 대책은 원내에 일임되었다. 지도부가 간섭하거나 견제한 적이 없다. 원내 전략 부재 책임은 원내에 있다.
한 정당의 지지도가 18%대에서 8%대로 떨어졌으면 다른 당이면 지도부 교체다. 민노당은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이게 문제다. 책임을 따지면 최고위원회에게 50%, 의원단에게 50% 책임이 있다.

- 현재 ‘민노당은 운동권 동창회’라고 쓴 소리를 했다.

당에는 정파는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정파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정파라기보다는 이전에 낡은 혁명 전략론의 차이에서 나왔다. 지금 우리가 혁명하고 있는가. 비생산적인 경쟁이다. 물론 변혁 운동을 한 사람이 앞장서서 당을 만들어 왔다는 점은 인정한다. 나도 그중에 하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NL·PD가 재생산이 되지도 않는데, 과거에 묶여 있으면 오히려 사안별로 입장이 다른, 제대로 된 정파가 출현하는 것을 막게 된다. 각 사안별로 의견이 모아지다 보면 그룹별로 경향성이 생긴다. 브라질 노동자당은 ‘이번 회기에는 특정 현안을 통과하자’며 안건별로 1회용 정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난 총선 이후 당원이 5만에서 7만으로 늘었다. 자발적으로 가입한 당원 2만명 가운데 절반은 운동과는 무관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당내 파벌 싸움을 보면 얼마나 황당하겠나. 빨리 10만 당원 시대가 와야 한다. 입당을 하면 달마다 만원씩 내야 하는데, 어중이떠중이 안 들어온다. 입당 차제가 검증이다. 당원이 많아지면 비상식적으로 주관적 판단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 차기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서는?

의원이 된지 이제 1년밖에 안 되었는데.  다른 선거에 도전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주변의 가까운 사람에게 물어보니 ‘민주노동당식 발상’이라고 하더라.(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면 출마해야 하는데, 그런데 지금 지방선거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 국회의원 선거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내가 나가 다른 사람보다 3~5%를 더 받으면 좋다. 하지만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도권에 출마해 최초의 의석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당을 중심으로 어느 것이 더 이익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는 서울시장 후보로, 심상정 의원은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어떠냐는 얘기도 있던데. 어렵게 1년 동안 의정에 숙달되었는데, 둘이 나가면 다른 사람이 들어와 의정활동을 준비해 제대로 해낼 것인가. 이런 문제도 있다. 의정활동을 통해 당을 주목하게 하는 역할도 무시못한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서는 좀 더 의견을 들어 보려고는 한다. 하지만 지금은 부정적이다.

 

 

 

 

 

 

 

노회찬 의원 약력
1956년 출생. 고려대 졸업. 유신독재 반대 유인물 살포로 민주화운동 시작. 인천지역민준동자연맹(인민노련) 창립. 진보정당추진위원회·진보정치연합 대표. 국민승리 21 기획위원장.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선거대책본부장. 17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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