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생명의 은인 되는가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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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젠바이오, 인간 면역 유전자 가진 돼지 복제 성공…‘이종 장기’ 이식 길 터
 
 미국 시카고 의대 김윤범 교수(76)는 장기 이식용 무균 돼지 연구에서 ‘세계적인 권위자’ 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한국을 다녀갔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 줄기세포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황우석 교수(서울대·수의학)에게 건넨 무균 돼지의 상태를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돼지의 태반은 여섯 겹으로 두꺼워, 어미 돼지의 면역 세포가 태아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제왕 절개로 꺼낼 경우 아기 돼지는 면역 제로 상태가 된다. 더욱이 돼지는 해부학·생리학적으로 인간과 유사해 장기 이식용으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앞으로 10년 내에 돼지 심장을 달고 뛰어다니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연 김교수의 말처럼, 혹은 수많은 심혈관질환자의 소망처럼 그 일이 10년 안에 가능할까.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이종 장기 전문 벤처 회사인 엠제바이오(대표 박광욱·www. mgenbio.com) 사람들이다.
 엠젠바이오는 얼마 전 ‘당뇨병 치료를 위한 HLA-G 인간 면역 유전자를 가진 돼지를 세계 최초로 복제했다’고 발표했다.

‘복제 돼지’는 축산연구소(수원) 무균실에서 사육되어 사진으로 볼 수밖에 없었는데, 첫인상은 작고 귀여웠다. 얼마나 앙증스러운지 이깟 돼지가 엠젠바이오 사람들의 바람처럼 과연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박광욱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엠젠바이오 열다섯 식구가 혁명에 가까운 일을 해냈다. 이제 돼지 장기로 사람을 치료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큰소리 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당뇨병은 췌도세포가 제구실을 못해 걸리는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환자들은 인슐린을 주사해 생명을 연장해야만 한다. 그런데 췌도세포를 이식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인슐린이 건강할 때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분비되어 따로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췌도세포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면역 거부 반응이다. 사람의 몸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즉각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그것이 이종장기(異種臟器)일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체에 이종장기를 이식하면 크게 네 가지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초급성 거부 반응, 급성혈관성 거부 반응, 세포성 거부 반응, 만성 거부 반응이 그것이다.   초급성 거부 반응은 인체의 자연 항체가 이종 장기를 거부해 일어난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사람은 몇 분(分)에서 한 시간 사이에 사망한다. 급성 혈관성 거부 반응도 비슷하다. 이종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려면 작은 혈관까지 다 연결해야 하는데, 그때 인체의 NK세포(일명 킬러 세포)가 3일~1주일에 거부 반응을 일으켜 사람을 사지에 몰아넣는다.
 
“엠젠바이오가 혁명에 가까운 일 해냈다”

세포성 거부 반응은 인체의 NK세포가 이종 장기에 거부 반응을 나타내 일어난다.  NK세포는 심지어 태아(태반)까지 공격한다. 그러나 실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태반에서 수백~수천 가지 단백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 단백질들은 NK 세포의 능력을 떨어뜨려 거부 반응을 미연에 막는다. 현재 그 역할을 하는 주요 단백질은 10종 안팎이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LA-G 인간 면역 유전자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엠젠바이오가 이번에 탄생시킨 복제 돼지는 바로 그 유전자를 몸 속에 갖고 있다. 인체에서 분리한 HLA-G 유전자를 돼지 체세포에 넣어 돼지를 복제한 것이다. 따라서 이 돼지의 췌장세포를 인체에 이식하면 그만큼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줄어든다. “체외에서 실험해본 결과 HLA-G 유전자가 NK 세포의 독성을 60~70%까지 감소시켰다”라고 엠젠바이오 박대표는 말했다. 그만큼 면역 거부 반응이 덜 일어났다는 뜻이다.
 
엠젠바이오는 HLA-G 유전자를 갖고 있는 복제 돼지를 키워, 내년에 삼성의료원과 함께 그 돼지의 췌도세포를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물론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복제 돼지가 임상 시험 과정에서 당뇨병 치료에 가장 먼저 적용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췌도세포 이식이 심장 같은 장기 이식보다 위험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뇨병은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높아 그 어떤 질병보다 시장성이 크다.

“5년 내에 이종 췌도세포 임상 시험”

 
김광원 교수(서울삼성병원)는 “사람의 췌도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 건수는 1년에 고작 서너 건이다. 그만큼 췌장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돼지의 췌도세포를 이용할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박광욱 대표는 앞으로 5년 내에 이종 췌도세포 임상 시험(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가능하고, 10년 뒤에는 이종 심장 같은 고형 장기 이식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이미 동물 실험에서는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01년, 미국 미주리 대학에 있던 박광욱 대표는 세계 최초로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가운데 하나인 알파갈(α-Gal)을 제거한 돼지 복제에 성공했다(그 내용은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이후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알파갈이 제거된 그 복제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했다. 시험은 성공이었다. 원숭이가 거의 6개월 동안 생존했던 것이다. 

 엠젠바이오의 연구는 HLA-G 유전자를 갖고 있는 복제 돼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1년 안에 NK세포를 녹다운시키는 면역 유전자 서너 가지를 더 가진 돼지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2,3년 안에 100여 가지 면역 유전자를 가진 돼지를 복제할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만약 그같은 돼지가 탄생한다면 이종 장기 이식은 지금의 각막 이식만큼 흔한 수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2010년, 세계 장기 이식 시장 규모는 80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엠젠바이오 식구들은 그 시장에서 자신들이 선두 위치에 서기를 희망한다. 엠젠바이오 식구들만큼 그들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이다. 그들의 바람처럼 과연 엠젠바이오가 ‘의료 혁명’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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