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관록’ 뒤쫓는 ‘패기’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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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전북일보, 지역 선두…JTV·도민일보 ‘약진’
 
언론 매체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은 두 가지였다. ‘중앙 언론을 포함해 전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지역 방송, 지역 신문, 지역 인터넷 매체 등 지역 언론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중앙 방송사의 지역 총국, 지역 계열사 등도 지역 언론에 포함됩니다’.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응답자가 세 군데 언론사를 주관식으로 답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앙 언론사를 포함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KBS(50.2%) MBC(35.6%) 전북일보(24.4%) 동아일보(23.6%) 조선일보(18.6%) 순이었다. 지역 언론만으로 한정했을 경우에는 전북일보(70.6%) KBS 전주방송총국(36.6%) JTV 전주방송(33.2%) 전주MBC(27.8%) 전북도민일보(14.4%)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 매체 중 1위는 KBS

전북 지역 언론사 가운데 영향력 있는 매체 1위로 뽑힌 전북일보는 올해가 창간 55주년으로 도내 신문사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만큼 지역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이경재 편집국장은 “지역 언론사가 난립한 상황에서 역사가 오래된 만큼 맨 파워가 가장 우수하다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이경재 편집국장은 전북일보의 대표적 보도로 2002년 7월에 보도한 ‘여성 시각장애인 씨받이’ 기사를 꼽았다. 이 기사는 한 여성 장애인의 비극적인 생애를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는데, 그 해 엠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전북에 있는 9개 신문사 가운데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 매체로는 전북도민일보(14.4%)와 새전북신문(8.0%)이 뒤를 이었다. 전북도민일보는 전북일보에 이어 두 번째로 창간(1988년)한 신문사이다.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대표는 1965년 전주문화방송 기자를 시작한 이래 40년 동안 언론인 생활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여수MBC·전주MBC·전북도민일보 대표를 역임했다. 전주MBC 보도부장 시절이던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를 최초 속보로 전국에 알렸다. 그는 올해 5월에 언론인 40주년을 맞아 전주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그는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인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새전북신문은 전북권에서 주목해야 할 지역 언론이다. 2000년에 창간했는데, 대주주(우진건설)가 손을 떼면서 100% 사원주주회사로 운영하는 실험을 벌이고 있다. 후발 주자인 만큼 차별화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하루에 10만여명에게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노컷뉴스·쿠키뉴스·네이트닷컴 등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랭키닷컴에서 전북권 신문사 가운데 홈페이지 방문자 순위가 가장 높다(7월27일 현재). 또한 그동안 다른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 논조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지역 신문사로는 드물게 지역 언론과 계도지 예산 문제를 집중 보도해 전북 민언련으로부터 ‘2001 올해의 좋은 지역 기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주방송, ‘방폐장 끝장 토론’으로 화제

전문가들이 꼽은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 매체 2위에는 KBS 전주방송총국(36.6%)이 올랐다. KBS 전주방송총국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KBS의 다른 총국들이 대략 1주일에 2백20분 뉴스를 내보내는 데 비해 전주방송총국은 2백72분을 내보내고 있다. 또 사회부를 대폭 강화했다. 취재 기자 13명 가운데 6명을 사회부에 배치해 고발 기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포커스 전북 21>이라는 보도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 아이템을 심층 분석하는 데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명성 보도팀장은 “지역 언론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토호와 유착해 토비(토착 비리)를 건드리지 않는 보도 태도이다. 기자들이 도청·시청 주변에만 머물러 있으면 도정·시정 방송이 되어 버린다. 사회부를 강화한 것은 성역 없이 비판하자는 취지이다”라고 말했다. 사회부를 강화하면서 KBS 안에서도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총국의 자체 평가이다. 전주방송총국에 따르면, 지역 뉴스를 본사에서 받아 보도하는 본사 송고 실적이 KBS의 전국 총국 가운데 수위를 달리고 있다.

 
영향력 있는 지역 언론 3위에 오른 JTV전주방송(전주방송)은 민영 방송 가운데 후발 주자에 속한다. 1997년에 개국한 2차 민방이다. 신효균 방송본부장에 따르면, 전주방송은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에는 밤 11시부터 새벽 3시20분까지 4시간 20분 동안 방폐장과 관련한 끝장 토론을 내보냈다.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로부터 ‘대표 선수’들을 추천받아 3 대 3 토론을 붙였다. 끝장 토론은 지역 방송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한 시민운동가는 최근 들어 전주방송이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택곤 사장이 오고 나서 과거에 비해 군산 미군기지 기름 유출 사건 등 진보적 이슈를 밀착해 다루고 있다.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을 묻는 조사에서는 서창훈 전북일보 대표(11.4%)와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대표(8.2%)를 꼽은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김택곤 전주방송 대표(5.0%)를 꼽는 이도 있었다. 서대표는 도내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전북일보의 사주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횡령과 조세 포탈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4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김택곤 전주방송 대표는 1980년 해직 기자 출신으로 MBC 보도국장을 역임하는 등 중앙 언론에도 잘 알려져 있는 언론계 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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