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공사, 북한 탄광 개발한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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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5일 합의서 교환…남북한 ‘신경협’ 상징 사업으로 주목돼

 
대한석탄공사(석탄공사)가 북한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련) 산하 명지총회사와 지난 7월5일 북한 탄광 개발과 관련한 합의서를 교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 동안 말로만 나돌았던 북한의 탄광 개발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북한 탄광 개발 사업은 앞으로 남북한 ‘신경협’의 상징적인 사업으로서 특별히 주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협은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자원을 결합하는 새로운 남북 경제협력 사업 방식이다. 지난 7월12일 폐막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남북한이 이와 관련한 12개 항의 합의문을 채택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석탄공사가 북한 탄광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가진 지는 꽤 되었지만, 본격화한 것은 지난 3월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3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에너지자문회의에서 북한 탄광을 개발하는 문제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다음부터다. 산업자원부는 그 이후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두 차례 회의를 열어 북한의 탄광 현황을 살펴보고 개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자부 차원에서 ‘논의’에 그쳤던 북한 탄광 개발 사업은 석탄공사가 뛰어들면서 급진전되었다. 석탄공사 고위 관계자들은 4월 말 중국 단둥에서 민경련 고위 인사들을 만나 의향서를 건넸다. 북한 탄광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발하기 위한 실무회담을 갖자고 요청한 것이다. 이후 5월 하순 한 차례 더 개성에서 만난 양측은 7월5일 합의서에 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합의서에 따르면, 석탄공사는 북한 탄광 두 곳을 개발하기로 했다. 무연탄 탄광 한 곳과 유연탄 탄광 한 곳이다. 유연탄 약 30억t이 매장되어 있는 북한에는 함경북도 온성에 있는 ‘온성지구탄광연합기업소’ 등 유연탄광이 20여 곳 있다. 북한은 유연탄 생산이 연간 1천5백70만t 가능하나, 현재는 전력 부족 등으로 인해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양을 캐내고 있다. 유연탄이 생산되지 않는 남한은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북한은 또 50 곳이 넘는 무연탄광에서 2천만t 가까운 석탄을 생산하고 있다.

무연탄·유연탄 탄광 한 곳씩 개발

 
석탄공사 고위 관계자는 북한 탄광 개발에 나서는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난을 푸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경제 회생의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남한은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을 확보할 수 있다 △난방·취사 연료 확보가 가능해짐으로써 북한 산림이 황폐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석탄 매장량은 캐낼 수 있는 것만 남한의 10배에 이르는 1백47억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나라가 수입하는 유연탄은 한해 7천5백만t인데, 이 가운데 4천5백만t이 발전용으로 쓰인다. 우리 나라 전력 생산의 37%를 석탄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탄광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북한 유연탄이 수입 유연탄을 대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 석탄산업과 관계자는 “남북 간에 앞으로 잘 해보자는 논의가 적극 오가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석탄공사 고위 관계자는 “북한 탄광 개발 사업이 신경협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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