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군 놀이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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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속으로] 무슨 놀이냐고? 당신 쉰세대군!

<여인추억><대털>을 그린 만화가 김성모는 주류로부터 인정받는 대가는 아니지만 네티즌들에게는 교주에 가까운 추앙을 받고 있다. 그림과 대사는 다소 통속적이고 촌스럽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네티즌들은 더욱 열광한다. 요즘 김성모 작가가 2002년 펴낸 <스타 크래프트>의 한 장면(아래 그림 참조)이 인터넷에 뜨면서 ‘드라군 놀이 ’가 유행하고 있다. 드라군은 <스타 크래프트>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다.

 
드라군 놀이가 무엇인지는 직접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누군가가 아무 게시판에,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라는 덧말을 단다. 그러면 다른 네티즌들이 그 아래에 ‘드!’ ‘라!’ ‘군!’ 이라는 세 글자를 한 자씩 이어붙인다. 최소 4명이 참여해야 완성되는 놀이다. 이 짓에는 어떤 의미나 맥락도 없으며, 덧말이 달린 원래 게시물의 내용과도 상관이 없다. 화제를 엉뚱하게 바꾸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재미있냐고 묻는 사람은 요즘 인터넷 문화의 대세를 모르는 사람이다.

유행이란 유치한 법이다.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의 ‘1학년3반’ 코너가 퍼뜨리고 있는 유행어 ‘됐거든 ~’ ‘너도 똑같거든’이 그렇다. 누가 당신에게 ‘너도 똑같거든’이라고 놀리면, 친구 3명을 불러 이렇게 맞받아치자.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한다면?” “드!” “라!” “군!”

유치하지 않은 유행어도 있다. KBS 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이 명량해전 을 앞두고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명대사를 던져 유행어가 되었다. 함선 12척으로 수천 척 일본 함대와 맞서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한다면? 드! 라! 군!

한국과 타이완이 몰래카메라·몰래녹음기 파문으로 뜨겁다. 타이완 미녀 모델 린즈링은 최근 가슴 성형 의혹에 이어 몰카 누드 사진이 번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은 이상호 X파일로 불리는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 파문으로 들썩거린다. 요즘 뉴스를 보면 영화 같은 사건이 너무 많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고교 동창생 2명이 컬러 복사기로 양도성 예금증서를 복사해 8백50억원을 횡령해 중국으로 도망쳤다

몇 달째 휴가 관련 검색어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산·동해·제주 지역 해수욕장에서 바다 축제가 한창이다. 야식 시간이 많은 요즘, 지나친 과식은 당뇨와 대장암·전립선암 같은 서구형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암을 극복하고 ‘투르 드 프랑스’를 7연패한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처럼 운동에 힘쓰는 것은 어떨까? 2005 동아시아 축구대회가 7월31일부터 열린다. 북한 축구팀의 방한은 이목을 끌었지만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한다면? 드! 라! 군!.

7월 마지막 주 급상승 키워드 10
1. 이상호 X파일
2. 됐거든
3. 바다축제
4. 명량해전
5. 랜스 암스트롱
6. 드라군 출동
7. 린즈링
8. 850억 횡령
9. 동아시아축구대회
10. 서구형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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