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인간 복제?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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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이 난제 중의 난제라는 개 복제에 성공했다. 많은 과학자가 지금 기술로도 인간 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인간 복제는 실현될 것인가.

 
 5년 전만 해도 황우석 교수(서울대·수의학)는 자기가 이렇게 빨리 개를 복제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해 어느 날, 그는 애완견 애호가로 알려진 한 재벌 기업 회장의 청탁을 받았다. 재벌 회장은 자기가 아끼는 ‘늙은 개’를 복제해 달라고 조심스레 부탁했다. 당시 백두산 호랑이 복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황교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때까지 어느 과학자도 개 복제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고, 황교수 자신도 그럴 만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이제 비슷한 청탁을 받게 되면 황교수는 심각히 고민할지 모른다. 그야말로 멋지게,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생명과학자들에게 체세포를 이용한 개 복제는 물음표 가득한 난제 가운데 하나였다. 양·소·생쥐·염소·돼지·토끼·고양이 등 13종의 체세포를 복제(복제)하고, 멸종 위기의 아시아 황소 ‘가우르’까지 복제했지만 이상하게 개는 복제가 쉽지 않았다. 황우석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 제럴드 섀턴 교수(의대)도 여러 차례 개 복제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황교수 팀도 이미 2년 전에 쓴맛을 보았다. 서울대에 ‘개 복제팀’이 처음 꾸려진 것은 2003년 초. 주축은 황우석·이병천·강성근 교수 등 10여 명이었다. 연구진은 심혈을 기울인 끝에 체세포를 융합한 수정란을 대리모 자궁에 이식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2003년 8월, 초음파로 대리모를 검사할 때만 해도 임신이 확실했다. 그러나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기쁨은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임신 48일이 되던 날 특별한 이유 없이 유산되어버린 것이다. 개의 임신 기간이 63일이니까 출산을 보름 앞둔 시점이었다.  

 실패 원인을 살피던 연구진은 올해 들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개 복제를 시도한 섀턴 교수와 e메일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실패 원인이 어렴풋이 밝혀졌다. 연구진이 주목한 부분은 개의 독특한 번식 체계였다. 이병천 교수(서울대·수의학)에 따르면, 개는 특이하게도 1년에 두 번 발정한다. 때문에 배란 촉진 호르몬제 따위로 발정을 유도할 수 없다. “복제에 필요한 개의 난자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1년에 두 번밖에 없다는 뜻이다”라고 이교수는 설명했다.  

“퇴행성·유전 질환 원인 알아낼 길 열었다”

 게다가 개는 배란기에도 미성숙한 난자를 배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 난자로는 수정란을 만들기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채취한 미성숙 난자를 체외에서 인공 배양해 수정이 가능하게 만들거나, 개의 몸 속에 그냥 두었다가 나중에 완전히 성숙한 뒤 채취하는 방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첫 번째 방법은 실패로 끝났다. 그렇지만 두 번째 방법은 달랐다. 수많은 실험 끝에 성숙된 난자를 채취할 수 있는 시간과 자궁 내 장소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배란이 시작되고 72시간째 되는 순간, 자궁쪽 나팔관.  

 ‘비밀’이 벗겨지자 실험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연구원들은 1~3세짜리 암캐 1백23마리에서 1마리당 평균 12개씩 성숙된 난자를 채취했다. 그리고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아프간하운드 수캐 ‘타이’의 귀에서 떼어낸 체세포와 융합했다(이병천 교수에 따르면, 아프칸하운드를 선택한 것은 외모가 독특해서 복제 여부를 금방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복제 수정란 1천95개가 만들어졌다. 수정란들은 다시 5~12개씩 대리모 1백23마리의 자궁과 나팔관으로 조심스레 옮겨졌다. 

 며칠 뒤, 초음파 검사를 통해 대리모 세 마리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또 며칠 뒤 최종 결과가 나타났다. 널리 알려진 대로 4월 말에 수컷 강아지 두 마리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중 한 마리가 생후 22일 만에 인공으로 젖을 먹이는 과정에서 유즙이 폐로 들어가 숨지는 바람에, 세상에는 단 한 마리의 복제 개만 남게 되었다. 무게 5백30g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스너피’가 바로 그 개다. 

 유전자(DNA) 추출 검사를 해본 결과, 스너피는 타이와 혈액형은 물론 유전적으로 100% 일치했다. 세계 최초로 포유류(양) 체세포를 복제했던 이언 윌머트 박사(로슬린 연구소)는 황교수팀의 연구 성과에 대해 “다른 종에서처럼 개들도 복제가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대단한 성과다”라고 치켜세웠다. 황우석 교수는 개 복제 성공이 “멸종 위기 동물을 복원하는 작업과 치료용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병천 교수도 복제 개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퇴행성 질환과 유전적 질환은 아직 발병 원인과 치료 방법을 모른다. 그러나 복제 개를 이용하면 달라질 수 있다. “퇴행성 질환과 유전적 질환에 걸린 개의 체세포를 이용해 개를 복제한 뒤, 강아지 때부터 유전자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 병이 왜 생기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교수는 말했다.             

 
 긍정적인 효과나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BBC방송은 일부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개 복제가 과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만, 인간 질병 치료 연구를 위해 동물을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보도했다. 또 여러 시민단체로 구성된 생명공학감시연대는 ‘…관련 연구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사이도 없이 마치 금방이라도 난치병을 치유할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개 복제 성공은 당장 인간 난치병 치료에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인간 개체 복제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증폭시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인간 복제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스너피와 관련한 이런저런 논쟁을 두고 ‘인간 복제 논란의 예행 연습’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사람들은 개 복제가 디딤돌이 되어, 이제 인간 복제가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한다. 황교수는 인간 복제가 21세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많은 과학자가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사람만큼 복제하기 쉬운 동물은 없다?

 윌머트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도 자체가 범죄 행위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딸린 기사 참조).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복제에 성공하는 종(種)이 많아질수록 모든 포유류를 복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확실해진다. 인간을 포함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줄기세포를 연구해온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장은 “복제와 관련해 사람만큼 다루기 쉬운 대상은 없다”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소나 돼지의 경우 세포질은 지질이 많아 검은색이다. 따라서 핵을 제거하려면 시약을 써서 염색을 한 뒤 시도해야 한다. 이처럼 과정이 많아지면 성공할 확률이 떨어진다. 그러나 사람의 세포질은 다르다. 쥐 난자와 비슷해 투명하고, 그만큼 핵을 제거하기가 수월하다. 이는 이식 성공률이 높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윤리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지금 당장 복제에 나설 과학자들이 많다”라고 이박사는 말했다.   

 일부 과학자는 인간 복제 이전에, 인간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 복제부터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도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암컷의 발정기가 1년에 4개월뿐이어서 난자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숭이가 많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미 제럴드 섀턴 교수는 ‘황교수팀의 도움으로 원숭이의 복제 배아 1백35개를 얻는 데 성공한’(<동아일보> 8월5일자)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이 원숭이 복제를 탐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과 원숭이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적 기능이 비슷해, 신약 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 동물로 더없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줄기세포 이식 실험에서도 인간과 비슷한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원숭이 복제는 불가능해 보인다. 섀턴 교수에 따르면, 원숭이 난자에서 핵을 제거할 때 생존에 필요한 두 가지 단백질도 함께 빠져 나간다. 그래서 원숭이나 인간 같은 영장류 복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간 복제, 기형 출산 가능성 매우 높아

 인간 복제도 마찬가지이다.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고, 윤리 문제가 남아 있어 어느 과학자도 쉽게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제 양 돌리의 경우 양의 난자 2백77개를 가지고 배아 29개를 만들었고, 그 가운데 13개만 임신에 성공했다. 그나마 실제 출산에 이른 것은 세 마리뿐이었다. 스너피도 복제 수정란 1천95개 가운데 3개만 임신에 성공했다. 인간 복제는 그 이상의 실패율을 기록할지 모른다. 

 게다가 동물 복제에 성공한 모든 과학자가 ‘기형’을 우려한다. 사람의 경우 그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황우석 교수와 윌머트 박사의 설명이다. 실제 대부분의 복제 동물은 태어난 지 24시간 안에 심장이나 폐, 신장 이상으로 사망하며, 겉보기에는 건강하지만 보통 동물보다 훨씬 더 일찍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없지만 일부 나라에는 인간 복제를 옹호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그레고리 E. 펜스 교수(버밍엄 앨러배마 대학·철학)가 인간 복제를 찬성하는 대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누가 인간 복제를 두려워하는가>에서 ‘복제 인간이 쌍둥이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복제 인간을 옹호한다.

 
그는 복제 인간은 유전자만 같을 뿐, 쌍둥이처럼 생활 방식과 인생 모두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즉 뇌는 복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축구 천재 박주영’을 복제하면 그도 축구를 귀신같이 잘할까? 펜스 교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 하나뿐이다(실제 그럴 가능성이 높다). 

 펜스 교수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복제 인간을 잘못 묘사해 사람들이  복제 인간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①가장 먼저 독재자를 복제한다 ②복제 인간이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며칠밖에 안 걸린다 ③복제 인간은 살인마가 되거나 장애인이 된다 ④복제된 여성은 키가 크고 날씬하다 ⑤포유류를 복제한 과학자는 언제나 그 동물에게 살해된다 등이 그가 지적하는 잘못된 묘사이다.
   
 개가 복제됨으로써 인간 복제에 대한 논란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한국 사회에는 반대하는 목소리만 높은 것 같다. 반면 과학적이고 타당한 이유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우리 사회도 황교수의 ‘복제 기술’에 걸맞는 인간 복제에 대한 논쟁의 틀을 갖출 때가 되었다. 그래야 빠르게 진보하는 복제 기술이 재앙인지 축복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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