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보고 절할 날 오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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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꾸나/자동차 운행 줄고, 중소기업 타격 심각

 
‘날뛰는 기름값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뉴스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지만, 유가 인상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체감 온도’는 높지 않다. 기름 보일러 의존도가 높고 한푼이 아쉬운 서민이나 농가는 겨울철에 대비해 벌써부터 연탄 사재기에 돌입하는 등 기름값  인상에 민감하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는 주유소에 가서야 기름값이 올라가는 것을 피부로 느낄 뿐이다. 그나마 국내 주유소 기름값에는 세계 석유 시장에서의 인상분이 즉각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준은 아니다. 기름값은 어떻게 형성되고, 기름값이 올라가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유가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가?
현재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고유가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국제 유가는 크게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고, 여기에 미래의 공급 여력과 산유국들의 정정 불안, 자연 재해 등이 고려된다. 과거 1,2차 오일쇼크는 산유국들의 정정 불안으로 일어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연구위원은 “최근의 유가 인상은 석유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석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3.7% 늘었으며 올해도 1.4%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산유국들의 생산 능력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2천7백74만 배럴로 생산 능력(2천9백16만 배럴)의 94%를 넘었다. 

국내 유가는 어떻게 책정되는가?
국내 유가는 국제 석유 시장의 가격 변동뿐 아니라 환율과 세금의 영향도 크다.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해 올 때 달러로 결제하는데, 올해는 원/달러 환율이 11% 떨어졌다. 그래서 국제 유가가 올랐어도 원/달러 환율만큼 국내 수입가는 떨어졌다. 또 국내 석유 가격에는 엄청난 세금이 붙어 있기 때문에 원유 수입 가격 인상이 전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예컨대, 국내 휘발유값의 60%, 경유값의 48%, 등유값의 31% 가량은 세금이다. 교통세·지방주행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의 명목으로 세금이 붙는다.

삼성경제연구원 곽수종 연구원은 “환율과 세금 때문에 원유 가격의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한다 하더라도 총액이 눈에 띄게 인상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37.9 달러에서 51.1 달러로 34.7% 올랐는데, 국내 평균 휘발유값은 ℓ당 1천3백55원에서 1천4백2원으로 5.0%가 올랐다.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 물가는 어떻게 달라지나?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에너지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0% 올라갈 경우 소비자물가는 0.17% 올라간다. 그러나 이를 소비자들이 피부로 직접 느끼기는 어렵다. 특히 소비자들의 직접 접하는 휘발유값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가중치는 매우 적은 편이다. 소비자 물가 가운데 휘발유값의 가중치는 5.7%이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이 34%, 주택 전세값이 13%, 농·축산물이 10%인 것에 비하면 높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 석유값과 휘발유값이 올라도 장바구니 물가의 인상 속도에 비하면 별게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유가가 올라가면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석유값이 인상된다면 소비자들의 체감 온도는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에서 자가용을 보유한 가구가 휘발유 구입에 지출하는 비용은 가처분 소득의 9.2%에 이른다. 100만원이 생기면 9만2천원을 휘발유 구입에 쓰고 있는 것이다. 유가가 조금이라도 더 오르면 가계 소비지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발 빠른 소비자들은 ‘고유가 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상자 인터뷰 기사 참조).

유가가 오르면 가장 괴로운 사람들은?
경제 위기가 닥치면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처럼 유가 인상의 가장 큰 희생자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요즘 연탄 공장과 연탄 보일러 회사들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연탄 공장들은 지난해에 비해 생산량을 2~3배씩 늘리고 있고, 연탄 보일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까지 등장했다. 난방 에너지로 석유 보일러를 사용하는 서민층이나 비닐 하우스 등 시설 재배를 하는 농가들이 기름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난방 연료를 연탄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 보일러를 연탄 보일러로 바꿀 경우 연료비는 8분의 1 가량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대단위 시설 재배를 하는 농가는 연탄 보일러를 대안으로 삼을 수도 없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영농조합법인 ‘화성21’ 채건석 부장은 “8천평이나 되는 온실에 연탄 보일러를 들여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오르는 기름값에 그저 속만 탈 뿐이다”라고 털어놓았다. ‘화성21’은 파프리카만 전문으로 생산하는 영농법인으로 연간 매출액이 13억~15억 원 가량 나오는 대규모 농장이다. 이 농장에서는 온실 난방용 연료인 LPG를 구입하는 데만 매출액의 30% 이상을 사용한다. 그래서 LPG 가격이 10%만 올라도 수익이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가에 울고 웃는 기업은?
유가가 오르면 대부분 기업들은 괴롭다. 에너지 비용이 그만큼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 규모나 성격, 업종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린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제조 원가 중 에너지비용 비중은 2.2% 수준이다. 제조업체 가운데서 에너지비용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은 요업으로 9.2%나 차지하고 있다. 천원짜리 도자기 하나를 만들 때 드는 에너지 비용이 92원이나 들어가는 것이다. 요업 다음으로는 제지(7.6%) 섬유(5.2%) 화학(3.3%) 철강(3.3%) 음식료(2.5%) 조립금속(1.9%) 순으로 에너지 비용 비중이 높다. 이 가운데서도 석유화학 업종처럼 원유 인상분을 제품 값에 바로 반영할 수 있는 기업들은 유가가 올라도 웃을 수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울 수밖에 없다.

특히 기름값이 오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이 죽을 맛이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기업은 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가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이 3백 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10개 중 7개 이상(76.3%)이 고유가로 인해 경영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유리병을 제조하는 한 업체는 연료 구입 단가가 3백30원에서 3백60원으로 10% 가량 올랐고, 연간 87억원 정도 하던 연료비가 96억원 이상으로 늘었지만 그 인상분만큼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처지여서 속만 끓이고 있다. 

유가가 올라가면 왜 경기가 침체하는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유 도입 단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1%가 낮아진다. 유가가 올라가면 물가도 올라가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가 줄면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 경제 구조에서 유가 인상은 곧바로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자동차를 버려야 할까?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자동차를 ‘버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 가구의 2/4분기 교통비 지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특히 대중교통비는 7.8% 늘었는데, 자동차연료비·보험료·통행료 등 차량유지비는 가구당 8.8%나 감소했다. 기름값과 보험료 부담이 커지자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도시 근로자가 늘어난 것이다.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서울시 자가용 가운데 10%만 하루 동안 운행하지 않아도 약 2천68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 기회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로 바꾸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휘발유보다 값이 싼 경유차나 하이브리드차로 갈아타려는 것이다. 유가가 70 달러, 100 달러까지 오를 경우를 감안한다면 차 바꾸는 비용과 연비를 따져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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