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는 분들, 나를 정말 아는가?”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08.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HQ 정훈탁 대표/“싸이더스HQ 브랜드로 테마파크 만드는 것이 목표”

 
IHQ 정훈탁 대표는 요즘 가장 부각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CEO이다. 2002년 5월, 싸이더스로부터 분리해서 연예인 매니지먼트 전문 기업인 싸이더스HQ를 이끌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올랐다. 전지현 송혜교 성유리 김혜수 전도현 정우성 장 혁 조인성 등 톱스타를 비롯해 스타 70여명이 싸이더스HQ에 속해 있다.

정대표는 경영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며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제작사(아이필름) 영화배급사(아이러브시네마)를 차례로 설립한 데 이어 드라마제작사(캐슬인더스카이)와 게임제작사(엔트리브소프트)를 차례로 인수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 IHQ 사단을 구축했다. 보유 주식의 평가액만 6백억원이 넘는 그는 얼마 전 <시사저널>이 벌인 ‘엔터테인먼트 업계 영향력 순위’ 조사에서 2위를 기록했다.

조용필씨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조용필씨 매니저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는 열정이 있었다. 음악밖에 몰랐다. 그런 열정으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스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스타란 어떤 존재인지,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후 매니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스타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스타는 외로운 존재다. 옆에 있는 사람이 사랑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스타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스타는 다치기 쉽다. 그리고 다치면 버려진다.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

왜 독립했나?
조용필씨를 따라서 일본을 다니면서 어깨 너머로 일본의 시스템을 접했다. 특히 OST 음반에 눈을 떴다. 돈이 되겠다 싶어서 <백한 번째 프로포즈>로 시작했는데, 조용필씨가 너무 상업적이어서 부담스럽다고 해서 나와서 혼자 만들었다.

성공했나?
정통 OST로 안 만들고 가수에 포인트를 두었는데,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음반은 성공했다. 10만장 넘게 팔았다. 그런데 불쑥 ‘김광수(전 조성모 매니저)씨라면 어땠을까? 아마 내 10배는 팔았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내 인맥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에 배우 매니지먼트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쪽이 시장도 커 보였다. 당시 배우 전문 매니저는 배병수씨 정도밖에 없었다. 정우석 박신양 김지호 등을 데리고 배우 매니지먼트를 시작했다. 다행히 배우들이 금방 자리를 잡았고, GOD도 곧 인기를 얻었다.

배우를 키울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는가?  
내가 배우에게 받은 가장 좋은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한다. 내가 느끼지 못한 배우는 포기한다. 현장에서 멀어져서 그런지 요즘은 감이 좀 떨어진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다시 한번 매니저를 해보려는 생각도 있다.
소속 배우를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시킬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감독이나 PD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매니저는 그 다음을 봐야 한다. 그 작품이 끝난 뒤에 배우가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배우에게도 작품을 통해서 인기를 얻는 것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 작품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배우라고 말한다.

소속 매니저들에게 따로 강조하는 것이 있는가?
‘네가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는지를 잊지 말라’고 주문한다. 간혹 자신의 인간관계나 이해관계 때문에 배우를 이용하는 매니저가 있다. 그러면 배우가 다친다. 모든 것을 배우의 처지에서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미 스타가 많은데 송혜교 임수정 한고은 등 톱스타가 속속 들어가고 있다. 비결은?
그들이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득은 더 커지고 실은 더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개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대형 기획사에 있으면 위험은 적어지고 고정 비용은 절감된다.

싸이더스HQ의 앞으로 모형은 어떤 것인가?
각 매니지먼트 팀이 소기업처럼 운영될 것이다. 피라미드 구조를 연상하면 된다. 본사는 에이전트 역할을 해주는 회사가 될 것이고, 각자 브랜드화할 것이다. 할리우드의 CAA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차승재·정해익 씨와 함께 싸이더스를 만들었다. 왜 만들었나?
무조건 뭉쳐야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뭉치려면 돈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새롭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입한 로커스 홀딩스(현 플래너스)로부터 자금을 얻을 수 있었다.

상승 효과가 있었나?
생각보다 없었다. 소득이 있다면 돈의 생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본은 자신들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우리를 활용했다. 우리가 모르는 ‘머니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분리했나?
같이 있다가는 같이 망할 것 같았다. 우리 자신에 대해서 엑스레이 한번 찍어본 셈쳤다. 충분히 이용당했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분리했다. 분리하는 데 플래너스에 98억원을 지불해야 했다. 그냥 나올 수도 있었지만 싸이더스HQ의 브랜드를 지키고 싶었다. 이후에 이 브랜드로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없었나?

 
우리 배우와 매니저에게 많은 입질이 왔다. 시련기였다.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다행히 배우와 매니저 들이 이탈하지 않고 남아 주었다. 덕분에 빠른 시간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어떤 교훈을 얻었나?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사업을 배웠다. 플래너스 휘하에 있으면서 그들이 왜 합병·매수를 하고 어떻게 하는지를 공부했다. 우리는 스타를 띄워서 돈을 버는 것만 알았다. 비즈니스는 몰랐다. 부족한 머리를 빌려서 해결하기로 했다. 핵심 인력을 스카우트해서 우리가 주도해서 합병·매수를 시작했다. 

뭉쳐서 별로 득이 없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플래너스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되었다. 그림만 그려서는 안 된다. 모회사가 주도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주도권은 돈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크리에이티브 능력에서 나와야 한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된 사람보다 콘텐츠에 대한 열정이 강한 크리에이터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외부 투자를 받기 조심스러울 텐데 SKT의 돈은 선뜻 받았다.  
예전부터 뉴미디어의 끝은 통신사라고 생각했다. 통신사들은 공중파와 맞먹는 새로운 미디어가 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이 가진 채널을 통해서 전세계로 갈 수도 있는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이 6백억원이 넘는 자산가가 되었다.
주식 평가액이라는 것은 수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손에 쥐어야 내 돈이다. 투자사 대표 중에 1조원 가까운 주식을 가졌다가 불과 몇년 만에 가만히 앉아서 100억원대 회사의 오너로 전락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직 과정이다.

경영인으로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속된 말로 쿠션이 좋다. 풀어 말하자면 적응력이 좋다. 남들보다 빨리 배우는 것 같다. 그리고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감이 있다.

계열사를 경영하는 원칙은 있는가?
자립 능력이다. 일단 자기들끼리 벌어서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 못하면 품팔이라도 하라고 한다. 자립 능력이 없으면 곧바로 퇴출한다. 매니지먼트팀 역시 경쟁 원리를 따른다. 스타를 잘 키우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한다. 삼성에 왜 인재가 많은가? 충분한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성과에 대해서는 삼성처럼 보상한다.

직접 제작에도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만드는 것을 옆에서 보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보았고 문제점도 알고 있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천천히 공동 제작부터 시작했다. 나름으로 시장에 신호를 보내고 참전했다. 

제작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 비난이 많았다.  
강우석 감독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나를 비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하는가? 아니다. 다양하게 먹어야 건강해진다.
사회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진화하는 사람을 원한다.
제작 규모가 금세 커졌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비롯해 <데이지> 등 아시아권을 겨냥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왜 한국 사람만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 생각만 하는가. 시야를 좀 더 넓혀보자. 어떻게 하면 아시아 사람들이 좋아할 영화가 나올까를 고민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아시아 시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일본은 돈과 시스템이 있다. 한국은 크리에이티브와 스타가 있다. 중국은 시장이 있다. 그러면 그림 뻔한 것 아닌가. 청진기 대보면 답이 딱 나온다.

아시아 시장 진출의 사부는 누구인가?
늘 새로 개척하는 길을 가느라 보고 배울 사람이 없어 아쉬웠다. 다행히 이번에는 사부가 있었다. 바로 <와호장룡>과 <영웅>을 제작한 빌 콩이다. 그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함께 제작했다. 그를 통해 세계 시장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었다.

빌 콩에게 무엇을 배웠나?
그를 따라 할리우드에 간 적이 있다. 이안 감독 등 할리우드 주요 인물들을 두루 만나고 왔다. 무엇을 배웠냐고 묻더라. 자신의 문화를 좋아하고 그것을 어떻게 알릴지를 고민하면 답은 나온다고 했다.

공동 제작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있다면?
할리우드에 통하는 사람과 손을 잡는다. 빌 콩도 그렇고, <데이지>를 연출하는 유위강 감독도 다음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찍는다. 그들을 통해서 우리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중 문화는 바이러스다. 그냥 전염되는 것이다. 우리 역사상 다시 없는 기회다. 문화로 칭기즈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키운 문화 콘텐츠 하나가 반도체 안 부럽다. 반도체에 들이는 정성만큼만 들이면 충분히 세계 명품을 만들 수 있다.

영향력이 커졌다. 견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학교>에서 조인성을 출연시켰던 PD가 그 뒤에 우리가 출연시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판단해야 한다. 조인성을 <학교>에 출연시켜 주었다고 해서 지금의 조인성을 <학교>에서 같은 대우를 받고 출연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부탁이다. 

스타 권력화의 원흉으로 지탄받고 있다.
힘 세고 목소리 컸던 분들이 왜 갑자기 약한 모습만 보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른답게 처신했으면 좋겠다. 이 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과정을 아시는 분들인데, 그 다음도 알지 않겠나? 더 큰 그림을 보여주면 함께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손을 내밀고 손을 잡으면 된다.

욕을 도맡아 먹는 것 같다. 
일에 대한 욕은 사실 무감각하다. 매니저는 거절하는 것이 일이다. 거절은 아무리 정중히 하더라도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인간적인 욕이라면 따지고 싶다. ‘나를 정말 아느냐’고. 얼마 전에 <할리우드에서 크게 욕먹지 않으면 결코 성공한 것이 아니다>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욕 먹을 위치에 있어서 욕을 먹은 것이지, 욕 먹을 짓을 해서는 아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테마파크다. 이 비즈니스의 끝은 테마파크라고 생각한다. 싸이더스HQ의 브랜드로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아시아의 문화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