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에 ‘친절한 금실씨’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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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조승수 의원 선거법 위반 재판 변호 맡아 ‘맹활약’
 
10월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몇몇 지역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의정부 을(강성종 열린우리당 의원), 서울 성북 을(신계륜 열린우리당 의원), 대구 동 을(박창달 한나라당 의원), 경기 광주(박혁규 한나라당 의원), 울산 북구(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등 해당 의원이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아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다.

이 가운데 조승수 의원의 선거법 재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승수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 때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 하루 전에 음식물자원화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울산 북구 중산동 주민 집회에서 주민들의 요구로 유인물에 서명한 것 때문에 사전선거운동과 문서배부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만일 조승수 의원이 의원 직을 상실하게 되면 민노당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밀려 원내 4당이 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법안을 독자적으로 발의할 수 없게 된다. 의석이 9석으로 줄어 법안 발의 요건인 10명을 채우려면 다른 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김혜경 당대표 등 당 지도부가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전당 차원에서 ‘조승수 구하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맥락뿐만 아니라 이 재판은 공동변호인단에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참여해 화제다.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가 야당 의원 변호인으로 나선 것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강금실 전 장관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이 공동변호인단에 결합한 것은 2심(3월23일)이 끝난 4월 말. 이덕우 전 민노당 인권위원장의 요청으로 강금실 변호사가   공동변호인단으로 나섰다. 강금실 변호사와 이덕우 변호사는 과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시절부터 친분이 두텁다.

장관 되기 전부터 민노당 인사 변호

당 관계자들과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강금실 변호사는 이 재판에 세밀히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에 그냥 이름만 올려놓은 수준이 아니라,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단계와 상고이유서를 제출할 때에 여러 가지 조언을 했다고 한다. 법무법인 지평에서 상고이유서를 총괄해 준비했는데, 대법원에 제출하기 전에 강금실 변호사가 이를 꼼꼼히 읽고 내용에 대해 조언했다고 한다.

조승수 의원실의 정몽주 보좌관은 “강변호사가 상고이유서를 다 읽고서, 진보 정당 의원 10명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점과 조승수 의원이 구청장 시절에 시민배심원제를 운영하며 남다른 정치 철학을 갖고 있었다는 점 등을 보강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상당히 고맙다”라고 말했다. 조승수 의원도 이런 내용을 전해듣고, 5월 중순께 강금실 변호사를 만나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강금실 전 장관이 민노당과 인연을 맺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금실 변호사는 법무부장관이 되면서 사임계를 냈지만,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부터 제3자 개입금지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권영길 민노당 의원에 대한 재판에서도 공동변호인단으로 활동했었다.

법무부장관 시절에 있었던 민노당과의 관계도 호의적 평가를 받고 있다. 박용진 전 대변인은 “2003년 8월 나를 포함해 민노당 총선 출마 예상자들의 사면·복권 문제가 걸려 있었다. 의원이 한 명도 없던 원외 정당 시절,  강장관은 민노당을 배제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강장관은 권영길 당시 대표를 만나 사면·복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 의사를 보였다. 당시에 사면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강 전 장관에 대해서는 아무런 유감이 없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쯤 되니 민노당 관계자에게서 ‘친절한 금실씨’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민노당의 한 당직자는 “참여정부 초기 인선 때 당에서는 부정적 논평이 꽤 나갔는데, 강 전 장관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승수 의원의 공동변호인단에는 강금실 변호사뿐만 아니라 박원순 변호사, 조용환 변호사, 김형태 변호사, 이덕우 변호사 등 스타급 변호사가 즐비하다. 박원순 변호사는 미국 출장길에 도움을 요청받고 e메일로 흔쾌히 수락하기도 했다. 문희상·김용갑 의원 등 여야 의원 1백14명이 탄원서에 서명했을 정도로 재판을 앞두고 인복은 많은 편이다. 인복이 ‘재판복’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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