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뒤따라 중도 하차할까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5.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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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 검사’ 지목된 홍석조 고검장 거취 주목…대검 감찰부, 조사 착수
 
지난 8월18일 김상희 법무부차관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현직 검사 2명 중 1명으로 거론되자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미 홍석현 주미대사도 사의를 표한 상태였다. 하지만 ‘떡값 검사’로 지목된 홍 전 대사의 동생인 홍석조 광주고검장(52·사시 18회)은 물러나지 않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대선 자금 수사에서 삼성은 버티기 전략으로 재미를 본 바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홍고검장이 휴가 갔을 때 김차관이 사표를 던지자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X파일’과 경향신문·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홍고검장은 삼성그룹 검찰 로비의 핵심 인물로 떡값 전달책 노릇을 했다. 또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비자금 조성 사건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에도 홍고검장은 한가운데 있다.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이 수사를 “검찰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홍고검장이 버티자 민주노동당은 8월19일 광주 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고검장에게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노회찬 의원은 “홍고검장이 형법의 알선수뢰죄와 뇌물전달죄 위반에 해당한다”라며 엄격한 처벌을 요구했다.

검찰 내부 기류도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다. 대검의 고위 간부는 “검찰 내부에서 홍고검장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처리하자고 할 분위기가 아니지만 여론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 지검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검사로서 창피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 대검 관계자는 “사표를 빨리 내주었으면 한다. 버티면 고검장이나 검찰이 욕만 더 먹는다”라고 말했다.

“내 재산이 수백억인데 남의 돈 왜 받나”

8월25일 대검찰청 감찰부(부장 문효남)는 이날 X파일에서 ‘떡값 전달자’로 등장하는 홍석조 광주고검장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감찰이 검사에 대해 매서운 맛을 보여준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검찰은 불법 자료여서 수사가 어렵다던 종전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부산 출신인 홍석조 광주고검장은 홍진기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대검 기획과장, 법무부 감찰과장, 서울지검 남부지청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수사 쪽보다는 주로 인사·관리 분야에서 오래 일했다. 인맥을 만들거나 관리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상당히 유리한 위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삼성의 로비 창구인 사람이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자리만 다녔다. 홍검사장은 퇴직후 정치에 뜻이 있는 것으로 법조계에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홍고검장의 한 사시 동기는 “홍석현씨는 스마트하고 석조는 일처리가 깔끔하고 치밀해 관리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라고 말했다.

홍고검장은 지난해 신고한 재산이 2백74여 억원으로 공직자 가운데 가장 많다. 지난 한 해에만도 주식이 크게 올라 재산을 81억1천5백여 만원이나 불렸다. 올해에도 동생 홍석준(삼성SDI 부사장)·홍석규(보광그룹 회장)·홍라영(삼성문화재단 상무) 씨와 함께 사둔 주식이 크게 올라 홍고검장은 수십억원을 벌었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홍고검장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내 재산이 수백억인데 형한테서 돈 받을 이유가 뭐가 있나. 검사들에게 돈을 주더라도 내가 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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