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경기도지사 출마하나?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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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출신 공직자 중 최고위…성공한 장관·CEO형 경제 전문가 이미지 강점

 
삼성이 정·관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는 무성하지만, 정작 삼성 출신 가운데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고위 공직에 진출한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운영차장을 지낸 김기섭씨(신라호텔 총부지배인), 고 건 서울시장 시절 정무 부시장을 지낸 이필곤씨(삼성물산 총괄부회장), 김대중 정부 시절 국회의원과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낸 남궁석 현 국회 사무총장(삼성SDS 사장) 정도가 손에 꼽을 만하다.

삼성과 밀월 관계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숫자로만 따지면 진대제 정통부장관(삼성전자 사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중앙일보 회장),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삼성중공업 사장) 3명 정도에 그친다. 다만 진장관이 참여정부의 IT 정책을 총괄하고 있고, 홍 전 대사는 외교 정책의 핵심인  대미 외교의 선봉에 섰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커졌다고나 할까. 

이처럼 삼성 출신 인사의 공직 진출이 의외로 적은 데 대해 사람들은 ‘삼성이 주는 이점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돈 많이 주지, 부가적인 혜택 많지, 남의 눈치 안 보아도 되지, 한마디로 조건이 훨씬 좋은데 굳이 공직을 엿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삼성 최고경영자(CEO)와 각료직 제의가 동시에 들어오면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삼성 사람들의 처지에서는 정부에 갈 이유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홍석현 전 주미대사만 해도 이를 발판 삼아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고, 나아가 더 큰 꿈까지도 꿀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해서이지, 단순히 주미대사 직만 맡는 것이었다면 흔쾌히 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삼성 출신 공직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되는 진대제 장관은 어떤 생각에서 장관 직을 승낙한 것일까?
이에 대한 진장관의 답변은 한결같다. “국민이 5년 후, 10년 후 먹고 살 거리를 고민해 달라는 노대통령의 제안에 공감해서”라는 것이다. 진장관의 한 측근은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진장관의 애국심은 남다른 데가 있다. IBM에 있다가 삼성에 합류한 것도 ‘일본을 이겨보자’는 이건희 회장의 한마디에 혹해서였다는데, 장관 직도 그런 맥락에서 수락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진장관은 장관 직에 오르는 대가로 스톡옵션과 고액 연봉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삼성 사장 자리가 장관 자리보다 낫다”

참여정부 조각 멤버로 출발해 최장수 장관을 기록 중인 진장관은 관료 사회에 기업 마인드를 불어넣은 ‘혁신 전도사’로 꼽힌다. 그는 정통부에 가자마자 각 부서 쓰레기통부터 뒤졌다. 혼자만 알고 버려지는 정보가 너무 많다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정통부 정책의 시작부터 평가까지 전과정이 투명하게 공유될 수 있는 문서 관리 시스템을 만들도록 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GPLCS(Government Policy LifeCycle System)다.

진장관은 또 과정보다 성과를 중시하고, 책상보다 현장을 앞세우고, 비용은 줄이면서 업무 효율성은 높이는 민간 기업식 업무 방식을 강도 높게 밀어붙였다. 사무관급 이상 간부들에게 기존 업무 외에 개별 과제를 할당해 정기적으로 보고토록 하는 ‘CEO 미션제’나, 실·국장들이 직접 IT 기업의 경영자 역할을 해보며 애로 사항을 체득하는 ‘1일 CEO 체험’ 등이 대표 사례다. 업무 성과 못지 않게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진장관은 취임 두 달 만에 이루어진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를 모두 파워포인트로 준비하라며 직원들을 다그쳤다. 당시 혀를 빼물던 간부들은 2년 반 만에 어떤 형식의 보고에도 능수능란한 전문가로 거듭났다.

공학도답지 않게 요약과 상징화에도 재주가 많은 진장관은 대통령 보고 때도 실력을 발휘해 ‘정통부처럼 하라’는 칭찬까지 얻었다. 정통부가 2004년 최우수 혁신 정부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이런 평가들이 쌓여서다. 

이처럼 진장관의 성과가 도드라지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 선거에 진장관을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는가 싶더니, 요즘은 ‘서울시장-강금실, 경기도지사-진대제’ 패키지설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경기도지사의 경우 전통적으로 CEO형 경제 전문가의 경쟁력이 높은 만큼 진장관이 적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장관은 여전히 ‘소임론’만 반복하고 있다. 국회에서나 기자간담회 때나 빠지지 않고 이 질문이 나오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부탁한 5~10년 뒤 먹거리를 챙기는 게 내 소임이다”라는 말만 모범 답안처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 얘기를 종합해보면, 진장관이 출마에 아예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듯하다. 한 측근은 “욕심 없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다만 진장관은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싸움은 안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내년 지방 선거에서 승산이 있느냐 없느냐가 진장관이 ‘결심’을 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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