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울고웃는 정치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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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제5공화국> <영웅시대> <신돈> 방영에 정치인 희비 교차

 
드라마와 정치, 일견 멀어 보이지만 제법 가깝기도 하다. 궁중 암투와 왕권을 둘러싼 권력 투쟁을 그린 사극의 경우 더욱 그렇다. 현실 정치의 답답함을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해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가들이 의도적으로 현실 정치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극본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라마 중에서도 특히 MBC 사극과 시대극은 현실 정치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남겼다. MBC 드라마와 현실 정치의 남다른 인연은 <대장금>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네티즌 사이에서 <대장금>의 주요 배역을 현실 정치인에 빗대는 것이 유행했다. 심지어 타이완 총선에서도 장금이를 자처하는 후보들이 나타나는 등 <대장금>은 정치에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네티즌들은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부드러우면서도 의지가 굳은 점에서 장금이를 닮았다고 보았다. 정상궁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오래 야인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교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고 자리에 오를 자격이 없다’는 왕따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한상궁에, 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전통의 명가라는 자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최상궁에 비유되었다. 민정호 종사관은 정경 유착의 고리를 수사한 점에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에 비유되었다.

<대장금>에서 피해 그룹이었던 한나라당은 <영웅시대>가 방영되면서 수혜 그룹으로 바뀌었다. 박정희 시대를 배경으로 현대가와 삼성가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영웅시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 개발의 파트너로 묘사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즐겁게 해주었다. 특히 이명박 서울시장은 자신의 역할을 맡은 유동근씨가 드라마의 화자로 등장해 덕을 보았다.

신돈의 수혜자는 노회찬 의원과 민주노동당?

 
그러나 <제5공화국>이 방영되면서 상황은 다시 역전했다. 방영 초기에는 전두환 미화 논란을 일으켰지만 후기로 가면서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한나라당에 부담을 주었다. 드라마에 광주민중항쟁 등이 묘사되면서 386세대 정치인이 많은 열린우리당이 다시 수혜 그룹이 되었다. 

9월24일부터 방영되는 <신돈>의 수혜자는 누가 될까? 드라마에서 신돈은 고려를 망친 요승이 아니라 고려 시대의 대표적인 개혁가로 그려진다. 그런데 신돈 역을 맡은 손창민씨는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신돈은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의원을 반씩 섞어 놓은 인물이다. 당으로 치면 민주노동당 정도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절대 아니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과연 노회찬 의원과 민주노동당은 <신돈>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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